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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신화/종교학 > 종교학 > 종교학 일반
· ISBN : 9791189186197
· 쪽수 : 277쪽
· 출판일 : 2022-06-30
책 소개
목차
머리 말
라깡의 정체화(Identification)와 루터의 노예의지(servo arbitrio)
강 응 섭 11
힌두뜨바(Hindutva) - 종교와 정치가 나쁘게 결합된 좋은 사례
박 수 영 49
정치는 꿈꾸고, 종교는 해몽(解夢)한다
박 종 식卍宗空日 79
근대 일본불교와 민족주의
원 영 상 법명 :원익선 123
노자의 정치 철학
이 명 권 161
조지아의 체제전환: 속국에서 독립국으로
조 은 식 197
민중신학과 민중운동의 중요성
조 재 형 225
손문(孫文)의 혁명개념과 인간이해
최 자 웅 241
저자소개
책속에서
라깡의 정체화(Identification)와 루터의 노예의지(servo arbitrio)
강 응 섭 예명대학원대학교 교수
Ⅰ. 들어가는 말
이 글은 라깡(Jacques LACAN, 1901-1981)의 정체화 이론과 루터(Martin LUTHER, 1483-1546)의 노예의지 이론을 크게 세 부분에서 비교한다. 첫째 정체화 제1장르: M←a와 자유의지, 둘째 정체화 제2장르: S←A와 성서, 셋째 정체화 제3장르: Sa와 노예의지. 정체화 이론은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1939)의 연장선상에서 라깡이 발전시킨 것인데, 그의 여러 저서에서 뼈대 역할을 하고 있고, 특히 1961년-62년 세미나는 Identification(停滯化)을 주요 제목이자 테마로 다루었다. 이 이론은 그의 사상을 구조적으로 세우는 토대인데, 이 짧은 글에서 그의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 그가 고안한 ‘도식L’에 따라 정체화의 제1, 2, 3장르를 설명할 것이다. 그의 이론을 잘 알지 못하더라도 이 글을 이해하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이 글은 루터의 생각을 중심으로 전개하고 비교할 것이다. ‘도식L’은 이 글의 각주 29번에 해당하는 그림이므로 참조하면서 독서하면 좋을 것이다.
이 비교를 통해 개신교 신학 문헌의 해석틀의 하나로 정신분석 이론을 제시하고자 한다. 일단 이 글에서는 구조적인 분석이라는 한계 때문에 세밀한 분석은 시도하지 않겠고 구조분석에 주안점을 둘 것이다. 라깡과 종교 일반에 대한 담론 가능성을 위해, 필자의 다음 글을 참고할 수 있다. “라깡과 종교”, in 「라깡과 현대정신분석」(2005 Winter, Vol. 7). 라깡과 개신교 신학 간의 세밀한 분석을 위해, 필자의 『동일시와 노예의지』(서울: 백의, 1999), “아우구스티누스와 라깡”, in 『생명의 영성』(서울: 대한기독교서회, 2004.)을 참조할 수 있다. 그리고 프랑스와즈 돌토의 『정신분석학의 위협 앞에 선 기독교』(김성민 옮김, 서울: 다산글방, 1999)와 『인간의 욕망과 기독교 복음』(김성민 옮김, 서울: 한국심리치료연구소, 2000), J. ANSALDI의 Le dialogue pastoral(Geneve: Labor et Fides, 1986)과 L’articulation de la foi, de la theologie et des ecritures(Paris: Les editions du Cerf, 199l), 그리고 Dire la foi Aujourd'hui(Suisse Aubonne: Moulin, 1995)를 참조할 수 있다.
1. 정체화 제1장르: M←a와 자유의지
1) 거울 단계와 근본적 의의 박탈
『출애굽기』를 연구하면서 에라스무스는, 왜 하나님께서 나쁜 의
힌두뜨바(Hindutva) - 종교와 정치가 나쁘게 결합된 좋은 사례
박 수 영 박사
1. 머리말
최근의 각종 보도에 따르면, 인도는 조세·토지·노동의 3대 개혁과 2016년 전격적으로 시행된 화폐개혁 등 각종 개혁정책 및 모디노믹스(Modinomics)라 부르는 경제개발 정책을 통하여 새로운 신흥경제국(emerging country)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때 해외원조를 받기 위해 가난과 영혼을 수출한다고 자조하던 인도가 이제는 “인도에서 만들어라”(Make in India)라는 구호 아래 제조업에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하였으며, 최근에는 구매력평가지수(PPP) 기준 GDP가 이미 그들의 과거 식민지배국인 영국을 추월하였고, 이어서 독일, 일본마저 추월하여 세계 3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하였다. 세계적 IT 기업 상당수의 CEO가 인도계로서 이 분야에서는 이미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명목(nominal) 지수로는 아직도 1인당 GDP가 2천불에 불과한 인도가 조만간 현재의 중국 수준에 도달한다는 것을 예상한다면 미래에 미중과 더불어 이른바 빅3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로 밖에 안 보인다.
인도 경제가 제조업을 정책적으로 육성하면서 제조업이 중심인 우리나라와의 협력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최근에 있었던 고고도미사일방위체계, 일명 싸드(THAAD)를 둘러싼 중국과의 갈등은 우리에게 몇 가지를 시사한다. 첫째는 특정 경제권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정치·경제적 취약성이고, 둘째는 다른 지역과의 갈등을 사전에 방지하거나 또는 사후에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지역 전문가의 필요성이다. 그렇다면 중국경제에의 과도한 의존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중국 비중을 낮춰 정치적 변수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과 더불어 그 자체로서 또 하나의 거대한 시장인 인도라는 새로운 파트너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하여 우리에게는 기존의 불교 또는 “자아를 찾아 떠나는 여행”으로 알려진 인도와는 다른 시각에서 인도에 접근하여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즉 개인의 종교 또는 취향에 따라 필요한 사람만 선택적으로 알아야 하는 인도에서 우리의 생존을 위하여 모든 한국인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하는 전략적 지역이라는 관점에서 인도를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대 인도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현실이라는 지역학에서 출발하여 그 문명의 기저에 자리잡은 사상의 뿌리까지 통찰하여야 할 것이다.
현대의 인도는 90년대 이후 경제가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국가의 정체성과 관련하여 힌두뜨바(Hindutva, 인도는 힌두교만의 나라여야 한다는 정치이데올로기)와 세속주의(정치와 종교는 분리되어야 한다는 정교분리주의적 입장)의 갈등 및 각종 종교간의 갈등이 존재한다. 이러한 갈등에서 항상 중심에 서있는 주류는 힌두이즘이며, 그 뿌리는 중세시대에 샹까라(Śaṅkara) 등에 의해 정립된 베단따 철학이다.
본고는 현대 인도에서 세속주의와의 갈등 및 이슬람과의 갈등이라는 두 가지 주요 반목의 중심에 서있는 힌두뜨바에 대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2. 힌두뜨바 개요
영국 식민지 시대부터 시작된 인도의 사회문화적 정체성을 규정하고자 하는 문제는 힌두와 힌두이즘의 성격을 규정하는 문제와 더불어 전개되어왔다. 1990년대 이후 인도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인도의 정치적, 경제적 중요성이 커지는 것과 더불어, 소위 문화 민족주의(cultural nationalism)로 불리는 현상이 인도 국내뿐 아니라 해외의 인도 교민 사회에서도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cf. Chandhoke 1999; Chatterjee 2001; Mayaram 2004.
문화 민족주의의 구체적인 내용은 지역과 나라에 따라 매우 다양하지만, 힌두(Hindu)와 힌두이즘(Hinduism)의 성격을 규정하는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관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힌두-힌두이즘의 성격을 규정하는 문제는 영국 식민지 시대에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래 독립운동 시기를 거쳐 현재까지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데, 이것은 한편으로는 근대국가로서 인도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이해하는 문제일 뿐 아니라, 다른 한편으로는 서구를 비롯해 다른 사회들과 구별되는 인도의 사회
정치는 꿈꾸고, 종교는 해몽(解夢)한다
박 종 식卍宗空日
머리말 ; 종교가 질병이라고?
종교는 언젠가는 치료되어야 할 하나의 질병이다. 그 질병이 치료될 때, 사람들은 자신에게 존엄을 부여하기 위해 더 이상 다른 세계를 꿈꾸지 않아도 된다. 그 대신 실제 역사에 존재하는 사회 속에서 인간 존엄성의 조건들을 수립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종교라는 질병이 치료되고 더 이상 꿈꾸지 않아도 되는 그 세계는 변혁을 통해서 실재할 수 있다. 스스로 나비가 되는 호접몽을 꾸었던 장자(莊周, 莊子, BC 369~289)는 당대의 권력자들인 제후들에게 그들이 꾸는 꿈이 그저 그러한 꿈일 뿐이라고 설파하였다. 종교철학적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장자다운 접근이었다. 종교철학이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장치가 필수적이다. 초현실적 비전을 토대로 철학적 의의를 찾아야 한다. 그 후 샤먼의 신화를 상징적 우화로 변화시켜 거기에 존재론적 형이상학적 사상을 투영시키는 것이다. 이 과정은 제3단계의 샤먼 의식을 한 단계 뛰어넘는 철학적 지성의 2차적 조작이 필요하다. 고대 중국사상계에서 장자는 자신의 철학을 샤머니즘의 기반에서 출발하여 그 샤머니즘을 뛰어넘었던 사람이다. 장자는 나비가 되었다는 자신의 꿈을 통하여 종교철학이 정치와 관계를 맺는 방식을 비판하였다. 장자의 설법은 샤먼스러운 우화로서, 아주 성공적으로 논지를 교묘하게 설파한 것이다.
정치에 적극 개입하여 호되게 시련을 겪은 종교의 구체적 실례들로는 다음 같은 사건들을 예로 들 수 있다. 제정 러시아를 뒤흔든 그리고리 예피모비치 라스푸틴(Grigory Yefimovich Rasputin, 1872~1916)은 치유능력과 예언에 능통한 종교인이었으나 지나치게 정치현실에 뛰어들었기에 나락으로 떨어진 불행한 사람이었다. 신돈(辛旽, ?~1371)은 공민왕의 개혁정치의 꿈을 이루려다 요승의 낙인이 찍힌 사람이다. 또한 종교적 본분에서 멀어지며 정치적 현실에서 추락을 맛본 인물이다. 또한 태평천국을 건설하려던 홍수전(洪秀全, 1814~1864)의 경우도 종교와 정치 사이의 거리를 실증하는 사례에 속한다. 이 사건들은 현실에 대하여 이상적 꿈을 바탕으로 변혁시키고자 하는 정치의 영역과 거리를 두어야만 하는 종교의 영역이 서로 다른 길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여호와의 것은 여호와에게,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라고 설파한 청년 예수의 경우가 그러하고, 자신의 고국인 카필라의 석가족이 침략당하는 것을 결국에는 묵인하며 참상을 목도하였던 석가모니의 경우에서도 확연한 것이다. 그래서 원효(元曉, 617~ 686)는 『발심수행장』(發心修行章)에서 밝히기를, 세속의 일들에 대하여 그리워하거나 개입하지 않는 것을 출가[不戀世俗 是名出家]라고 명확히 하고 있다. 이 출가라는 말은 불교의 고유용어이기는 하지만, 청렴하게 사는 것을 의무로 하는 종교인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렇다. 청빈한 삶을 통해 마음의 밭을 갈아야 하는 것이 종교인의 주요한 덕목이다. 종교인으로서 현실의 패역과 무도함을 들여다보는 것은 견디기 힘든 일이다. 현실은 가혹하여 세속인들에게도 현기증이 나게 하기도 하고 구역질이 나도록 몰아친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산으로 들어가 머리 깎고 살고 싶다고들 한다. 그러나 그 바램은 한낮의 꿈처럼 한가롭고 낭만적이어서 현실로 되기에는 어려운 일이다.
1. 패역한 현실! 들여다보기조차 싫어질 때
곤혹스러운 일들을 대하는 것은 정말로 어렵다. 쓰기 싫은 글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럴 때 글의 주제로부터 한참 비켜있는 글을 읽고 나면 한결 가벼워지곤 한다. 당말의 문장가인 사공도(司空圖, 837~908)가 펼쳐낸 <시품>(詩品)은 난처한 일상을 벗어나고자 할 때 또는 무기력해져 있을 때 좋은 차 한잔을 마시며 읊조리기에 제격이다. <이십사시품>(二十四詩品) 가운데 아홉 번째 글 「기려」(綺麗)는 문장에는 다양한 표현법이 들어 있는 것이 좋으며, 그럴 때 그 글이 곱고 아름다움이 뛰어나다 하여 붙인 제목이다. 「기려」는 읽어볼수록 문장의 기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