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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운동 > 노동운동
· ISBN : 9788993225860
· 쪽수 : 268쪽
· 출판일 : 2017-11-24
책 소개
목차
책을 내며
1. 착한 기업의 첫 번째 책임은 ‘일자리’
-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좋은 일자리, 그 적극적 조우를 위하여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2. 방글라데시 공장이 붕괴되면 유럽 옷은 찢어진다
- 글로벌 가치 사슬의 확장과 노동 거버넌스의 진화
이준구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3. 영국의 동인도회사가 현지인들에게 자선사업을 베푼 이유
- 초국적 현상으로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 글로벌 CSR 패러다임의 다각화
김태균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4. 탈법의 가면이냐, 선한 의지냐 : ‘인권, 노동, 환경, 반부패’ 4박자 행동학, CSR
- 노동조합 행동강령으로서의 CSR: 유엔 글로벌 콤팩트를 중심으로
윤효원 인더스트리올 컨설턴트
5. 세계의 공장화, 소중한 삶의 선택권을 선사할까
- 한국은 아시아의 ‘좋은’ 국제개발자가 될 수 있는가?:
해외한국기업과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노동
장대업, 서강대학교 국제한국학과 교수
6. 중국 폭스콤 청년 노동자들이 목숨으로 내지른 절규
- 변화하는 노동환경과 중국 노사관계 규율방식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7. 원순 씨, 담벼락을 넘은 좋은 소식이 들려요.
- 공공영역 노동중심 사회적 책임의 가능성 : 서울시 정책사례를 중심으로
채호 전북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저자소개
책속에서
성공한 기업을 이해할 때, 경영진의 노력 못지않게 고려할 것이 있다. 바로 기업활동의 기반과 배경이 되는 사회의 작용이다. 사회가 바다라면 기업은 어선이다. 그 어떤 성공한 인물이나 기업도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사회적 선물(social gift)’을 받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시장에 자리를 잡고 번영을 구가하는 기업은 자신들의 성공의 토대를 이루게 해 준 사회에게 되돌려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그것은 물고기를 잘 잡는 어선이 바다를 오염시키지 말고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하는 것과 같다. 적어도 바다에 대해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는 어선만이 어업활동을 할 자격이 주어진다.
오늘날 초국적 기업들(Multi-National Companies: MNCs)은 모국의 사회뿐아니라, 여러 국가에 지사를 두고 있으면서 그 사회들과 각각 관계를 맺는다. 그들은 마치 특정 사회의 제제와 제약을 뛰어 넘어, 보다 큰 권력과 자유를 누리는 듯하다. 그러나 이는 일부 현상이고, 여전히 많은 기업들은 국민국가(nation state)의 틀 안에서 활동한다. 게다가 초국적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특정 국가에서 사업을 할 때는 그 나라에서 기대하는 규범에 부합해야하고, 그 사회에서 기대하는 사회책임의 수준을 만족시키며 활동해야 한다. 멀티내셔널 기업으로서의 최소한의 역량은 멀티 컬처럴(multi-cultural)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적지 않은 초국적 기업들에 대한 경영컨설팅은 현지의 제도뿐 아니라 문화에 대한 인식 수준 함양까지 가미되어 있다. 이 역시 기업이 자신이 기반하는 사회를 존중하고 그 규범에 따르며 사회에서 기대하는 책임을 다 해야 비즈니스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있는 것임을 보여준다.
(chapter 1. 착한 기업의 첫 번째 책임은 ‘일자리’ )
한국의 CSR의 미온적이고 편협한 한계는, CSR이 다루는 주제가 노동을 비껴가 있다는 점에서도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삼성 같은 대기업이 아무리 번드르르한 CSR 보고서를 만든다고 한들, 내부에서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고수하는 한, 그것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기업의 진정한 사회적 책임 실천은, 노동자들이 자주적으로 자신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는 제도와 좋은 일자리를 영위하고 있는 곳에서만 가능하다. 나아가 그들이 자신의 일자리의 운명에 책임감 있고 의식 있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것을 경영진과 함께 고민하고 유연하게 수호해 나가는 기회를 부여 받았을 때, 그 양질성의 정도는 커진다. 노동 주권과 사회적 파트너십의 문제는 단지 얼마의 보상을 받느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CSR의 활성화는 바로 기업들이 내부 사회에서 노사 간, 그리고 기업 간 민주적 관계를 어떻게 형성시켜 내느냐, 또 그러한 타당한 관계를 갖춘 일자리들을 어떻게 사업 결과의 부산물로 늘려나가고 확대시켜 나가느냐의 문제와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다. 사내하청과 비정규직을 노골적으로 선호하는 경영진이 CSR평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chapter 1. 착한 기업의 첫 번째 책임은 ‘일자리’ )
오늘날 한 제품이 실제 어느 나라에서 어느 기업에 의해 생산되었는지는 소비자가 제품만 보고 정확히 알기 어렵다. 원산지명이나 브랜드는 아주 사소한 제품 하나도 우리 손에 들어오기까지 거치는 복잡한 생산과정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기 일쑤다. 마찬가지로 여러 나라의 노동자들이 서로 다른 공장에서 각기 다른 공정을 맡아서 일함으로써 한 벌의 청바지가 탄생되지만, 정작 그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대다수 소비자들은 무지하거나 무관심한 것이 보통이다.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s)’은 이렇게 생산 공정이 한 기업, 한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 이뤄지는 현상을 지칭한다. 가치사슬이란 하나의 상품이 고안되어 생산, 유통을 거쳐 최종 소비, 재활용 및 폐기에 이르기까지 거치는 생산과 소비의 일련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가치사슬은 세부 공정을 다루는 여러 단계로 구성되어 있고, 매 단계는 크고 작은 부가가치를 최종 생산물의 가치에 더한다. 하나의 기업이라 해도 자체적인 가치사슬을 가질 수 있고, 이를 운영하는 것을 일반적으로 경영학에서 ‘공급망 관리’라고 부른다. 글로벌 가치사슬 논의가 특히 강조하는 점은 청바지의 사례처럼 오늘날 대다수의 제품이 소비자의 손에 들어오게 되기까지 여러 나라와 기업, 다양한 국적과 피부색을 가진 수많은 노동자들의 손을 거치게 된다는 것이고, 때문에 생산과정을 하나의 기업, 한 나라만을 중심으로 보는 시각으로는 오늘날 변모하는 세계 경제와 산업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chapter 2. 방글라데시 공장이 붕괴되면 유럽 옷은 찢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