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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88937448669
· 쪽수 : 216쪽
· 출판일 : 2026-01-09
책 소개
역사와 도시, 궁궐과 조경, 그리고 우리의 현재와 미래
민음사에서 『덕수궁 회화나무 프로젝트』가 출간되었다. 사진가 이명호의 작업을 중심으로 건축, 문학, 미술, 법률, 생태, 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한 이 책은 ‘도시는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독창적인 응답을 제시한다. 예술과 학술, 기록과 상상이 교차하는 방식으로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형태의 융합적 도시 아카이브 프로젝트가 완성되었다.
덕수궁 선원전 터에는 오래도록 자리를 지켜 온 한 그루의 회화나무가 있다. 국가유산청의 궁궐 복원사업을 기록하러 현장을 찾은 사진가 이명호는 아트펜스 설치를 위해 선원전 터를 둘러보다 우연히 이 나무와 마주했다. 한때 고사 판정을 받아 꽃도 잎도 피우지 못한 채 ‘죽은 나무’로 기억되던 존재가 어느 날 몸통에서 새싹을 틔우며 되살아났다는 사연은 그의 시선을 오래 붙잡았다. 그렇게 응시하던 시선이, 한 권의 책으로 확장되는 출발점이 되었다.
덕수궁 회화나무의 ‘회생’은 단순한 생태적 기적에 그치지 않는다. 나무는 선원전 복원의 상징이자 도시 유산과 도시 생태의 상징이다. 또한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의 시간과 기억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하나의 창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 인근을 드나들던 사람들조차 거의 인지하지 못했던 존재가 어떻게 다시 살아났는가 하는 사실은, 도시가 품고 있는 여러 층위의 진실과 우리의 무심했던 시선을 동시에 불러낸다.
이 책은 2024년 8월 덕수궁 선원전 영역의 옛 조선저축은행 중역 사택에서 열린 이명호 사진전 「회화나무, 덕수궁…」과 한국스탠포드센터가 개최한 학술포럼 「지속 가능한 도시와 역사적 유산의 역할」의 주요 내용을 정리한 기록이다. 사진가, 비평가, 변호사, 생태학자, 조경·궁궐 전문가, 건축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해 회화나무를 중심으로 도시의 유산과 복원, 생태와 건축 등 미래 도시를 위한 넓은 질문을 함께 나눈 의미 있는 시도이자 기록이다.
한 그루의 나무를 도시를 사유하는 통로로 삼은 이 책은 한 존재의 회생을 포착한 예술적 기록이자 오래된 유산이 현재의 도시와 어떻게 공명하고 다시 구성될 수 있는지를 묻는 학제적 성찰의 결과물이다. 우리는 어떻게 이 도시의 더 긴 시간 속에서 과거와 미래를 함께 상상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덕수궁 회화나무는 그 질문에 조용하지만 분명한 답을 들려준다.
기억과 복원은 단순히 과거를 재현하는 일이 아니라 도시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약속이다. 『덕수궁 회화나무 프로젝트』를 통해 독자들도 잠시 걸음을 멈추고 이 도시의 시간, 공기, 그리고 그 안에 켜켜이 쌓인 기억과 미래를 천천히 떠올려 볼 수 있을 것이다.
목차
편집자의 말 6
서문: 저 나무는 죽은 나무가 아니다
-이응준(시인·소설가) 10
1부 나무와 예술
회화나무, 덕수궁…
-이명호(사진가) 24
이명호 예술사진의 동시대성 담론
-이은주(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72
2 나무와 생태·역사·도시
‘삼나무의 노래’를 들으며 회화나무를 보다
-정혜진(변호사·지구와사람 지구법센터장) 90
저 나무는 언제부터 왜 그곳에 자랄까?
-공우석(기후변화생태계연구소장) 102
우리는 왜 조선 궁궐을 복원하는가?
-최종덕(전 국립문화재연구소장) 120
대한제국기 덕수궁 선원전의 정원과 수목 이야기
-소현수(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136
도시에서의 역사적 유산, 보전과 활용 가치
-심경미(건축공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152
시간을 잇는 도시
-임희정(한국스탠포드센터 연구디렉터) 174
도시는 사람에게 무엇으로 기억되길 바랄까
-김서영(한국스탠포드센터 연구원) 194
저자 약력 211
저자소개
책속에서
■ 서문에서
“옛 덕수궁 흥덕전 터는 부침이 많다. 거기에 회화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사진 한 장으로부터 이 문학적 기적(miracle)의 역사는 시작된다.
1919년 고종이 서거하자, 일제는 흥덕전 전각을 철거하고 조선저축은행 중역 사택을 지었다. 회화나무는 그 자리에 있었다. 해방 뒤 경기여고가 들어섰을 때도 회화나무는 여전했다. 1965년 경기여고에 큰 화재가 나서 교실과 주변이 불타 버렸을 때 학생들의 위험을 무릅쓴 노력으로 회화나무는 생명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이후 그 장소는 미 대사관 예정지로서 일반인 접근 금지 구역이었고, 잡초가 무성한 공터에 홀로 서 있는 회화나무의 사진이 인터넷상에 떠돌았다.
2004년에는 방화 추정 화재가 발생한다. 회화나무는 이번에는 화마(火魔)를 피해 가지 못해 심하게 훼손됐다.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2004년 5월 6일, 서울 정동 덕수궁 선원전이 있던 옛 경기여고 부지 내 회화나무가 불에 타 고사 직전임을 확인했다.”라며 관련 사진 3점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그나마 2007년까지는 간신히 잎과 꽃을 피워 냈던 회화나무는 안타깝게도 2008년 4월 “죽은 열매가 달려 있는 것은 나무 자체가 죽어 새 잎이 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무 껍질을 벗겼을 때 녹색의 수액이 없다. 말라비틀어지고 썩었다. 죽은 게 분명하다.”라고 고사(枯死) 판정에 이른다.
그런데, 신비로운 사건이 2011년 미국 정부로부터 토지 교환 방식에 따라 서원전, 흥덕전 터 일대를 돌려받는 것으로부터 서서히 진행된다. 2015년 회화나무가 다시 잎이 나고 꽃을 피우기 시작한 것이다. 죽었던 회화나무가 돌무덤을 열고 일어나는 나사로처럼 되살아난 것이다.
이어서 2022년, 대한제국 고종 황제가 한일합병조약 뒤 세상을 떠날 때까지 살았던 덕수궁에서 황실 의례를 치르던 옛 선원전 터의 기초 부분 흔적이 드러난다. 이로 인해 2039년까지 선원전 복원 사업이 완료될 계획이며 와중에 이렇듯 ‘덕수궁 회화나무 프로젝트’가 추진된다. (중략)
혼돈과 신비 말고도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인간들이 이 세상에서 만나 서로 무너뜨리고 끌어안고 불타오르고 재가 되고 다시 건설하는 동안 저 회화나무 한 그루는 그 힘센 것들 앞에서 가장 고요히 살아남은 당사자이자 우리의 관찰자였다는 사실이다.”
“큰 회화나무 한 그루가 공터 가운데 덩그러니 서 있던 모습은 실로 전율을 느끼게 했다. 수령이 족히 수백 년쯤 되어 보이는 회화나무는 마치 할 말이 있다는 듯 나를 불러 세웠고, 홀린 듯 멈춰 섰지만, 정작 그 회화나무는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왈칵 울었다 다시 활짝 웃었다.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있었고, 그 회화나무에 얽힌 이야기를 작품에 담기로 했다.”
“이명호는 오랫동안 나무를 찍어 왔다. 공간 속에 위치한 나무의 역사는 문명 도시의 역사에서 분명하게 제외된다. 초록 녹음이라는 작은 역할, 산소를 뿜어내는 생명력, 공원을 조성하는 일원 등 도시에서 나무의 역할은 인간의 삶의 질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역사 속에 빗나갔던 나무가 이명호의 캔버스 앞에서 특별한 내러티브를 감춘 주인공이 된다.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그 나무는 또 다른 생명력을 부여받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