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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6545744
· 쪽수 : 132쪽
· 출판일 : 2019-12-30
책 소개
목차
초대시
홀로 피는 꽃 _ 李姓敎
새벽의 나는 _ 박이도
발간사 _ 김철교
남금희
가을장마 / 협착, 스토커 / 곡비 생각 / 허공의 집 / 구름의 박물관
김철교
지금 세우소서, 내 님의 나라 / 붙드소서, 삶의 닻을 / 열어 주소서, 평안의 땅 / 회복시켜 주소서, 이마고 데이 / 밝고 맑은 언어만
최용호
호반湖畔으로 가는 길 / 찻집에서 / 미천골 / 영포榮浦 오일장 / 산중설경山中雪景
조수일
슬픔에 관한 소고 / 여귀꽃 / 독살 지대 / 팔손이 / 곤약 퍼프의 사용법
김 휼
꽃살문 아래 / 버킷리스트 / 호주머니 속의 하늘 / 시간의 서설 / 샛노란 순간을 미분하다
사영숙
단풍 1(해충에게) / 단풍 2 / 문안 / 어머니 / 중년의 숲에서
박은혜
중년의 가을 / 아침 화장 / 은행나무 길 / 사이 / 비트를 깎다
고경자
발바닥들 / 날개를 달다 / 적벽, 반추된 화석들 / 우리가 꿈꾸는 것 / 촛불
신양옥
단풍을 읽다 / 편백 사우나 / 진달래꽃 / 눈꽃 / 해오라비난초
제인자
갈릴리 / 사순절 / 사순절 2 / 휘돌아 가는 길 / 쓸쓸
김윤희
단풍이 가기 전 / 은행잎 / 눈 내리는 날 / 커피 한 잔 / 진실과 거짓
권 현
각인 / 오직 그 한마디 / 베드로의 눈물 / 금척리 고분 / 질주
편집후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가을장마
- 남금희
집을 자주 비우는 아내에게 삐쳐서
집을 나왔다
골목길 내려와 가게 앞 처마에 멈춰 서자
비는 소강상태
가방을 멘 학생들이 두런두런 지나가고
마주 오는 아주머니 우산이
묵직한 시장 가방 쪽으로 기울어 있다
물웅덩이가 파인 아스팔트 위를
한 사내가 바짓가랑이를 거머쥐고
허둥지둥 횡단한다
차가 경적을 울리자 물보라도 따라붙는데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가로수 늘어선 길 끝을 바라본다
멀리서 보면 모든 게 풍경이다
어디를 돌아도 길은 이어지고
바람에 후드득. 풀 죽은 비꽃들 떨어진다
호주머니 속의 하늘
- 김 휼
그곳에는 두 개의 달이 있었다
한 줌 생각을 끌어올리는 호두나무 잎사귀가 무성해지고 근심이 매달리기 시작하면 아버지는 달을 굴렸다 달이 없는 빈손의 어머니는 구석에 물을 떠놓고 두 손을 마주했다 주기적으로 달은 돌아갔다 주머니 속을 돌아서 나간 월급의 주기 따라, 월식이 있어 흑암이 온 집안을 뒤덮을 때에도 달은 돌아 허공에 새 길을 내었고 아이들은 태어났다 그것은 황금 비율의 법칙 치우침 없이 호르륵 돌아가는 얽은 달 소리에 우리들은 단단하게 여물어 갔다 계절은 그늘을 거두어 가고 주머니 속의 하늘도 저물어 갔지만 지금도 가만히 손을 쥐면 호르륵호르륵 돌아가는 달
속수무책, 내 눈 속에서 환희 돋는,
어머니
- 사영숙
엄마는 말수가 줄었다
평소 말을 많이 하지 않았던 엄마이지만
엄마의 움직임도 더디어진다
문턱이 닳도록 바지런히 나다니던 엄마였으나
주간보호센터에서
오순도순 아들 내외 손녀 손자의 집
거실 넓은 아파트로 귀가한 후
다음 날 다시 등원하기까지
2평 남짓 안 되는 문간방
홀로 엎치락뒤치락
밤과 새벽은 길고 짧지 않음인가
엄마는 가족들의 말을 잃어 간다
세상의 언어를 잃고
침묵으로 생사를 이어가기로 하였나
엄마의 휴대폰에서 전해 주는 메시지
“고객님께서 전화를 받으실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