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과학 > 기초과학/교양과학
· ISBN : 9788998529109
· 쪽수 : 504쪽
· 출판일 : 2016-01-23
책 소개
목차
서문/21세기 교양, 과학기술과 사회
제1부/실험과 실험실
1. 베이컨주의
2. 실험 공동체의 탄생
3. 실험과학의 탄생
4. 실험실의 탄생
5. 실험자의 회귀
6. 과학의 공간, 공간의 과학
7. 실험실이라는 사회, 사회라는 실험실
8. 동물실험
제2부/과학자, 과학 방법론, 과학 지식
1. 과학자 데카르트
2. 생리학자 데카르트
3. 갈릴레오와 후원
4. 과학과 법
5. 백과전서
6. 과학적 발견
7. 패러다임
8. 객관성의 역사
9. 현상을 구제하기
10. 암묵지
11. 과학자의 창의성
제3 부/현대 과학의 쟁점들 1
1. 루핑 효과
2. 생명과학과 인종
3. 유전체학 시대의 인간 다양성
4. 맞춤의학
5. 근거 중심 의학
6. 뇌과학과 법
7. 생명가치
제3부/현대 과학의 쟁점들 2
1. 탈정상과학
2. 과학 논쟁
3. 언던 사이언스
4. 기후과학의 확실성과 불확실성
5. 위험과 위험사회
6. 사전주의 원칙
7. 위험 분석, 그 역사와 모델
8. 신뢰와 위험 커뮤니케이션
9. 왜 위험 관리에 시민 참여가 필요한가
10. 시민의 전문적 지식
11. 규제과학
12. 적정 기술
에필로그
인류세의 정치생태학
책속에서
[저자의 말]
21세기 교양, 과학기술과 사회(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 STS)
인문학에 대한 우리 사회의 높은 관심과 열기는 계속되고 있다. 중년의 직장인이나 사업가들이 인문학 강의에 모이고, 독서 모임을 만들어서 책을 읽는다. 이런 사람들은 공자나 노자와 같은 동양의 선현으로부터 어지러운 세상을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배우고, 스스로의 삶을 적극적으로 살았던 스피노자나 니체를 읽으면서 삶에 대한 용기를 얻는다. 우리 사회에서 “교양 인문학”은 아직 계속 상종가이다.
인문학 고전들은 지금의 기후변화와 인류세 시대를 대처 못해...
그런데 교양으로서의 인문학에 불편해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인문학은 지금의 인간이 어떻게 여기에 이르렀는지를 설명해 주지 못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비판자들은 우리가 좋아하는 인문학자들 대부분이 진화론과 빅뱅 이론이 나오기 전에 살았고, 따라서 인간과 동물 같은 다른 생명체들의 연속성보다 인간의 특권적 지위를 강조했으며 우주 속에서의 인간의 위치를 과장했다고 비판한다. 또 이들은 다수의 인문학자들이, 인간이 환경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점에 주목하지 않았고, 따라서 인문학 고전들은 지금의 기후변화와 인류세 시대를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인문학이 아니라 과학이 21세기의 교양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즉, “교양 과학”인 것이다.
지난 2,000년간의 인간의 역사를 보면, 확실히 어떤 급격한 발전과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우리는 2,000년 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지 못했던 수많은 기술을 사용하며, 그들이 먹지 못했던 음식을 먹고, 그들이 고민하지 않았던 문제들을 고민하면서 살아간다. 오죽하면 지금의 중산층이 로마 황제보다 잘 먹는다는 얘기가 있는가. 그런데 “교양 인문학”을 옹호하는 사람들과 “교양 과학”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지난 수천 년의 역사적인 변화를 다르게 해석한다.
교양 인문학은 인간의 본성은 바뀌지 않는다고, 교양 과학은 변화를 강조...
“교양 인문학” 측은 인간의 본성 혹은 인간의 본질은 거의 변하지 않았고, 우리를 둘러싼 외적인 환경들만 바뀌었다고 주장한다. 2,500년 전의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 살았든, 17세기 유럽에 살았든, 아니면 지금을 살고 있든 간에 인간이라는 존재의 속성이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인간의 삶과 가치를 성찰한 고전은, 비록 그것이 2,500년 전에 집필되었다고 해도 우리에게 생생한 울림을 준다고 강조한다. 이런 고전은 인간의 본성과 삶의 가치에 대한 변치 않는 진실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교양 과학”의 옹호자들은 변화를 강조한다. 인간의 DNA나 두개골의 크기는 지난 수천 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지만, 세상에 대한 인간의 이해와 세상에 대한 인간의 통제는 비교할 수 없이 달라졌다. 달나라에 토끼와 계수나무가 있다고 믿던 시절이 불과 몇 백 년 전인데, 지금의 우리는 달에 사람을 보내서 사진을 찍어 왔다. 구한말에만 해도 서울에서 부산에 가는데 며칠이 걸렸는데, 지금은 세계의 웬만한 도시에 하루면 갈 수 있다. 중세 대학의 도서관에서는 사슬로 묶어둘 정도로 책이 귀하고 비쌌는데, 지금 우리는 인터넷을 사용해서 온 세상의 정보를 공짜로, 순식간에 검색한다. 강물과 동물을 에너지로 사용하던 시절이 불과 300년 전인데, 지금은 석탄과 석유, 전기는 물론, 원자력까지 에너지원을 넓혔다. 우리는 인간에 대해서도 진화, 유전자, 뇌의 신호 전달과 기억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있으며, 이런 이해에 근거해서 여러 가지 치료제와 강화제를 개발하고 있다. “교양 과학”의 옹호자들은 이런 변화가 부수적인 변화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인간은 외부 세상을 새롭게 이해하고, 그 과정에서 외부 세상을 바꾼다.
바뀐 지식과 세계는 인간을 바꾼다.”
‘과학기술과 사회(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 STS)’를 연구하는 우리는 이렇게 생각한다. “인간은 외부 세상을 새롭게 이해하고, 그 과정에서 외부 세상을 바꾼다. 바뀐 지식과 세계는 인간을 바꾼다.” 나라는 한 인간의 본질이나 본성은 내 피부가 만든 3차원의 경계 안에 존재하는 그 무엇이 아니라, 내가 맺는 관계의 총합이다. 그 관계 중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간관계나 권력관계도 있지만, 사람과 사물 사이의 관계도 존재한다. 내가 컴퓨터가 없이는 글을 쓸 수 없다면, 컴퓨터는 이미 나의 마음의 일부가 된 것이다. 내가 전기 에너지가 없이 살아갈 수 없다면, 전기 에너지는 나의 주체성을 구성하는 일부이다. 따라서 인간에 대한 이해는 자연과 기술 사회에 대한 이해와 함께 진행되어야 하는 것이고, 자연과 기술 사회에 대한 이해는 인간이 맺는 관계망을 확장함으로써 인간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에 접목된다. 이렇게 생각하면 내가 맺는 관계의 총집합이 바뀌고, 이는 내가 고민해야 하는 문제와 내가 참여하는 실천의 영역이 새롭게 정의 된다. 나는 세계를 만들고, 세계는 나를 구성한다.
실험실은 과학자가 세계를 길들이는 공간이다
세계를 변형하고 새롭게 만드는 작업은 “실험실”에서 출발한다. 실험실은 과학자가 세계를 길들이는 공간이다. 세계를 만드는 작업은 지식을 필요로 하지만, 그 자체가 정치적, 사회적 성격을 지닌 작업이기도 하다. 자연에 대한 이해는 자연을 조작하고 만드는 과정과 함께 진행되는데, 이 과정은 사회 속에서 일어나며, 사회의 요소를 포함하고, 그 과정과 결과는 사회를 바꾼다. 과학기술은 세상 속에서 이루어지며, 세상에 의해 만들어지고, 그 과정과 결과는 세상을 만들어 낸다. 이 책으로 ‘과학기술과 사회(STS)란 학문이 열어주는 새로운 세상에 독자들을 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