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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91197507618
· 쪽수 : 116쪽
· 출판일 : 2021-10-20
목차
서문/9쪽
목소리/11쪽
무명씨 이야기/25쪽
다른 곳에서 오는 목소리/45쪽
우편적 목소리, 텔레-파시/75쪽
꿈의 목소리, 목소리의 꿈/93쪽
저자소개
책속에서
“내면의 목소리가 뭔지 진짜 알 것 같아요. 그건 자기 자신의 느낌인데 어떤 다른 사람의 언어에요.” 여기서 우리는 라캉이 대상 a의 외밀성extimite이라 부른 것을 목격한다. 목소리는 바깥(외부)에 있는 동시에 안(내밀)에 있어서 그 위치를 특정할 수가 없다. 목소리는 단순히 타자의 그것이 주체의 그것으로 내면화된 것이 아니라 주체와 타자를 뒤엉키게 만든다. 다른 사람의 말이 외부로부터 나에게로 묵직한 덩어리처럼 던져지는 것 같지만 동시에 그것은 내 안에서 나만이 느낄 수 있으며 아무런 물리적 실체가 없는 공백과 같다. 그래서 목소리는 안팎이 뒤얽힌 공백의 덩어리 같은 특이한 대상이다. 라캉이 말하듯, “목소리는 공백에서 공명한다.” 보이스voice는 보이드void에서 울리는 것이다.
_「목소리」
그런데 이렇게 자신을 무언가로 한정하고 어딘가에 소속시키려는 모든 언어적 기획을 좌절시키고 도주하는 존재가 무명씨라면, 그래서 그를 언어로 묶어 두려는 시도가 필패할 수밖에 없다면, 거꾸로 무명씨의 정체는 그를 포획하기 위해 내리쳐지는 언어의 그물망을 간신히 빠져나오는 순간에만, 즉 언어를 통한 자기 정체화의 실패를 통해서만 언어상에 찰나적으로 드러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무명씨는 언어적 자기 규정 시도의 실패를 뒤집어 이 실패를 계속해서 시도해야만 자기 자신을 점멸하듯 현시할 수 있을 것이다.
_「무명씨 이야기」
중요한 것은 이들의 존재와 사연 그 자체가 아니라, “Je”의 자리에 이들이 빚어지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도망침으로써 가까스로 드러나는 무명씨의 실체이기 때문이다. 도주의 방법이자 자기 증명의 주문은 “Je”의 자리 안에서 “지금 ‘나’라고 말하고 있는 자는 내가 아니야”라고 외치는 것이다. 무명씨는 “Je=○”이란 관계식에서, “나”를 한정 짓기 위해 우항의 빈 자리(이것이 결국 “Je”의 자리다)에 어떤 이름이나 속성을 대입하든 그 자리 바깥으로 달아나 등호를 베어 버림으로써 기어이 “Je≠○”을 만들어 놓고 마는 어깃장이다. 그가 “Je”의 자리에 마후드와 웜을 빚은 것도 결국 이들을 언어적으로 조형하는 과정에서 틈만 나면 그들로부터 선을 긋고 달아남으로써 자기 존재를 명멸하듯 빼꼼 내비쳤다 사라지기 위함이었을 수 있다.
_「무명씨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