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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외국 과학소설
· ISBN : 9791192738178
· 쪽수 : 624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
나치는 멍한 기분으로 그 말을 들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알 수 없는 신기한 목소리였다.
“난 허주 승선원이 되기 싫어요. 후카시 오빠의 피를 빨고 싶지도 않고요.”
무의식적으로 그런 중얼거림이 흘러나왔다.
그 말은 거의 혼잣말에 가까웠다.
여자는 발밑의 독한 장미를 가리켰다.
“이걸 왜 독한 장미라고 부르는지 아니?”
“아뇨.”
나치는 힘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건 말이지, 원래는 ‘똑똑한 장미’야. 한마디로 이건 현명한 장미.”
여자가 노래하듯 대답했다.
나치는 대조적으로, 신음하듯 중얼거렸다.
“그럼 ‘썩은 장미’는”
“어리석은 장미지.”
여자가 계속해서 말했다.
“왜 어리석은 장미일까?”
여자는 나치의 얼굴을 보며 생긋 웃었다. 그 미소를 보니 이유는 모르겠지만 또다시 울고 싶어졌다.
“똑똑한 장미는 피어나서, 시들고, 어김없이 져 버리는 꽃이야. 그래서 현명한 거야.”
여자는 천천히 양팔을 벌렸다.
“하지만 어리석은 장미는 시들지 않아. 피어난 채 영원히 지지 않고, 말라 죽지도 않아. 그래서 어리석은 장미라고 하는 거지.”
(……)
전신에 소름이 쫙 끼쳤다.
그것은 현기증이 날 정도로 폭력적인 충동이었다.
온몸에 뜨거운 무언가가 내달리며 끔찍한 감정이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콸콸 솟아나는 느낌이었다. 몸이 지금의 두 배 정도는 부풀어 오른 듯했다.
큰일 났다.
나치는 패닉에 빠졌다.
책상에 앉아 있어도 누가 머리를 붙잡고 마구 끌어당겨 일으켜 세우려는 것만 같았다.
눈앞이 깜깜해졌다가, 밝아졌다가, 새빨개졌다.
먹고 싶어/원해.
나치는 필사적으로 눈을 깜박거리며 목덜미로 땀을 뻘뻘 흘렸다.
통로를 꽂아, 동그란 핏방울이 새하얀 피부 위로 솟아나는 모습을/
안 돼, 자꾸 생각이 나.
식은땀인지 뜨거운 땀인지 알 수가 없었다. 추운지 더운지도 구분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위장 속이 뜨겁게 느껴지는 것은 확실했다. 마치 불을 꿀꺽 삼켜, 배 속에 불이 들어 있는 듯했다.
뜨거워.
나치는 손으로 배를 짚었다. 정말로 안에서 열을 내뿜는 듯 뜨거웠다.
땀이 뻘뻘 솟아나 손이 젖었다.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이렇게 엄청난 충동이 자신의 내면에 숨어 있다니 너무나 두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