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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교육학 > 교육 일반
· ISBN : 9788996603498
· 쪽수 : 248쪽
책 소개
목차
책을 펴내며
| 1부 | 학교, 천 개의 섬
파이브고에 피박, 광박, 멍텅구리 그리고 흔들기까지 … 조해수
계속 교사이고 싶은 어느 기간제 교사의 이야기
교사들의 ‘침묵’ 이것은 무엇인가 … 윤지형
교실 속에 갇힌 교사 … 지아
승진의 굴레에 갇힌 우리 시대 교사의 자화상 … 박진환
올챙이 교사의 학교 표류기 … 이형환
학교, 그 쓸쓸함에 대하여
슬픈 사람, 안혜영 … 이계삼
| 2부 | 교육을 배반한 학교
내가 겪은 몹쓸 일, 방과후학교 … 강아지똥
끊임없이 ‘달리다’ … 정의진
집중이수제가 휩쓸고 간 지난 학기 수업 풍경
6학년, 어찌하나요? … 김종욱
‘전국학업성취도평가 3연패 교육감 기념비’가 의미하는 것
300명의 완득이를 생각하며 울다 … 김수현
‘꼴통’을 지우는 자율형 공립고
누구를 위한 학교인가? … 고민경
‘등교 체크 기계’ 설치와 대자보 소동
나는 거짓과 굴종을 가르쳤다 … 임동헌
목숨을 위협하는 현장 실습
| 3부 | 저항 혹은 탈주
우리는 단 한 명의 학생도 포기할 수 없습니다 … 정은희
학생부 학교폭력 기재를 거부하다
바틀비의 거절을 넘어 자기배려로 … 윤양수
‘자기착취’가 일상화된 학교에서 교사로 살아가기
다시 쓰는 행복 인생, 3막 1장 … 이민아
승진을 포기한 어느 ‘유능’했던 교사 이야기
슬픔이여 안녕 … 김윤주
일제고사 해직 교사의 복직기
더불어 살아가는 삶, 그게 유죄라고요? … 박지희
민노당 후원 교사의 최후진술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F5를 누르는 검지의 지문이 닳는 것이, 마치 자신의 꿈이 닳는 것 같은…… 그러니깐 검지의 지문이 곧 꿈이라는 생각을 해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기분 모른다. 이미 ‘교사 = 정교사’라고 생각했던 ‘교사의 꿈’은 머릿속에 없다. 그저 몇 개월짜리라도 기간제 교사가 되어 몇 개월만이라도 학생들을 만나고, 그 경력을 디딤돌 삼아 더 긴 기간제 교사가 되어 더 길게 학생들을 만나고, 그리고 또 그것을 디딤돌 삼아 정교사가 되어 계속 학생들을 만나는 꿈을 꿀 수밖에 없다.
그래도 나는 운이 좋은 놈이다. 3월이 되기 3일 전. 많은 사람들의 검지 지문이 닳아 없어지고 검지조차 사라질 무렵. 그래서 손가락을 살리기 위해 한두 명씩 포기를 해 나갔을 그 무렵. 갑작스럽게 그만둔 기간제 교사 덕분에(?) 급하게 기간제 교사 한 명이 필요해진 한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아무래도 내가 그 자리에 뽑힌 이유는 그나마 집이 가깝고 남자였기 때문인 것 같다. 휴…… 어떻게든 원서의 ‘경력란’에 한 줄 쓸 수 있게 되었다. 검지가 다시 자라난다.
변형 근로로 밤샘 일을 해야 하는 가정을 위해 24시간 보육 기간이 늘어나는 것과 같이 학교의 돌봄 교실 운영 시간도 이제 밤 9시까지 연장할 수 있다. 일-가정 양립이라는 허울 좋은 정책을 위해 여성들이 종사하는 사회적 돌봄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학교의 돌봄 기능이 커지는 것에 비례해 여성들의 삶이 정말 나아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가정에서 벗어난 여성들은 이제 저임금 비정규직 돌봄 노동, 감정 노동을 하기 위해 정작 자신의 아이는 어딘가에 맡겨야만 한다. 다시 말해 돌봄 교실 강사도 자기 아이의 방과 후를 어딘가에는 맡기고 와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초등학교의 비정규직 돌봄 교사는 100% 여성이다. 이상한 일이다.
안혜영, 그는 이 형편없는 세상에 살기에는 너무 순결했고, 그가 버텨 온 세월은 너무 신산했다. 마음속에 울리는, 헤아릴 수 없는 종소리를 들으며 뒤척였던 사람, 슬픈 사람, 안혜영. 그가 세상을 떠난 일 년 뒤에서야 나는 그를 향해 메아리 없는 작별 인사를 읊조린다. 당신보다 세속의 때를 훨씬 더 묻힌, 덜 치열하고, 적당히 속물스러운, 나 같은 인간들이 살아남아 객쩍은 소리를 지껄이며 지금 살아 있다. 시대의 악마적인 생존 방식은 철옹성처럼 단단하고, 우리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우울도, 방황도, 잠시간의 머뭇거림도 없이 펄렁펄렁, 낄낄대며, 지껄이며, 잘도 살고 있는데, 당신은 왜 그리 서둘러 이 세상을 떠나야만 했는지……. 슬픈 사람, 안혜영. 이젠 안녕. 이 땅에 온 작은 천사는 뒤척이다 뒤척이다 결국 우리 곁을 떠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