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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6850128
· 쪽수 : 204쪽
책 소개
목차
서문 - 나는 있어 고양이
1. 코로나 블루, 블라디미르 타틀린, 알레르기 / 이수성
2. 어쩌다 고양이 / 차재민
3. 눈물 냄새를 맡는 고양이 / 우한나
4. 묘성논란: 고양이들의 생애사 / 정은영
5. 창문 / 이소요
6. 방구석과 세계를 연결해 주는 고양이 / 김화용
7. 폭력 / 이두호
8. 정신을 차려 보니 고양이굴 / 김영글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룸 생활에 대한 환상이 사라질 때쯤, 나에게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타틀린이 한 살이 될 무렵의 일이다. 같은 공간에 있으면 콧물이 흘렀다. 내 마른 몸속 어디에서 이렇게 많은 양의 콧물이 나오는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털을 빗겨주거나 목욕을 시키고 나면 손바닥이 바늘에 찔린 것처럼 따끔거렸다. 그때부터 나는 타틀린 그리고 알레르기와 동거하게 됐다. 사실 알레르기라고 말해왔지만, 이비인후과나 내과에서 '탕탕!
당신은 고양이 알레르기 환자입니다’와 같은 진단을 받은 적은 없다. 애초에 이 문제를 가지고 병원에 찾아갈 생각도 하지 않았다. 이게 꾸며낸 이야기라고 생각해도 별수 없다. 나는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의사가 할 말을 이미 알고 있었다.
“고양이를 키우지 마세요.”
- 이수성, '코로나 블루, 블라디미르 타틀린, 알레르기'
전화할 때마다 엄마가 고양이를 산에 갖다 버리면 안 되냐고 물었다.
“고양이는 버렸니?”
“아니.”
어느덧 카카오톡 대화 화면이 ‘고양이는?’으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그녀에게, 고양이가 집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인간이 고양이를 괴롭히는 일이자 고양이가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는 일인 듯했다. 그녀는 늘 이렇게 말했다. “동물은 밖에서 살아야지. 그게 순리다. 야생으로 살아야 할 동물을 길들이고 식성을 바꾸는 일은 어리석은 짓이야.”
어느 날 그녀는 미국 어딘가에서 죽은 아이를 부검했더니 폐에 애완동물의 털이 가득 차 있었다는 해외 뉴스를 보내주었다. 그리고 내 폐에 털이 쌓이는 상상을 멈출 수가 없다고 했다. 나는 그녀의 톡에 도심 골목에서 쓰레기봉투를 뒤져 총각무를 물고 가는 고양이 사진으로 답신했다. 모든 고양이가 시골에서 살고 있지 않으며 거의 모든 곳이 도시화되는 세계에서 이제 고양이가 인간과 함께 사는 것이 순리라고 써 보내고 싶었지만, 그런 설명은 쓰다가 지웠다. 그건 그녀에게 너무 복잡할 것 같았다.
- 차재민, '어쩌다 고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