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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건축 > 건축이론/비평/역사
· ISBN : 9788994452128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11-12-28
책 소개
목차
서문
Part1. 건축의 지식 지형
현실의 발견 _ 정인하
- 근대화의 정착과 세계화로의 이행
파편과 체험의 언어 _ 배형민
- 1980년대 이후 한국 건축담론
Part2. 도시의 지식 지형
한국의 도시현실과 도시지식 _ 조명래
- 1980년대 후반 이후의 도시상황을 중심으로
이상적 도시환경 _ 민범식
- 우리나라 신도시설계를 돌아보다
Part3. 조경의 지식 지형
근대의 굴레, 녹색의 이면 _ 배정한
- 한국 조경의 근대성과 박정희의 조경관
장소의 기억과 재현 _ 조경진
- 한국 공원의 정치와 디자인을 횡단하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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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책속에서
한국의 도시화는 1960년대부터 본격화 되었지만 도시와 사회적 삶의 결합이 깊어진 것은 1980년대 후반 혹은 1990년대 초반부터라 할 수 있다. 도시화 곡선이 한 사이클을 주파한 이때부터 도시로의 인구 집중, 즉 도시화의 속도는 현저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가령, 서울의 인구 성장 곡선은 1992년에 최고점에 달한 뒤 지금까지 정체된 패턴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 변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구의 질적 구성 변화다. 이때부터 도시의 주인공은 그동안의 이농 1세대에서 이들이 낳은 2세대로 바꾸어지기 시작했다. 베버(Weber)의 표현을 빌면 ‘도시적 인성(urban personality)’을 가진 근대 시민이 바야흐로 등장한 것이다. 그 후 1997년 환란위기를 거치면서 성장기 동안 얼기설기 꾸려지던 도시적 삶은 자본주의적 법칙에 순응하는 것(예, 고용관계의 양극화, 상품소비관계의 심화 등)으로 전면 재편되었다.
이것이 함의하는 바, 1980년대 후반 이후 한국의 도시공간은 도시적 삶의 심화된 사회성을 담아내는 것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성숙기 도시화의 내부적 삶의 지형만 아니라, 이때부터 불어 닥친 지구화, 탈산업화, 탈근대화, 탈도시화 등과 같은 거시사회 변동의 물결과 합류함으로써 더욱 복잡해지고 다채로워진 도시적 삶의 지형을 투영하고 있다. 한국의 도시공간은 ‘심층 도시성(deep urbanity)’을 품게 되면서 읽고 독해할 꺼리가 풍부한 텍스트로서의 성질을 띠게 된 것이다.
한국 현대 조경의 지식 지형을 그리는 일은 이중적 딜레마에 봉착하기 쉽다. 우선 조경 실무 분야에서 지형도를 구축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많은 프로젝트는 있으나 여러 단계의 작업과정 속에서 조경 설계가의 존재가 소멸되거나 설계가의 의도가 희석되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자연히 작가의 철학이나 디자인의 아이디어가 온전히 실현되는 설계 작품이 드물 수밖에 없다. 더구나 구현된 설계도 내밀한 사유가 농축된 사례는 많지 않고, 정치적이고 행정적인 의사결정과정을 거치면서 설계의 주요한 골격이나 생각이 훼손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조경의 실무 영역에서 일관된 설계 성향을 견지하거나, 다양한 설계 경향이 공존하면서 조화롭게 어우러져 복합적이고 풍부한 지층이 형성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조경의 지식체계는 철저하게 현실의 변화를 수반하는 실천성에 기반을 두는 바 실무 현장이 명확히 포착되지 않는 상황에서 지식 지형을 논하는 것은 더욱 힘든 일이 된다. 물론 학계는 자신의 고유한 논리체계로서 학문적 존립을 위하여 조경 관련 지식을 생산해낸다. 그러나 실천적인 유용성이나 함의가 없는 자기 완결적인 지식체계에 몰입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실천 지식체계를 형성하지는 못한다. 그러므로 한국 조경의 지식 지형을 파악하고자 하는 시도는 근원적인 한계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