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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학회/무크/계간지
· ISBN : 9791189433833
· 쪽수 : 260쪽
책 소개
목차
서문
최화선 • 전쟁의 감각과 사유
주제 서평
김준서 • 인간 조건의 비극성으로부터 구원을 찾다 • 《일리아스》·《일리아스 또는 힘의 시》
이종현 • 우리는 물고기처럼 입을 다물었어 •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이덕균 • 게이머는 병사로 다시 태어나는가 • 《전쟁 게임》
서명삼 • 이라크 전쟁 20주년을 맞아 돌아본 종교와 폭력의 관계 • 《거룩한 테러》
한상원 • 전쟁은 도덕적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 《마르스의 두 얼굴》
이헌미 • 존재의 탈식민화와 세계의 인간화를 위하여 • 《알제리전쟁 1954-1962》
비주제 서평
노민정 • 남겨진 폭력의 아카이브, 정의의 다정한 얼굴을 찾아서 • 《남겨진 사물들》
박규태 • 르네 지라르, ‘양의성’으로 다시 읽기 • 《폭력과 성스러움》
원정현 • 기후 위기의 시대, 훔볼트를 다시 생각하다 • 《자연의 발명》
최재인 • 어떤 바통을 들고, 어디로 달릴 것인가 • 《커리어 그리고 가정》
김성재 • 페르낭 들리니, 혹은 이해 불가능성의 윤리 • 《전집》
저자소개
책속에서
《일리아스》는 트로이아 전쟁에 참전한 전사들을 야수성(bestiality)과 신성(divinity)이라는 양극단 사이에 놓인 위태로운 존재로 그려낸다. 그들이 행사하는 힘은 진저리를 치게 만드는 잔혹한 학살극을, 그리고 피해자들의 탄식과 비탄을, 심지어는 자신의 파멸을 초래한다. 하지만 동시에 이 힘은 자신 또한 그 희생자가 되리라는 운명을 직시하고 최전선에 뛰어드는 영웅적 행위의 동력이기도 하다. 죽음을 대가로 필멸하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 불멸의 명성을 획득하려는 전사들의 모습을 통해, 호메로스는 인간의 잔혹성과 영웅적 탁월함을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짐 없이 동등하게 그려낸다. 전쟁이 초래하는 야만적 잔혹성에 청중이 몸서리칠 때마다, 《일리아스》는 전쟁이 부여하는 영광을 그에 덧씌움으로써 청중의 전율을 경외감으로 바꾼다. 마찬가지로 청중이 전사들의 초인적인 무용(武勇) 및 신들과의 친연성에 경탄할 때마다, 호메로스는 다시 그것이 낳는 비인간적이고 잔인한 결과로 초점을 옮긴다. 어느 한쪽으로 환원 불가능한 영웅 묘사의 폭과 깊이는 인간이 어디까지 신에 가까워질수 있고 어디까지 야수에 가까워질 수 있는가 하는, 인간이 지닌 가능성의 최대치를 탐색하기 위해 《일리아스》가 선택한 시적 수단이다.
김준서, 〈인간 조건의 비극성으로부터 구원을 찾다〉
파시스트 체제가 격파되어도, 전쟁이 끝나도 일상은 바뀌지 않는다. 전쟁터에까지 소녀 병사들을 따라가서 엉뚱함과 발랄함을 선사했던 일상의 힘은 인간미와 온기뿐 아니라 편견과 아집이 축적된 것이기도 하다. 이 일상의 손아귀는 여성 참전 용사들을 전후의 삶에서 밀어내려고 한다. 저 여자들은 분명 전쟁으로 인해 타락했을 거라고, 전쟁에서 죽음의 기운을 몰고 왔을 거라고. 전쟁은 여자의 일이 아닌데 괜히 전선에 다녀와서 우리 민간인의 법도를 파괴하려 한다고. 알렉시예비치는 인습의 관성으로 굴러가는 일상과 소녀 병사라는 독특한 존재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지닌 양면성을 전쟁을 배경으로 해서 보여준다. 이는 전쟁의 승리 후에 찾아오는 새로운 전쟁, 소비에트 여성이 죽을 때까지 치러야 하는 일상의 전쟁이 히틀러와의 전쟁 못지않게 끔찍하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 아닐까? 그렇다면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은 것은 전쟁뿐만이 아니다. 일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이종현, 〈우리는 물고기처럼 입을 다물었어〉
이처럼 게이머가 게임 속에서 어떤 사건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는 것은 영화가 아닌 게임이 테러와의 전쟁을 소재로 한 엔터테인먼트 매체로서 더 적합한 이유를 설명해 준다. [...] 게임은 게이머가 게임 속 세계에서 행위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참여적 성격을 띠며, 〈모던 워페어〉 시리즈에서 게이머는 테러의 희생양부터 테러를 막는 영웅의 역할 모두에 참여해 봄으로써 테러와의 전쟁이 정당하며 희생적 시민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보다 쉽게 설득된다.
이덕균, 〈게이머는 병사로 다시 태어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