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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64260388
· 쪽수 : 280쪽
· 출판일 : 2011-07-01
책 소개
목차
서문
이제하
비취도翡翠島
김민효
봄날은 없다
탱고를 기다리며
난간 위의 술병
오! 해피 타임
윤용호
성삼문의 마지막 술 한 모금
‘나 홀로 한잔’과 키친 드링커
아버지의 금연과 소주 한 잔
사형수에게 마지막 술 한 잔을
백경훈
주적성, 해군성
빈 잔
유경숙
국경노인
월하독작月下獨酌
처용의 변명
이목연
막내
타타타
안영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낮달
권주가
서지원
두보杜甫의 외상 술값
파라다이스 가6단 38호
공자 빼갈白干 마시기
구준회
술맛 죽이는 대학
술 먹는 소년
최서윤
창밖의 여자
새 술
때가 되면
김의규
도인
정이란 무엇일까
2020 보고서
김 혁
커다란 눈물방울 모양의 사리
최옥정
마지막 술잔
신의 눈물
정 환
바뻐유?
김정묘
춤추는 달
긍정적인 도보 씨의 하루
답은 없어요
배명희
제주祭酒
클리프 행어
정성환
연인의 술잔
사랑의 포도주
이진훈
술 조사
사람이 그립다
윤신숙
음복
날개 세레나데
김진초
싸구려 주님
이쁜 아줌마
구자명
매실주 익는 시간
누유漏油의 계절
포장마차 속의 세 그림자
성탄 전야
진눈깨비
저자소개
책속에서
오늘… 한 잔 술이
그대의 먼 사랑보다 따뜻하다
휴대폰을 뒤적거려본다. 부재중 통화 내역을 확인하고 수신된 문자 메시지를 다시 살핀다. 없다. 컴퓨터를 켜고 메일 박스에서 받은 편지함을 열어본다. 없다.
오래 전에 수신된 메시지를 다시 읽는다. 하트로 그린 하트. 하트의 개수를 센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하트를 ‘사랑해’로 바꾼다. ‘사랑해’가 수북해진다. 그의 외투를 꺼내서 어깨에 걸친다. 그래도 춥다.
달력을 본다. 삼월의 달력 속에는 활짝 핀 벚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숨죽인 바람으로도 화르르 꽃이 질 것처럼 환하고 위태롭다. 이미 지나간 삼월. 삼월을 쭉 찢어낸다. 찢어낸 시간을 깔고 앉아 술병을 연다.
그의 먼 사랑보다 소주 한 잔이 더 따뜻한 저녁, 겨우내 살 냄새를 저장시킨 외투가 안줏거리로 구워진다.
봄날이 있긴 있었나? 달력을 깔고 앉아서도 봄을 읽지 못하는 몸뚱어리, 여전히 겨울 속이다. 푸른 소주병 속으로 몸을 밀어 넣는다. 따뜻해지는 몸뚱이, 환해지는 기억, 봄의 온전한 가슴이 울타리가 되고, 외투가 되고, 포근한 내의가 된다.
봄날 편, 벚꽃 만개한 달력 위에서 밑바닥 불안한 술병이 휘청거린다. 여전히 날 세운 바람이 불고 술잔 속으로 벚꽃이 진다.
- 김민효 <봄날은 없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