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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중국소설
· ISBN : 9791165342975
· 쪽수 : 548쪽
· 출판일 : 2021-01-06
책 소개
목차
제 61장
제 62장
제 63장
제 64장
제 65장
제 66장
제 67장
제 68장
제 69장
제 70장
제 71장
제 72장
제 73장
제 74장
제 75장
제 76장
리뷰
책속에서
“우리 엄마는 말도 못 하게 까다로운 분이에요. 어려서부터 까탈 스러운 엄마의 잔소리를 들으며 자랐죠. 지금은 잔소리가 익숙하고 엄마가 나를 위해서 얼마나 정성을 쏟는지도 잘 알아요. 아빠는 제가 안쓰러워서 늘 엄마 몰래 저를 토닥이고 응원해 주셨고요. 그런데도 여전히 엄마의 간섭이 불편해요. 엄마는 다른 사람의 자존심 같은 건전혀 개의치 않거든요. 아마 시에빈 씨도 예외는 아닐 거예요. 난 그게 염려스러워요. 시에빈 씨가 감당 못 할지도 몰라요. 그래서 내 생각은요, 우리가… 오래 교제한 뒤에 시에빈 씨가 우리 엄마를 소개받 으면 시에빈 씨는 힘들어도 날 위해서 참고 또 참다가 내성이 생길 거예요. 그렇게 되면 여러 가지 걸리는 일이 많아서 헤어지기도 힘들 어지죠. 그럴 바에야 차라리 연애 초반에 그런 일을 겪고 깔끔하게 관계를 끝내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시에빈 씨가 견디기 힘들면 얼마 든지 떠나요. 원망하지 않을게요. 난 특별한 여자가 아니니까 차버리면 기억 속에 묻혀서 조용히 잊힐 거예요. 어차피 일어날 일이라면 빨리 겪고 정리해야 시에빈 씨 발목을 잡지 않겠죠. 난 나 자신을 잘알아요. 얘기 끝났어요.”
시에빈은 입을 ‘O’자 모양으로 떡 벌렸다. 한참 뒤에 그가 말했다.
“지금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나는…. 어, 울지 말아요. 잠깐 차를 세울게요. 울지 말아요. 아니, 그래요, 울어요. 울고 싶으면 울어요. 그렇지만 난 쥐얼 씨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쥐얼 씨가 예상한 나의 모습 때문에 우는 거라면 눈물 그쳐요. 어, 울어도 된다니까 진짜로 우네.”
시에빈이 말을 할수록 관쥐얼은 더 속상하고 서러웠다. 그녀는 시에빈이 건넨 티슈 케이스에서 티슈를 1장씩 뽑아서 얼굴을 닦았다.
시에빈은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가까스로 안전한 곳에 차를 세우고 얼른 티슈 1장을 꺼내어 관쥐얼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날 믿어요. 난 떠나지 않아요. 어머니가 헤어지라고 하셔도 안 떠날 거예요.”
“그렇지 않을 거예요.”
관쥐얼은 간신히 한마디 꺼냈다.
시에빈은 수많은 범인을 상대로 심리전을 펼친 유능한 형사인데도 관쥐얼에게 만큼은 속수무책이었다. 그가 차분하게 물었다.
“그렇지 않다니요? 난 알아요. 쥐얼 씨를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았어 요. 바로 저 여자다! 하고 생각했거든요. 어떻게 어머니 잔소리 때문에 헤어져요? 하물며 쥐얼 씨도 견디는데 내가 못 견디겠어요? 지금 맹세할게요. 난 절대로 쥐얼 씨를 떠나지 않아요.”
관쥐얼은 목이 메어서 “그렇지 않아요.”라는 말 외에 다른 말은 나오지 않았다. - 64장
“우리 아빠하고 잉친 아빠하고 같이 술을 드시면서 얘기가 잘 풀려서 방금 결정했대. 나랑 잉친 결혼이 드디어 확정됐어. 퇴원하면 바로 혼인신고할 거야. 축하해 줘!!!”
세 사람은 복도에서 동시에 발걸음을 멈췄다. 앤디가 웃으며 말했다.
“서둘러야겠네. 22층에서 내가 첫 번째로 결혼할 거란 말이야. 잉잉한테 뒤처질 수 없지.”
앤디는 말하면서 추잉잉에게 ‘축하해!’ 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휴, 잉잉이 곧 잉친 아버지하고 만날 텐데 나랑 잉잉 목소리가 완전히 다르잖아. 잉친 아버지가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떡하지? 잉잉이곧 혼인신고를 하면 결혼식도 빨라질 거고, 잉잉 방에는 어떤 사람이 새로 들어올까? 마음이 맞는 사람이 왔으면 좋겠는데.”
판성메이는 웃기만 하다가 추잉잉에게 전화를 걸었다.
“잉잉, 축하해. 정말 잘됐어. 지금 쥐얼이랑 앤디랑 모두 같이 있는데 다들 굉장히 기뻐하고 있어.”
추잉잉은 한껏 낮춘 목소리로 흥분해서 말했다.
“드디어 이뤄졌어. 기뻐서 날아갈 거 같아. 지금 우리 엄마랑 잉친 어머니랑 복도에서 다음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 상의 중인데 궁금해서 미치겠어. 아빠 말씀이, 양쪽 집에서 혼인신고부터 먼저 하기로 해서 증명서도 떼고 사진도 찍어야 한대. 필요한 서류가 준비되면 나중에 편한 시간에 가서 신고할 거야. 잉친은 방금 실밥 뽑았어. 잉친도 자기 아버지한테 소식 듣고 기뻐서 까무러쳤어. 당장이라도 나한테 달려오고 싶을 텐데 어머니가 말리고 있는 형편이야. 조금 전까지 잉친이랑 계속 통화했는데 일단 좀 기다리라고 했어. 좋은 소식은 친구들한테 먼저 메시지로 보고해야 한다고 타일렀거든. 너무 행복해.”
“최고의 굿 뉴스야. 양쪽 부모님이 모두 동의하시고 너희 둘이 이렇게 잘 맞으니 그야말로 천생연분이지. 우리도 정말 기뻐. 어서 잉친한테 전화해. 기다리다가 애간장 녹겠다. 우리도 끊을게. 나중에 보자. 다시 한번 축하해.”
추잉잉은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싱글벙글하며 전화를 끊었다. - 63장
“언니, 아까 언니가 연애는 왜 하냐고 물었을 때 내가 처음에 때가 돼서 하는 거라고 했잖아. 지금 다시 생각해 봤는데 내가 대학교 2학년 1학기 때 갑자기 연애를 하고 싶었거든. 그때 마침, 내 룸메이트도 나랑 같은 생각을 했어. 그래서 그런 때가 불쑥 찾아오는 거구나 하고 생각하게 됐지.”
관쥐얼은 방 안에서 기척이 나지 않자 말을 끝맺으며 사과했다.
“방해했나 봐. 미안해, 언니.”
“응, 아니야. 생각 중이었어. 난들 그런 때가 왜 없었겠니. 초등학교 때부터 남학생들한테 쪽지니 선물이니 받아 버릇해서 알아.”
“세상에, 같은 사람인데 어쩜 이렇게 대접이 다를까. 나는 말은 안했지만 대입 시험 끝나고 완전히 해방될 때까지 쪽지 1장 받아본 적이 없었거든.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우리 반에 커플이 몇 쌍이나 있었더라고. 알았어. 이제 해답을 찾았어.”
판성메이는 우울해서 입맛도 잃었지만 미소만은 여전했다. 확실히 미인한테는 뭐가 달라도 다른 특별한 매력이 있었다.
“해답이 뭔데?”
판성메이는 일어나 앉으며 침대 머리맡에 등을 기댔다.
“그때 나랑 룸메이트랑 둘이서 남학생들이 우글거리는 곳에 찾아 가려고 머리를 맞댔거든. 그런데 동아리는 들어가기가 쉽지 않아서 마음을 접었고, 들리는 소문에 체육관 한쪽에 있는 카페에 가면 남학 생들이 많다는 거야. 거기는 여학생이 들어오면 시선을 한 몸에 받는 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친구랑 금요일 저녁 5시에 화장을 아주 진하게 했지. 헤헤. 평소에는 화장을 별로 안 하고 다녔는데 일부러 립스 틱을 새빨갛게 바르고 내 눈에 가장 예뻐 보이는 치마를 입었어. 매점에서 담배도 샀고. 그날 저녁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담배를 피웠던 때야. 우리는 우리가 엄청 섹시하고 개방적이고 매력이 철철 넘친 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저녁 내내 우리한테 말을 붙인 남학생이 단 1명도 없었어. 바로 얼마 전에 그 룸메이트랑 채팅하다가 당시 얘기가 나와서 우리가 왜 남학생들한테 외면을 당했는지 아직도 모르겠 다고 했었는데 방금 깨달았어. 다른 사람들 눈에는 어린 여자애가 성숙한 척하는 거로 보였던 거야. 그러니까 누가 우리같이 멍청한 계집 애들한테 눈길이나 줬겠냐고.”
판성메이는 관쥐얼의 얘기를 듣다가 자신이 가장 빛났던 시기를 떠올렸다.
“그건 너희들 탓이 아니야. 성숙한 척해서도 아니고. 너희처럼 착해 보이는 여학생한테 함부로 접근했다가 거절당하면 창피하니까 용기를 내지 못했을 거야. 그곳을 잘 아는 남학생과 같이 가서 서로 소개하고 떠들면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는 방법이 가장 좋아.”
“아, 그렇구나. 하지만 아무래도 예쁘면 남자들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접근하겠지. 언니나 앤디 언니처럼.”
“가능성이 더 크긴 해. 그래서 그 이후에 또 시도했어?”
“한 번 실패하고 나니 충격이 너무 커서 다시는 엄두도 못 냈어. 열심히 성실하게 공부만 했지. 그런데 지금 마음에 둔 사람은 순수하게날 사랑해. 동료로 지내다가 만난 사이도 아니고, 나에 대해 좋은 소문을 듣고 접근한 사람도 아니고, 중매쟁이가 소개한 맞선남도 아니 고, 내 직업이나 수입이나 집안 조건이 결혼 대상자로 적당해서 구애 하는 사람이 아니란 뜻이야. 그래서 그 사람이랑 연애하고 싶어.”
판성메이는 무심결에 한마디 툭 내뱉었다.
“난 결혼하고 싶어.”
마주 보는 두 사람의 표정이 복잡했다. 둘 다 진심으로 한 말임을 서로가 잘 알았다. - 61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