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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91104400032
· 쪽수 : 216쪽
· 출판일 : 2025-06-30
책 소개
요즘 애들의 중고 거래 앱 사용기
한 번도 안 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해 본 사람은 없다는 중고 거래는 이제 유행이나 대세를 넘어 물건을 사고파는 하나의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중고 거래 앱은 중고 물품 거래뿐만 아니라 취미와 관심사 공유, 일자리 소개 등 동네 커뮤니티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합리적인 소비에 관심이 많으며 가성비와 가심비를 중요하게 여기는 청소년들에게 중고 거래 앱은 놀이터다. 물건을 팔아 돈을 벌 수 있고, 필요한 것을 싸게 살 수도 있다. 쉽게 구할 수 없는 물건을 발견하는 럭키한 상황은 덤. 또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취미 생활을 함께할 이웃을 만나거나,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동네 전반에 걸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경제 활동, 취향 공유, 관계 맺기, 놀이까지 할 수 있는 중고 거래 앱의 독특한 점은 자신이 동네 사람으로서 또 다른 동네 사람과 소통한다는 점이다. 인터넷 세상 불특정 다수보다는 가깝고, 집-학교-학원의 익숙한 존재보다는 먼 동네 사람 앞에서 얼마나 당당하고 어느 정도 뻔뻔해야 밑지지 않는 거래를 할까? 여기 당차게 쿨거래에 나선 청소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파는 물건은 중고, 받는 마음은 신상!
우리가 돈이 없지 진심이 없나?
이송현 작가의 〈쿨하지 못해 다행이야〉는 짝남이 남기고 간 스케이트보드를 ‘이린’이 홍당무마켓에 올리며 시작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only 쿨거래!’만 바라며 마침내 구매자 ‘준표’와 만나지만 막상 스케이트보드를 넘기려다 보니 왠지 모를 미련이 남는다. 게다가 만 원만 깎아 달라니! 옥신각신 네고 설전을 벌이던 둘은 결국 스케이트보드 원데이 클래스를 약속하는데…….
누구에게나 눈앞에서 깔끔하게 치워 버리고 속 시원하게 정리하고 싶은 기억이 있다. 그래서 다시는 스케이트보드를 타지 않으려던 이린은 다시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싶은 준표를 만나 지난 일까지 다 털어놓는다. 두 청소년의 ‘원데이’는 고민 앞에서 머리 싸매고 눕거나 아무 일 없었던 듯 괜찮은 척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걸 일깨워 준다.
상처는 한 번에 반짝 치유되는 게 아니다. 햇볕 아래 몸을 움직이며 조금씩 떨어져 나가고, 질척거리다가 무뎌지고 옅어진다. 이송현 작가는 지금 당장 멋지고 깔끔하고 쿨하지 않아도 괜찮은 청소년의 내일을 뜨거운 보드 파크 위에 펼쳐 놓는다.
이재문 작가의 〈오늘의 무료 나눔〉은 ‘해수’가 인기 없는 신발을 가지마켓에 판매하려다 같은 학교, 같은 학년 ‘재이’를 만나며 일어나는 이야기다. 자신이 신발을 중고 거래 한다는 걸 학교에 비밀로 해 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네고까지 해 주지만 얼마 후 신발의 가치는 떡상한다. 분한 마음에 이를 갈던 해수는 우연히 재이가 무료 나눔 받은 물건을 되팔이 하고 있다는 의심을 품게 되는데…….
신발을 좋아하는 해수는 중고 거래를 통해 합리적인 소비 생활 중이지만 그 이면에는 잘나가는 친구들 무리에서 뒤처지면 안 된다는 강박이 있다. 친구 사이의 묘한 경쟁과 우월감, 평가 때문에 스스로 즐겁게 구입한 것조차 남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팔아 치우기에 급급한 대상이 된다.
남이 좋아하든 말든 내가 좋아하는 걸 사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는 재이의 모습은 해수의 마음을 흔들기 충분하다. 이재문 작가는 정반대의 해수와 재이를 통해 청소년의 유연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유쾌하게 응원한다.
모든 거래에는 플롯이 있다
우리 주변에 있는 아직 못다 한 이야기
송우들 작가의 〈개츠비의 개츠비의 개츠비〉에서 ‘다주’는 잘난 언니와 늘 비교되는 쪽이다. 짝사랑 선배마저 언니를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자 보내지 못할 고백 편지를 쓰고 읽지 않을 책 《위대한 개츠비》 속에 숨겨 마음을 정리한다. 그런데 엄마가 말도 없이 우주마켓에 그 책을 팔아 버린 것. 언제나 자발적 아싸를 자처해 온 다주는 개츠비를 찾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우주로 뛰어드는데…….
끝을 알 것 같다는 지레짐작에 상처받기 싫어서 채 펴 보이지도 못한 마음을 숨기는 건 흔한 일이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일단 한번 해 보고 결말을 맞이하기에 딱 좋은 시기가 청소년기다. 고백은 멈췄지만 고백 편지를 찾기 위해 다주는 끝을 보기로 한다.
언제나 자신을 그늘지게 만드는 언니에게, 자기 물건을 함부로 처분하는 엄마에게 상처받은 다주의 마음은 중고 거래를 거듭할수록 조금씩 치유된다. 편지를, 개츠비를 찾기 위해 판매자를 만나고, 조언을 듣고, 깨달음을 얻는 중고 거래 여정은 이번에는 끝까지 가 보라는 송우들 작가의 응원처럼 느껴진다. 웅크리고 있는 모든 청소년에게 개츠비 같은 기회가, 자발적 아싸도 우주를 즐겁게 여행할 수 있는 핑계거리가 생기기를 바란다.
구소현 작가의 〈캐비지스 인 더 와일드〉에서 ‘두영’은 학교에서 여신 소리를 듣는 ‘한경’이 자신의 집에 아르바이트하러 온 것을 보고 당황한다. 점점 한경과 가까워진 두영은 한경의 친구 ‘정민’을 알게 된다. 셋만의 비밀을 간직해야 했던 여름 방학이 끝난 후, 학교를 떠들썩하게 만든 학폭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는 두영은 한경과 정민을 압박하지만 한경은 더는 자신들의 일에 끼지 말아 달라고 하는데…….
입시, 부모의 기대, 가정환경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쳐 청소년은 자주 ‘나 혼자 세상 가장 힘든’ 기분이다. 아무렇지 않은 척 괴로움을 무시하며 그 시기를 견디고 있지만 나와 다르게 완벽해 보이는 친구와 마주할 때는 감출 수 없는 질투와 동경이 동시에 피어난다. 그런 친구를 만나면 더욱 잘 보이고 싶기도 하고, 솔직하게 마음을 기대고 싶기도 하다.
친구는 ‘우리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나와 같은 편이 되어 얼마든지 서로 이해하는 사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아무 쓸모도 아무 소용도 없어 보일지라도, 쿨하고 멋진 모습이 아닐지라도, 서로 이외에는 누구도 함께 해 주지 않는 일이라는 걸 청소년은 알고 있다. 구소현 작가는 피할 수 없는 바람 앞에서 다만 공감하고 위로하는 마음 하나로 서로를 둥그렇게 끌어안는 청소년의 시간을 채근하지 않고 기다려 준다.
거래는 쿨하게 마음은 따뜻하게
청소년, 요즘 애들, 우리의 이웃
요즘 애들은 왜 이리 유별난지 모르겠다는 말이 오간다. 개성 넘치고, 자기주장 강하고, 핸드폰 세상에 반쯤은 발을 담근 모습이다. 하지만 별것 아닌 일에도 마음을 쏟고, 심각해지고, 눈물도 웃음도 아끼지 않는, 평범한 우리들의 모습이다. 별난 세상 속에 살고 있을 것 같지만 매일 서로를 스쳐 가는 동네 사람이자 이웃이다.
소설 속 홍당무마켓, 가지마켓, 우주마켓, 양배추마켓은 우리가 생각보다 가까이 있고, 서로의 마음만 맞는다면 언제든 만날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 청소년은 기다린다. 짝사랑의 아픈 기억을 지워 줄 사람을(〈쿨하지 못해 다행이야〉), 폼 나는 모습을 완성해 줄 사람을(〈오늘의 무료 나눔〉), 감추고 싶은 흑역사를 지켜 줄 사람을(〈개츠비의 개츠비의 개츠비〉), 고달픈 현실을 버티게 해 줄 사람을(〈캐비지스 인 더 와일드〉).
청소년들 서로가, 청소년들과 우리들이 언제나 적정 거리에서 쿨하게 거래하고 그보다는 조금 따뜻한 눈빛으로 인사하기를 바란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우리 동네 청소년이 잘 성장하기를, 오늘도 쿨거래를 꿈꾸며 목적 달성을 위해 약속 장소로 향하는 청소년들에게 거래 품목 이상의 수확이 있기를 기대한다.
목차
이송현_쿨하지 못해 다행이야
이재문_오늘의 무료 나눔
송우들_개츠비의 개츠비의 개츠비
구소현_캐비지스 인 더 와일드
리뷰
책속에서
집에 돌아온 나는 최대한 담담하게 내 짝사랑이자 첫사랑을 보내기로 결심했다. 판매 물건에 대한 그 어떤 망상이나 추측이 끼어들지 못하도록 간단명료한 판매 글을 쓰기로 했다.
<스케이트보드 판매/only 쿨거래!>
- 가격 : □만 원
- 직거래만 가능, 수정마을 2단지 근처(장소 협의 가능)
- 교환, 환불 사절
- 쿨거래 하실 분만 연락 바람!
-본문 19쪽
“원데이 클래스 어때요?”
“뭐라고요?”
“보드 잘 타고 싶었던 거 아니에요?”
“이제 다 끝났어요. 됐어요.”
불타는 발바닥이 내가 잡고 있는 스네이크 보드로 손을 뻗었다. 나는 재빨리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나 불타는 발바닥이 보드에 손대는 것을 막았다.
“만 원만 깎아 주면 제가 반나절 클래스 해 드릴게요. 완벽까지는 아니더라도 잘 탈 수 있어요. 믿어 보세요!”
“너 무료 나눔 되팔이냐?”
재이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대꾸했다.
“뭔 소리야?”
도둑은 제 발이라도 저린다던데, 이 파렴치한 자식은 어째 모르쇠로 일관하려는 듯했다. 그럼 내가 조목조목 따져 줘야지. 나는 유아차 무료 나눔 글을 캡처한 것과 재이가 팔고 있는 유아차를 캡처한 것을 녀석 앞에 들이밀었다.
“이래도 발뺌이야?”
재이는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성가시다는 듯 내 폰을 자기 얼굴 앞에서 치웠다.
“그게 뭐.”
“그게 뭐라니! 넌 양심도 없냐? 사람들이 선의로 무료 나눔 한 걸 되팔면 어떡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