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서양사 > 서양중세사
· ISBN : 9791189791025
· 쪽수 : 496쪽
· 출판일 : 2025-10-31
책 소개
목차
머리말. 중세, 몸짓의 문명
01. 고대의 유산
02. 기호의 종교
03. 신의 손
04. 구별
05. 수련자 규율
06. 속인과 성직자
07. 몸짓의 언어
08. 기도에서 종교적 도취까지
09. 상징적 효력
맺음말. 중세 몸짓의 다양한 얼굴
책속에서
이 이야기와 그것이 상기시키는 사건들이 속한 중세 문명은 때때로 ‘몸짓의 문명’이라고 불린다. 리셰 드 랭스의 증언을 바탕으로 이 표현에는 이중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일반적인 방식으로 ‘신체의 움직임과 태도’로 정의되는 몸짓은 중세의 사회적 관계에서 매우 커다란 중요성을 지니고 있었다. 아니면 적어도 성직자에게는 그렇게 인식되어 정치적ㆍ역사적ㆍ윤리적, 더 나아가 신학적 성찰의 대상마저 되고 있었다.
몸짓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무엇보다 신체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독교의 신체는 양면적이다. 한편으로 그것은 죄의 기회이고, ‘영혼의 감옥’이며, 인간이 구원으로 나아가는 길을 가로막는 것이었다. 이런 판단은 신체를 가장 잘 표현하고 확장하며, 그것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몸짓에 주어지는 가치에도 호의적이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다른 한쪽에서는 인간이 구원을 얻을 수 있는지가 바로 자신의 신체에, 특히 자선과 참회의 몸짓에 달려 있다고 끊임없이 환기되고 있었다. 기독교인에게 신체는 필요악과 같다. 기독교의 밑바탕을 이루는 신화 자체가 타락한 인류의 구원을 보장하는 신의 아들의 육화, 곧 ‘신체를 얻은’ 일에 관해 말하고 있다. 이를 위해 ‘그리스도의 몸’은 성찬 의식에서 날마다 모든 기독교인에게 희생되고 분배된다. 그러므로 나쁜 몸짓이 있다면 좋은 몸짓도 있어야 했고, 무엇보다 그리스도가 본보기를 보인 몸짓이 그러했다.
인간은 그들끼리든, 신과의 사이에서든, 소통하고 기도하고 저항하기 위해 몸과 영혼을 다 바쳐 끊임없이 몸짓을 했다. 그것에 자신의 모든 인격, 자신의 믿음과 맹세한 신앙, 사회적 품격의 가치를 모두 부여하고, 때로는 죽음 전후의 운명을 맡기기도 했다. 이런 문화에서 가장 엄숙하고 거룩하며, 가장 흔하고 반복적일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가장 무의식적으로 행해지던 몸짓에 관한 연구가 역사가에게 한 사회의 작동을 가장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리라는 것을 어찌 의심할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