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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사상/사회사상사 > 민주주의
· ISBN : 9791160808001
· 쪽수 : 212쪽
책 소개
목차
여는 글. 우리 안의 파시즘, 그 후 20년
일상적 파시즘은 어떻게 진화했는가?_임지현
01. 능력주의의 두 얼굴
민주적 공정사회인가, 엘리트 계급사회인가?_이진우
02. 세대-연공-인구 착종이 낳은 기득권
한국의 노동시장 불평등은 어디서 유래하는가?_이철승
03. 국민주권 민주주의에 사로잡힌 한국정치
참여가 대의를 밀어낼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_박상훈
04. 식민지 남성성과 추격발전주의
한국사회는 왜 기후위기를 직면하지 못하는가?_정희진
05. 너무 익숙해서 낯선 일상적 인종주의
한국에는 정말 인종차별이 없을까?_조영한
06. 주목경제 시대의 주인공, 관종
프로보커터는 어떻게 담론을 오염시키는가?_김내훈
07. 한국의 작은 독재자들
정치종교와 문화종교 개념으로 살펴보는 퇴행적 대중의 출현_김진호
08. 천千의 언어, 천千의 대화
부사의 정치학이 낳은 배제와 억압을 넘어서_우찬제
09. 우리 안의 행진곡과 소리의 식민성
청각을 통해 작동하는 일상 속의 파시즘_배묘정
리뷰
책속에서
민주주의가 제도화된 지 35년이 지나 실시되는 대통령선거가 여전히 색깔론에 물들어 있다는 것은 진짜 문제다. 그러니 한국사회의 정치적 공론장에서 진영론이 종교적 주술처럼 횡행하는 것도 놀랍지 않다. 상대방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는 정치의 제로섬 게임은 일상의 오징어 게임으로 재생산된다. 확신에 찬 정치 지도자나 그를 따르는 지식인들은 이단을 심판하는 중세의 종교재판관처럼 군림하고, 21세기 한국의 인터넷 익명들은 1600년 2월 ‘캄포 디 피오리 광장’에서 조르다노 브루노의 화형에 환호하는 로마 군중과 다를 바 없다. 우리의 일상과 의식을 이처럼 옭아매고 있는 한국사회의 파시즘적 결이 바뀌지 않는 한, 한국사회의 민주주의는 미래가 없다. 지난 20여 년 ‘우리 안의 파시즘’이 2.0 버전으로 업데이트되고 진화하는 동안, 우리의 민주주의는 제자리걸음이다. 이 책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 〈여는 글. 우리 안의 파시즘, 그 후 20년〉
완전한 능력주의의 디스토피아를 신랄하게 묘사한 마이클 영에 의하면, 능력주의는 엘리트와 대중이 동의할 때 강력한 이데올로기로 작동한다. “능력이 지배 원리가 돼야 한다는 데 하층 계급이 상층 계급과 뜻을 모은 만큼 선택의 수단을 트집 잡을 수 있을 뿐, 모든 사람이 신봉하는 기준 자체는 건드릴 수 없었다.” 능력을 결정적인 요소로 보는 인식이 만연하면, 엘리트는 능력 있는 사람으로 존중받고 아무 능력도 없는 다수는 절망의 나락에 빠진다. 성공한 사람은 마땅히 받아야 할 노력의 대가를 받았을 뿐이라고 여기며 오만해지고, 실패한 사람은 능력이 없고 노력을 게을리했기 때문이라는 패배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승자에게 갈채하고 패자를 조롱하는 태도가 당연해지면, 패자 스스로 자신을 조롱한다. 신분상승의 수단인 동시에 현상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능력주의는 결국 인간의 존엄을 빼앗는다.
- 〈01. 능력주의의 두 얼굴〉
베이비부머들이 물러가면 이 모든 세대-연공-인구 착종 문제도 해소될까? 그렇지 않다. 이들이 노동시장에서 사라지더라도 이들이 구축해놓은 정규직 위주의 연공 시스템은 그대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다음 세대 또한 가파른 연공제 사다리가 부여하는 상층 정규직의 수혜를 누리기 위해 극심한 경쟁에 뛰어들 것이다. 따라서 연공제를 중심으로 확대된 불평등의 구조는 다음 세대에도, 또 그다음 세대에도 반복될 것이고 심지어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 〈02. 세대-연공-인구 착종이 낳은 기득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