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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학 > 사회학 일반
· ISBN : 9791197210587
· 쪽수 : 352쪽
· 출판일 : 2022-06-10
책 소개
목차
서문
1. 성장 신화─로버트 케네디
2. 누가 자본주의를 죽였을까?─로자 룩셈부르크
3. 유한한 것과 무한한 것─엘렌 맥아더
4. 번영이란 무엇인가?─존 스튜어트 밀, 아리스토텔레스
5. 사랑과 엔트로피에 대하여─루트비히 볼츠만
6. 경제학은 스토리텔링이다─린 마굴리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7. 노동에서 작업으로─한나 아렌트, 윌리엄 모리스
8. 희망의 숲 지붕─왕가리 마타이
9. 권력의 기술─틱낫한, 헨리 데이비드 소로, 존 로크
10. 베네치아의 돌고래들─에밀리 디킨슨
감사의 말
주석
참고문헌
책속에서
태평성대였다. 1월 셋째 주, 유럽에서 가장 높은 고도에 자리한 마을에는 해가 찬란히 솟았다. 이른 아침 햇살이 찬연히 드리운 눈 덮인 봉우리들은 알프스 특유의 푸른 하늘에 금빛으로 번쩍였다. 참으로 장엄한 자연이었다. 특권과 권력을 지닌 이들이 모이는 연례 부흥회 배경으로는 더없이 완벽했다. 각국 수반과 억만장자들이 모여들었고, 리무진과 헬리콥터가 줄을 이었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제50회 세계경제포럼이 막 열리려는 참이었다.
낙원은 개척자 정신으로 일군 땅인 법. 숲에 불을 지르고, 땅을 파헤치고, 그 위에 건물을 세워라. 진보는 공사판에 다름 아니다. 당장은 지저분해 보여도 내일은 쇼핑몰과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서 번영의 풍광을 자랑하게 되리니. 이 비전에 의심을 품는 자들은 사멸하게 놔둬라. 등교 거부하는 학생들, 기후 파업 참가자들, 멸종저항 운동가들 따위야 지옥으로 꺼져버리면 되리니. 옛 점쟁이들의 후예들에게 저주 있으라. 억지 낙관주의야말로 오늘의 시대정신이다. 그리고 명백한 위험들은 권력 담론에서 삭제된다.
어느 문화, 어느 사회든 생존 수단 노릇을 하는 신화에 매달리기 마련이다. 우리의 경우 그것은 경제 성장 신화다. 경제가 계속 확장하는 한 우리는 삶이 점점 더 나아진다고 느끼며 안심한다. 개인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진보하는 중이라고 믿는다. 미래의 세상은 자손 대대로 점점 더 밝아지고 빛나리라고 확신한다. 반대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환멸이 머리를 든다. 붕괴가 우리의 안정을 위협한다. 먹구름이 불안하게 다가온다. 경제가 성장에 전적으로 의존하므로 이런 악귀들은 참으로 위협적이며, 우리를 지탱하는 핵심 서사를 불신하게 만듦으로써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