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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57075715
· 쪽수 : 328쪽
책 소개
목차
한국어판 서문 ― 대지에 마음을 바치다
1장 들어가면서 던지는 몇 마디
2장 나의 그 시대
3장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4장 큰아버지 일가
5장 나의 넷째삼촌
역자 후기 ― 생존과 존엄
리뷰
책속에서
저는 이 책 『나와 아버지 세대』가 그런 점에서도 충분치 못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저는 그렇게 했습니다. 글을 구상하거나 설계하지 않고, 정교하게 조탁하거나 퇴고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펜이 제 마음의 가장 아픈 곳과 가장 따스한 곳들을 툭툭 건드리고 지나가게 했습니다. 할 말이 있으면 하고, 할 말이 없는 곳에서는 멈추게 했습니다. 그리하여 제 펜 끝에서 만들어지는 구름 한 송이와 풀 한 포기, 그리고 한마디 새 울음소리가 모두 땔감과 쌀과 기름과 소금과 연결되어 그 대지 위의 누런 흙과 함께 생장하고 대지의 숨결과 함께 호흡할 수 있기를 기대했습니다.
곰곰이 생각하면서 밤낮으로 깊은 사유와 질의를 거듭했다. 우리 아버지 세대의 삶과 운명을, 나의 유년과 소년 시절을, 그리고 그 세월 속에 쌓여 있는 흔적과 먼지를 추적해보았다. 마침내 어느 순간에 우리 아버지 세대가 당신들의 일생에서 겪었던 모든 수고와 노력들이, 모든 행복과 따스함이 결국은 살아 있기 위한 것이었음을, 살아 있는 과정 속의 쌀과 땔감이었고 기름과 소금이었으며 살다가 병들고 늙고 죽는 것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쌀과 땔감, 기름과 소금을 위한 온갖 고생과 즐거움, 생로와 병사 속에서 몸부림친 고통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십오 년이라는 세월은 표류하는 아주 긴 강과 같았다. 이 강 같은 세월의 표류 속에서 아주 오래된 일들이 무수히 흘러갔지만 나는 그 일들을 한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 내 기억 속에서 가장 새롭고 생생하게 잊히지 않는 것이 바로 우리 아버지의 얼굴, 그리고 생전에 죽도록 일만 하다 가신 우리 아버지의 일하는 모습이다. 우리 아버지는 농민이었고 노동이 당신의 본분이었다. 아버지는 낮이나 밤이나 일을 해야만 자신이 살아 있음을 체감하고 생존의 의의를 깨달을 수 있었다. 이는 어느 모로 보나 너무나 당연하고 필연적인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