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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동유럽소설
· ISBN : 9788989571711
· 쪽수 : 300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프라하의 정신 - 이반 클리마
구시가지
구시가지 시계의 전설 - 알로이스 이라세크
GM - 구스타프 마이링크
세탁부 사건 - 에곤 에르빈 키쉬
과거 - 미할 아이바스
어느 투쟁의 기록 - 프란츠 카프카
구유대인 지역
골렘 - 구스타프 마이링크
카를 다리
정신의학의 신비 - 야로슬라프 하셰크
말라스트라나
그걸 어떻게 하지? - 얀 네루다
흐라드차니
첫 번째 환상 - 구스타프 마이링크
페트르진 언덕
종 - 이르지 카라세크 제 르보빅
프라하
영수증 - 카렐 차페크
멘델스존은 지붕 위에 있다 - 이르지 바일
워싱턴에서 온 테너색소폰 솔로 - 요세프 슈크보레츠키
기차역에 가다 - 야힘 토폴
에필로그
위대한 도시가 보인다 - 다니엘라 호드로바
* 추천사 - 야로슬라브 올샤, jr.
* 체코 작가들과 프라하를 산책하다 - 조성관
* 역자 후기 - 이정인
* 주석
* 작가 소개
* 프라하 연대표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구시가지 시청 시계탑에 새로 설치된 시계는 좀 특이하다 싶은 정도가 아니라 이 세상에 비할 것이 없을 만큼 신기한 시계였다. 신분, 직업,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든 사람들이 까치발을 하고 목을 쭉 뺀 채 스물네 개의 시간이 표시된 커다란 숫자판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금빛 선과 원들이 복잡하게 엇갈려 있는 숫자판 밑에는 황도 12궁을 그린 원판이, 좌우로는 죽음을 상징하는 해골, 이국적인 옷차림의 투르크인, 돈자루를 들고 있는 구두쇠 등의 모습을 조각한 돌 인형들이 매달려 있었다. 주위는 왁자지껄한 사람들의 웅성거림으로 꽉 차 있었다.
새 시계가 종을 치기 시작하면 시끄러운 소리들은 한 순간에 조용해졌다. 죽음의 상이 줄을 당겨 종을 울리는 시늉을 하는 걸 보고 놀란 사람들은 너도나도 손으로 그것을 가리키며 감탄사를 외쳐댔다. 그러면 시계판 위의 작은 문 두 개가 열리며 사도를 묘사한 인형 두 개가 나타나, 열두 사도 전부가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다른 쪽 문을 향해 차례로 움직였다. 사도 인형들은 모두 구경꾼들 쪽으로 잠깐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서쪽에서 동쪽으로 계속 움직였는데, 마지막으로 두 손을 활짝 펼치고 축복을 주시는 예수님이 나타나자 모자를 벗거나 성호를 그어 경의를 표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랑곳하지 않고 구경에만 몰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해골은 바로 옆의 투르크인과 건너편에 있는 유대인을 번갈아 바라보며 사악한 미소를 지었고, 투르크 사람은 자신을 끌고 가려는 죽음에게 싫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작은 문 위에서 돌로 만든 수탉이 울어 시간을 알리면 비로소 모든 조각상들이 다음 시간이 될 때까지 움직임을 멈추는 것이었다. 다시 사람들이 시끄럽게 떠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뛰어난 재주를 지닌 시계 발명자에 대해 이야기했다. 모든 사람이 시계를 만든 하누슈 명인을 찬미했다.
- 알로이스 이라세크, 구시가지 「구시가지 시계의 전설」
내가 여전히 내 친구와 아주 잠깐이라도 더 있을 수 있는 방법을 빠르게 생각해 내려고 애쓰는 사이에, 문득 나의 길쭉한 몸 때문에 그가 너무 왜소하게 느껴서 기분 나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늦은 밤이라 우리와 마주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지만, 나는 그 생각 때문에 괴로운 나머지 손이 무릎에 닿을 정도로 허리를 구부리면서 걸었다. 하지만 왜 그러는지는 그가 모르게 해야 했기 때문에 나는 아주 천천히 자세를 바꾸면서 스트르젤레츠키 섬의 나무들과 다리의 등불들이 강물에 비치는 모습을 가리키며 그의 관심을 다시 강으로 돌리게 하려 애썼다.
하지만 그는 갑자기 몸을 홱 돌려 나를 보았다. 나는 미처 자세를 다 바꾸지 못했다. 그는 나에게 말했다.
“어쩐 일입니까? 몸을 완전히 굽히고 계시네요. 대체 왜 그러시는 거지요?”
“맞아요. 관찰력이 아주 좋으시군요.”
내가 머리를 그의 바지 솔기 있는 데 두고서 말했다. 그래서 나는 그를 제대로 쳐다볼 수 없었다.
“됐어요! 똑바로 서세요! 이 무슨 우스꽝스러운 짓입니까?”
“아니요.” 내가 땅바닥 가까이 얼굴을 대며 말했다. “나는 이대로 있을 거예요.”
- 프란츠 카프카, 구시가지 「어느 투쟁의 기록」
사람들이 말하기로는 최초의 골렘 이야기는 16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하네. 오랫동안 잊혀진 카발라의 주술을 사용해서 어떤 랍비가 유대교 회당의 종을 치는 일을 비롯한 온갖 잡일들을 시키기 위해 인조인간을 만들었다고 하네. 그게 바로 골렘이지.
하지만 랍비는 온전한 인간을 만든 게 아니었어. 골렘은 식물처럼 반쪽 생명밖에 가지지 못했네. 전하는 말에 따르면 그것조차 매일 이빨 뒤에 붙이는 마술부적에서 나오는 것일 뿐이었는데, 그 부적은 우주의 자유로운 별들의 힘을 끌어당겨 주는 것이었다고 하네.
어느 날 저녁 그 랍비는 저녁기도를 올리기 전에 골렘의 입에서 부적을 빼는 걸 깜빡 잊어버렸네. 골렘은 폭주해서 어두운 거리를 날뛰며 앞을 막는 건 뭐든지 부숴 버렸네. 랍비가 쫓아와서 부적을 빼내서 없애 버릴 때까지 말일세. 그러자 골렘은 생명력을 잃고 허물어져 버렸지. 남은 것은 작은 진흙 형상뿐이었네. 아직 구신회당에 가면 그걸 볼 수 있다네.
- 구스타프 마이링크, 구유대인 지역 「골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