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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인문/사회
· ISBN : 9791130631493
· 쪽수 : 280쪽
책 소개
목차
추천의 글
들어가며 …… 동물친구들을 위한 우정의 글쓰기를 시작하며
01 마음과 마음으로 통해요
소통 |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까? …… 이선이
탐구활동 1
공감 | 마음을 열면 감정이 전해진다 …… 장은영
탐구활동 2
예술 | 상상의 세계를 열어주는 동물들 …… 남승원
탐구활동 3
02 우리도 소중한 생명입니다
공존 | 강아지를 ‘소유’할 수 있을까? …… 고봉준
탐구활동 4
복지 | 수의사가 꿈꾸는 생명의 연대 …… 박종무
탐구활동 5
권리 | 개와 고양이를 위한 시민권 찾기 …… 김영임
탐구활동 6
규범 | 법 없이 사는 동물은 없다 …… 권유림
탐구활동 7
03 동물과 함께 행복해지는 철학 수업
존중 | 반려동물에서 반려종으로 …… 백지연
탐구활동 8
인식 | 반려 뒤에 숨은 욕망과 차별 …… 이철주
탐구활동 9
윤리 | 동물과 마주하는 윤리적 물음들 …… 백지윤
탐구활동 10
부록 …… 우리와 동물이 더 가까워지는 책 그리고 영화
인용 출처
저자소개
책속에서
동물이 감정을 지닌 존재라는 사실, 더 정확히 말하면 동물이 감정을 지닌 존재임을 인정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이 질문에 답해 줄 만한 흥미로운 일화가 하나 있다.
제인 구달은 1960년 탄자니아의 곰베(Gombe) 국립공원에서 침팬지들을 연구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침팬지에 대한 구달의 남다른 열정 덕분에 학사나 석사 과정을 거치지 않고 케임브리지대학 동물행동학 박사 과정에 진학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학계의 일부 학자들은 구달을 향해 과학적인 연구 방법을 모른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녀가 침팬지들을 관찰하면서 번호 대신 이름을 붙여주고 각각의 침팬지들이 지닌 개성을 언급했으며 수컷과 암컷을 ‘그’, ‘그녀’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1960년대 초만 해도 과학의 객관성과 가치중립성을 중시한 생물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생각, 감정, 개성은 인간에게만 있는 것이며 동물의 행동은 환경적이고 사회적인 자극에 대한 반응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학계의 분위기에서 제인 구달의 행동은 과학자로서 객관성을 잃은 채 인간의 감정을 동물에 이입하는 비과학적인 태도로 보였던 것이다. 과연 침팬지에게 이름을 붙이고 개성을 부여하는 행위가 비과학적인 연구 방법이었을까? 동물에 대한 의인화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던 구달의 태도는 동물의 본성이나 본질을 훼손하며 잘못된 방식으로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인식한 것이었을까?
―「마음을 열면 감정이 전해진다」 중에서
한 조사에 따르면 현재 반려동물로 길러지는 개와 고양이의 수는 900만 마리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기에도 불구하고 반려동물에 대한 우리의 인식 수준은 ‘펫산업’, 즉 동물을 물건 내지 상품으로 간주하는 차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평균 330마리의 반려동물이 매일 버려진다고 하니, 이는 편리하게 구매했다가 필요 없어지면 버려도 된다는 생각이 만든 숫자일 것이다.
철학자 에리히 프롬(Erich Pinchas Fromm, 1900~1980)은 ‘소유’가 “모든 것을 죽은 것, 다른 사람의 권력에 복종하는 것으로 변형시킨다”라고 말했다. ‘소유’가 대상을 ‘물건(thing)’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소유관계에서 소유의 주체와 대상, 그러니까 ‘나’와 ‘내가 가진 것’의 관계는 살아 있는 관계가 아니다. 이것을 소유관계는 죽은 대상, 즉 ‘물건’에만 한정된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살아 있는 대상도 ‘소유’ 방식의 관계를 맺으면 죽은 것, 즉 ‘물건’이 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우리는 오직 대상과 죽은 관계를 맺음으로써만 그것을 소유할 수 있다. ‘소유한다는 것’은 ‘대상’을 나의 물건으로 만든다는 뜻이고, 더 나아가서 ‘대상’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이 ‘대상’이 무생물일 경우에는 큰 문제가 생기지 않지만, 그것이 생명체일 경우에는 곤란한 문제가 생긴다. 생명을 지닌 존재를 물건처럼 취급하거나 심지어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강아지를 ‘소유’할 수 있을까?」 중에서
수의사는 우리 모두가 생명의 고리 속에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며 살아가는 직업이다. 동물이 처한 현실이 어떠한지 매일매일 경험하다 보면, 수많은 동물의 떼죽음이나 전염병과 같은 과도한 질병이 모두 우리 인간이 빚어낸 불행이라는 점을 인정하게 된다.
노벨화학상을 받은 대기화학자 파울 크뤼천은 2000년에 지구환경에 대한 인간의 책임을 의무화하는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 개념을 제안하면서 큰 이슈가 되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시대를 성찰하게 만드는 이 용어는,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지구 온난화와 환경 파괴 등의 문제가 인류 스스로 만든 문제라는 사실을 강조한 개념이다. 동물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도 인류세라는 인식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과 같다.
우리 인간은 생명의 고리를 인위적으로 끊거나 비틀면서 동물의 생명권과 환경권을 마음대로 결정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는 결국 자연 환경의 오염과 파괴로 이어지고, 당연히 우리 인간의 삶의 터전에도 위협을 가하게 된다. 그러므로 동물을 사랑하고 동물과 함께한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커다란 생명의 고리에 묶인 생명 공동체라는 점을 잊지 않는 일이다. 생명의 연대는 동물이 우리에게 던지는 아주 절실한 질문이다. ―「수의사가 꿈꾸는 생명의 연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