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문화/문화이론 > 한국학/한국문화 > 한국인과 한국문화
· ISBN : 9788937419362
· 쪽수 : 100쪽
책 소개
목차
01 동물 생각
김현과 범 처녀의 사랑 ✻ 일연
이와 개의 목숨은 같다 ✻ 이규보
소를 타는 즐거움 ✻ 권근
고양이를 오해하였네 ✻ 서거정
세 마리 꿩 ✻ 강희맹
가리온을 팔다 ✻ 김종직
어미 개를 구한 강아지 ✻ 신용개
유배지에서 키운 노루 ✻ 기준
물고기를 위로하는 글 ✻ 기준
노비 기러기 ✻ 최연
쥐 잡는 고양이 ✻ 최연
말을 소로 바꾸다 ✻ 홍성민
시인과 광대와 풀벌레 ✻ 이항복
고양이와 개 기르기 ✻ 이수광
죽은 매를 조문함 ✻ 조찬한
못 물고기의 죽음을 슬퍼하다 ✻ 김석주
여우의 아첨 ✻ 이하곤
고양이의 일생 ✻ 조귀명
고양이와 쥐에 대한 단상 ✻ 남유용
나귀와 소 ✻ 권상신
고슴도치와 까마귀 ✻ 장혼
진해의 기이한 물고기들 ✻ 김려
개를 묻으며 ✻ 이시원
사슴의 충고 ✻ 이건창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내 일찍이 『예기(禮記)』를 읽었더니 고양이의 신을 부르는 법이 있더구나. 우리 밭농사를 잘되게 도와서 백성과 만물을 이롭게 해 달라는 뜻이었지. 내가 고양이를 기르는 뜻이 대개 이와 같다. 요와 이불을 나와 함께 쓰고, 내 맛난 음식도 나누어 먹이리라.”
그러자 고양이가 자신을 알아준다고 감격하여 분기탱천 용맹을 발휘하고 온갖 재주를 다 부렸다. 사납게 으르렁대고 호시탐탐 노려보다가 번개처럼 뛰고 바람처럼 몰아치니, 쥐들은 땅에 바싹 들러붙어 종이 주인 떠받들듯 벌벌 기었다. 고양이는 산 놈을 낚아채고 달아나는 놈을 후려치며 좌충우돌 호기를 부렸다. 어떤 놈은 눈알을 긁어내기도 하고 어떤 놈은 머리를 잘라 버렸다. 쥐들이 갈가리 찢겨 피가 낭자하고 간과 뇌가 땅을 적셨다. 쥐의 소굴을 싹 소탕하여 종자도 남기지 않았다.
─ 서거정, 「고양이를 오해하였네」
막내 아우 자한(子罕)에게 개가 한 마리 있었는데, 계묘년(1843년) 삼월에 나서 경술년(1850년) 삼월에 죽었다. 개가 나에게 충성한 것이 자한에게 충성한 것과 다름이 없었고, 훌쩍 갔다가 훌쩍 오면서 한 번도 낮 동안이나 밤사이에 눈에 뜨이지 않은 적이 없었다. 어느 때는 꼬리를 흔들고 지팡이 짚고 가는 내 옆을 맴돌고, 어느 때는 내가 쉬는 창 너머로 두 귀를 늘어뜨리고 웅크리고 앉아 있기도 했다. 때때로 두 집안에서 밥 먹을 때를 놓쳐서 늘 배가 고프더라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 개의 나이가 여덟 살이 넘으면 늙어 추리한 모양이 심해져 곧 수명이 다하는데, 이 개는 모습도 온전하고 털은 윤기가 나서 죽을 낌새가 보이지 않았다. 올해 삼월에 며칠 동안 오는 것을 보지 못해 이상하게 여겨 물었더니, 이미 묻었다고 했다. 자한의 하인이 말했다.
“개가 죽기 직전에 언덕 아래 작은 돌다리 가에서 부르짖더니 갑자기 언덕 위로 뛰어가서 볕이 잘 드는 비탈을 골라 눕고는 마침내 죽어서, 그곳에 묻어 주었습니다.”
작은 돌다리는 두 집안의 중간에 있고, 비탈은 또 높고 툭 트여 남쪽으로 자한의 집을 바라보고 북쪽으로 우리 집을 바라볼 수 있으니, 또한 기이한 일이다.
─ 이시원, 「개를 묻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