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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0390033
· 쪽수 : 284쪽
· 출판일 : 2020-07-2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우리는 의심하기 시작했다
신콩쥐팥쥐
다시쓴 작가의 이야기, 콩쥐와 팥쥐 그리고 나
홍길영전
다시쓴 작가의 이야기, 홍길동에게는 누나가 있었다
꼬리가 아홉인 이유
다시쓴 작가의 이야기, 꼬리가 아홉인 이야기
하늘 재판 극, 고통을 벗고 치유의 날개옷을 입다
다시쓴 작가의 이야기, 선녀와 나무꾼 그 숨겨진 이야기
부록 단군신화에 나타난 한국 여성의 분열 - 웅녀와 호녀 이야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이제 우리는 의심하기 시작했다. 왜 옛이야기에 나오는 남자들은 모두 도움이 필요한 불쌍한 존재인가? 왜 그들은 한결같이 무능하거나 불구이거나 (강간) 범죄자일까? 왜 계모는 모두 나쁜 여자일까? 왜 딸들은 버림을 받고도 아버 지를 구하거나 살리기 위해 죽음의 시련을 견뎌야만 하는 것일까?
권선징악의 결말로 끝나는 그 모든 옛이야기에서 ‘선’은 과연 누구를 위한 ‘선’이며 ‘악’은 누구를 말하는 것인가? ‘선’과 ‘악’은 누구의 관점 혹은 입장에서 기술되는가?
기존의 옛이야기들을 새로운 눈으로 보기 시작했고 모두 새롭게 다시 써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여성의 시각으로 다시 보자 많은 것이 달라졌다. 그래서 페미니즘의 눈으로 다시 쓴 우리의 옛이야기에서는 묵살되고 지워진 여성들의 목소리가 부활한다.
- 프롤로그 ‘이제 우리는 의심하기 시작했다’ 중에서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아버지는 옆집 할멈에게 나를 맡겨버렸다.
어머니를 측은해하던 옆집 할멈은 불평을 해댔지만 그래도 투박한 손으로 나를 안아주었다. 돌이 지나 걷기 시작한 아이를 늙은 할멈이 돌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할멈이 지치면 동네 이 집 저 집에 나를 맡겼다. 나는 이 집 저 집을 전전하며 눈칫밥을 먹었다. 눈칫밥이라는 것이 그런 건지 겨우 좋다 싫다는 말이나 하는 어린애였는데도 늘 화가 나 있는 상태였다. 나를 대하는 동네 어른들의 측은해하는 눈빛도 싫었다. “에 유, 저런 불쌍한 거”하며 혀를 끌끌 찼다. 그 말 뒤에 숨겨진 자신의 아이를 보며 안도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내 속은 뒤틀리고 있었다.
놀이에 끼워주지 않는 여자애들이나 나를 놀려먹는 남자애들 가리지 않고 내 성질을 건드리면 주변에 있는 것들을 던져댔다. 용케도 어른들이 볼 때는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는지, 애들끼리 있을 때만 행패를 부렸다. 애들을 울리고 난장판을 만들어도 어른들 눈에 띄지 않았고, 나는 점점 능숙하게 두 얼굴을 유지할 수 있었다. 나는 그저 불쌍하고 눈치 보는 애로만 여겨졌다.
- 「신콩쥐팥쥐」 중에서
어머니가 없었던 콩쥐는 일찍 아내를 잃고 슬퍼하는 불쌍한 홀아비를 동정하는 동네 아낙들의 젖도 얻어먹고, 십몇 세가 되어 스스로 집안일을 돌볼 수 있을 때까지는 살림 못하는 아버지를 대신해 콩쥐를 돌보던 마을의 지원과 돌봄도 받았을 것이다. 그야말로 마을의 환대를 경험하며 선하게 성장한 아이가 콩쥐였으리라.
그렇게 사랑만 받던 콩쥐가 계모와 의붓자매에게 태어나 처음 미움을 받는다. 재수 없게도 어찌어찌 어렵사리 가게 된 남의 잔치 가는 길에 꽃신을 잃어버리고, 천운처럼 그 신을 찾아 헤맨 페티시의 소유자 김 감사의 두 번째 부인이 되지만 그 행운조차 오래가지 못한다. 팥쥐에게 살해당하고 영혼 혹은 귀신이 된다. 기왕 귀신이될 거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울트라 파워 원귀가 되지 자기를 해친 당사자에게는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안/못하고, 귀신이 되어서도 울고만 있다. 다른 사람을 비난하고 원망하면서.
- 다시 쓴 작가의 이야기 ‘콩쥐와 팥쥐 그리고 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