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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역사학 > 역사학 일반
· ISBN : 9791195716074
· 쪽수 : 288쪽
책 소개
목차
들어가며 : '기억을 학살하라' 그들이 비극의 역사를 부정하는 법 임지현
1부 전쟁 속으로
1. 여자의 얼굴을 한 전쟁
일본군 '위안부' 증언 이후의 풍경들 이현미
2. 강제동원: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강정석
3. 금순이의 6.25
기억과 기념으로서의 한국전쟁 이용우
4. 훗카이도 강제노동 희생자의 70년 만의 귀향 류석진
5. 군대와 ‘위안’ 문화의 기억
'위안부'를 다각화하기 허윤
2부 국가로부터
1. 풀뿌리 항쟁의 '이름'없는 진짜 주역들 김정한
2. '국풍 81'의 기억과 1980년대 문화정치 배주연
3. 5·18 그리고 '철의 폭풍', 희생의 연대는 가능한가 이영진
4. 기억의 전쟁터, 국사 교과서와 진도 정면
5. 제주 4·3 사건의 위령
트라우마와 포스트 기억의 정치학 김성례
6.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
삼청교육대, 사회보호법 그리고 우범인종주의 이상록
3부 다른 나라에서
1. 로이사이다의 주거권 투쟁
주거난 현실이 소환한 '저항의 기억' 황은주
2. 대만 중정기념당, 불멸의 기억 정헌주
3. 천안문, 중국과 서구의 집단기억 정화 홍지순
4. 전쟁과 여성
이디스 카벨을 기억하다 김영주
5. 태국 최초로 왕실을 공개 비판하다.
'입헌정치' 대중운동 시작한 청년들 서지원
6. 소련의 '순교 성인' 파블리크 모로조프.
정치종교의 순교 성인과 환속 사이의 기억 갈등 이종훈
4부 기록되고 기록하다
1. 모든 것을 무릅쓴 기억들, 재난 아카이브 박현선
2. 법을 통한 친일 과거청산, 그 가능성과 한계 이철우
3. 식민주의 전승과 소리의 기억 배묘정
4. 역사부정죄
법은 역사부정에 맞서는 무기인가 이소영
5. ‘6·25 전쟁’ 또는 ‘한국전쟁’을 둘러싼 역사 교육 논쟁 김상훈
5부 기억과 흔적
1. 민족의 토포필리아 자본의 토포포비아, 효창공원 정일영
2. 이태원×기지촌, 혐오와 망각의 투기촌 김주희
3. 사북항쟁, '가해자'라는 기억의 굴레 김정한
4. 고집스러운 독일 한인 광부들의 기억 이유재
5. 더 이상 목선을 만들지 않는 조선소,
기억문화'를 대패질하다 우찬제
6. 식민지 건축 유산을 활용한 도시재생사업의 딜레마
항일의 기억과 식민지 미화 투어리즘 사이에서 전재호
7. 21세기 북한, 대립하는 두 개의 기억과 두 개의 공간 차문석
8. 빈곤의 추억과 불평등의 기억 황병주
9. 죽음의 정치적 승화와 김정은 정권의 문화적 기억 김보민
나가며 : 기념에서 기억으로 기억의 법제화를 경계하며 임지현
책속에서
권력을 가진 가해자가 문서와 역사적 서사를 독점한 상황에서 힘없는 희생자들이 가진 것은 기억과 증언뿐이다. 그런데 증언은 불완전하고 감정적이며 때로는 부정확하다. 실증주의로 무장한 부정론자들이 죄인 다루듯 증인을 압박하고 증언의 가치에 흠집을 내려고 시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거짓말,’ ‘조작,’ ‘왜곡,’ ‘날조’ 등의 언어폭력이 역사적 비극의 생존자들에게 가해지고, 이는 ‘실증’이란 이름으로 정당화된다. 기억이 흐릿하다는 이유로 희생자들은 자신들의 말을 빼앗긴다. 자신의 내밀한 아픔이 타자의 실증적 언어로 규정될 때, 이들은 자신의 아픔을 인정받지 못한 데서 오는 극심한 소외감과 고통을 겪는다. _ 임지현, 「들어가며―‘기억을 학살하라,’ 그들이 비극의 역사를 부정하는 법」
전쟁의 역사에서 비가시화되었던 여성들의 이야기는 한국 사회에도 낯설지 않다. 그 이름의 하나가 일본군 ‘위안부’다. ‘위안부’라는 말에는 항상 유보의 따옴표가 쳐진다. 가난한 식민지 여성의 성을 국가가 동원해 착취한 성노예제가 전장의 군인들에게 제공되어 마땅한 ‘위안’으로 미화되었다는 끔찍한 모순 때문이다.
이러한 모순은 전후에도 이어졌다. 태평양전쟁 세대는 ‘처녀 공출’의 소문을 익히 들어 알았고, 1975년 배봉기, 1982년 이남님, 1984년 배옥수와 노수복이 국내외 언론에 노출되었지만, ‘위안부’는 한국의 사회적 기억에서 여전히 가라앉은 존재였다. 식민 지배가 초래한 민족 수난의 표상은 될지언정, 여성의 성적 피해라는 맥락에서 공론화가 금기시되었기 때문이다. _ 이헌미, 「여자의 얼굴을 한 전쟁―일본군 ‘위안부’ 증언 이후의 풍경들」
지난 40년 동안 ‘김군’과 같은 익명의 사람들은 서서히 잊혔고, ‘가난하고 무식한 자들’로 구성된 기동타격대는 국가의 기억이 5·18을 민주화운동으로 명명할 때 그 안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밀려났다. 대학생들은 신원이 확실했지만, 그들은 누가 누구인지 분명하지 않은 무장 세력으로서 민주화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 불투명했다. 5·18의 민주화 담론에서 배제된 사람들이 오늘날 북한군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이유다. _ 김정한, 「풀뿌리 항쟁의 ‘이름’ 없는 진짜 주역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