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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정치학/외교학/행정학 > 외교정책/외교학
· ISBN : 9791172133269
· 쪽수 : 208쪽
· 출판일 : 2025-11-05
책 소개
위기를 기회로 만들 한국의 전략과 선택은?
2025년 6월 《중앙일보》와 동아시아연구원이 실시한 공동 기획 조사에 따르면 현재 한국이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약 65퍼센트가 “미중 전략 경쟁과 갈등”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2기 정부 이후 더욱 첨예해진 미중 갈등을 대다수 국민이 직접 피부로 체감하는 것이다. 한국이 지난 12·3 비상계엄 사태의 충격을 아직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중 대립의 격화는 국가 전략 전반을 뒤흔드는 불확실성 요인이다.
이와 동시에 세계는 '기정학(技政學)' 시대로 진입하는 중이다. 지리적 환경이 아니라 기술 발전이 국제 질서를 결정짓는 시대에서, 새로운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는 AI 분야는 이제 국가 생존과 직결된 절박한 과제가 되었다. 그러나 한국의 미래를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은 GPU 생산과 인공지능 칩에 대한 원천 기술이 없고, 그나마 비교우위가 있다고 평가받는 D램 반도체 분야마저 중국에게 무서운 속도로 따라잡히는 중이거나 이미 역전당했으며, 기술 산업 전반에 있어 해외 공급망 의존도가 매우 높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미래는 미국과 중국의 동향에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으며, 그 속에서 정교하고 실효성 있는 생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미중 관계 레볼루션》은 한국이 맞닥뜨린 위기를 직시하며 그에 맞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시급한 문제의식 아래, 국내 정치·경제·외교·기술 분야 전문가 4인이 한데 모여 나눈 논의를 기록한 대담집이다. 성균관대학교 공식 유튜브 채널이 기획한 지식 콘텐츠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를 기반으로 국내외 정치·경제적 상황과 기술 산업 동향, 2025년 10월 31일 개최되는 경주 APEC 등 최신 흐름을 반영해 책으로 엮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현실주의나 지정학 등 기존 담론만으로는 명쾌히 설명하기 어려운 지금의 미중 관계를 비롯해, 한국의 실존적 위기인 공급망 문제와 AI 분야에서의 한계 등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요동치는 국제 질서 속에서 한국의 미래를 가늠해 볼 뿐 아니라 개인의 생존 전략까지 함께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MAGA'로 드러난 미국의 진짜 얼굴
미국은 도대체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1장에서는 트럼프의 부상과 MAGA 현상의 정체, 현재 미국의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를 입체적으로 해부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지금까지 자유 무역과 민주주의의 수호자를 자처했던 미국은 이제 '미국이 최우선'이라는 기조 아래 관세 폭탄, 자국 우선 공급망 구축, 동맹국에 대한 방위비 압박 등의 정책을 펴며 자유주의적 질서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 예측 불가능한 미국의 행보는 트럼프라는 한 개인의 특이성에서 비롯된 일시적 현상일까? 저자들은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로 대표되는 현 미국의 여러 당혹스러운 모습이 세계화와 중국의 부상으로 인한 미국 제조업의 쇠퇴, 대량 실업 및 불평등 심화, '다수-소수 현상(Majority-Minority)'이 초래한 불안, 이를 방치한 정치권의 무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임을 짚는다. 1980년대 이후 세계화의 물결은 미국에 막대한 부를 안겼지만 동시에 중국 등 신흥국의 부상도 촉진했다. 미국은 2001년 중국의 WTO 가입을 적극 지지하며 '떠오르는 중국'을 자유주의 질서 안에서 관리하려 시도했지만, 그 결과 미국 제조업은 빠르게 중국으로 대체되었다. 이에 더해 미국으로 유입되는 유색 인종 이민자가 늘면서 경제적 불만뿐 아니라 문화적 불안과 갈등까지 심화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누적된 '미국 절반의 분노'가 바로 MAGA 현상의 근간이라는 것이다. 즉, MAGA는 트럼프라는 단일 원인으로부터 탄생한 일시적 정치 구호가 아니라 자유주의 질서의 모순과 갈등이 낳은, 더 이상 부인할 수 없는 '미국의 새로운 얼굴'이다.
또한 저자들은 현 미국의 행보에 “'지난 30년 동안 동맹국들이 우리를 등쳐 먹었다'는 인식”(50쪽)이 자리 잡고 있음을 지적한다. 패권 안정 이론에 따르면, 패권국의 힘이 상대적으로 약해지는 시기에 기존 패권국은 단기적 국익에 집중하며 동맹국들로부터 일종의 '조공'을 뜯어내려는 약탈적 모습을 보이는데 지금의 미국이 그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의 국력은 객관적으로 쇠퇴하는 중일까? 저자들은 미국의 강경한 대중국 정책이나 무역 시장에서의 보호주의적 정책이, 미국의 국력이 약해지거나 중국의 국력이 강해져서라기보다는 “미국이란 나라의 '주관적 의지'가 빠르게 쇠퇴”(36쪽)한 결과일 수 있다고 분석하며 '글로벌 공공재를 제공하는 자비로운 패권국'으로서의 역할을 미국 스스로 포기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미국은 이제 노골적으로 중국과의 경쟁에만 집중할 것이며, 그런 만큼 한국은 미국을 '자유주의 질서의 리더'로 전제하는 기존 인식이 낡았음을 인정하고 앞으로 더욱 심화할 미중 경쟁 양상과 세계 탈단극-다극화 흐름을 세심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미국의 '배은망덕 프레임'과 '피크 차이나론'
“미국 국무장관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는 여러 차례에 걸쳐 냉전 이후 이어져 온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부인하고, 미국과 중국의 G2 체제 혹은 다극 체제의 출현을 인정”했다.(58쪽) 2장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상호 인식과 경쟁 구도를 해석하며 그 안에서 한국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를 살펴본다.
한때 미국은 자유주의 질서에 중국을 동화시키려 했다. 그러나 트럼프 1기 정부 들어 그 기조가 급변한다. 차태서 교수는 현재 미국의 대중국 프레임을 “배은망덕 프레임”(63쪽)이라고 이름 붙인다. “중국의 WTO 가입을 지지하며 기회를 줬더니, 이제 와서 자유세계 질서를 흔들려 한다는 것이 미국의 인식”(63쪽)이라는 것이다. 또한 김영한 교수는 이러한 미국의 대중 인식이 중국에 일자리를 빼앗겼다고 여기는 미국 제조업 노동자들의 정서에서 비롯된 것이라 설명하며, 그 결과 미국의 산업 정책은 점점 '중국에 대한 경쟁력 확보'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고 이는 미중 간 국제 리더십 경쟁과 맞물리며 양국 갈등이 더욱 심해졌다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미중 갈등은 앞으로 봉합될 여지가 없는 것일까? 권석준 교수는 상호 기술 호환과 비용 절감 등 자유 무역의 이점을 미국이 포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또한 “이젠 미국이 디커플링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고 중국을 견제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으며, 반대로 중국은 웬만한 산업에서 이미 내재화와 자급화를 이뤄 제재의 파급력이 제한되는 상황”(69쪽)이라고 분석했다. 미중 갈등이 마냥 '바닥을 향한 경쟁'으로 치달을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이희옥 교수는 한발 더 나아가 “설사 중국이 미국과 '존재를 건 싸움'을 원하더라도 협상 결렬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76쪽) 현실적으로는 공개적 대결을 피할 수밖에 없으며, 미중 관계는 다층적 이해관계와 긴밀한 상호 의존 속에서 전개되고 있는 만큼 한국은 앞으로 그 복잡한 맥락을 더욱 섬세하게 읽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한다. 이런 맥락에서, 이 장에서 주요하게 전개된 '피크 차이나론'에 대한 분석은 '혐중 정서'가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지금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중국은 이미 성장의 정점을 지났을까? 아니면 여전히 잠재력이 남아 있을까? 중국을 둘러싼 여러 담론이 이념적 해석의 산물일 가능성을 간과해선 안 된다. 예컨대, 지난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을 통해 시진핑의 건재함이 확인되었다. 최근 제기된 '시진핑 실각설'은 중국의 불안정성을 부각하려는 외부 세력에 의한 가짜 뉴스였음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저자들은 미중 관계를 정확히 이해하고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한미중을 둘러싼 복잡한 맥락을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기술이 곧 무기인 시대, 한국의 현재와 미래는
3장에서는 본격적으로 미국과 중국 그리고 한국 기술 산업의 현주소를 짚으며, 한국이 과연 어떻게 미중 경쟁 구도 속에서 기술 주권을 지키면서도 나름의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수 있을지를 촘촘히 분석한다. 2025년 1월, 중국의 스타트업 딥시크가 공개한 AI 모델 '딥시크 R1(DeepSeek-R1)'은 전 세계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현재 중국에서는 “'B2'라 불리는 로봇 개가 태산의 쓰레기를 치우고, 스타벅스 커피가 만리장성까지 드론으로 배달”(138쪽)될 만큼 AI가 일상 깊숙이 침투하며 새로운 기술 발전을 촉진하고 있다. 권석준 교수와 이희옥 교수는 중국에서 기술 혁신이 탄생하고 있는 근본 원인을 '미국에 의한 결핍'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미국의 강력한 제재가 역설적으로 중국의 자립화를 촉진했다는 것이다. 또한 기술 분야에 대한 중국의 대규모 투자는 앞으로 얼마든지 '제2, 제3의 딥시크 쇼크'가 출현할 수 있음을 예고한다.
한국은 어떨까? 저자들은 “적어도 제조업과 첨단 산업에서는 실존의 위기 앞에 놓여 있다”(123쪽)라고 냉정한 평가를 내린다. 이에 더해 이희옥 교수는 “중국은 자국의 기술 수준을 의도적으로 낮게 평가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139쪽)며, 한국이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중국의 혁신이 진행 중이라고 경고한다. 그렇다면 한국이 기술 선진국으로 도약할 가능성은 없는 걸까? 권석준 교수는 “한국이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날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126쪽)라고 말한다. 첨단 반도체 생산 기술이 제조 공정, 공학, 물리, 가성비 측면에서 점차 한계에 봉착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우수한 가격 대 성능비를 갖춘 기술을 선점할 절호의 기회라는 것이다.
한편, 반도체와 AI 이후의 차세대 기술 전장은 어디일지에 대한 저자 4인의 전망은 이 장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 중 하나다. “'지금 인류의 가장 큰 결핍과 필요는 무엇인가'라는 질문”(151쪽)과 “'인류의 난제'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면 답을 얻을 수 있다”(154쪽)는 김영한, 권석준 교수의 통찰은 미래 사회에 대한 다양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앞으로 사람들의 주된 수요는 '사람들을 덜 불행하게 만드는, 혹은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분야'에서 나올 것 같다“(152쪽)는 김영한 교수의 예측은 인공지능과 기술이 인간을 소외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한 상황에서 특히 의미 있게 다가온다.
한국은 어떻게 새로운 기회의 주인이 될 것인가
4장에서는 한국의 현실을 '한미 동맹', '탈중국', '소버린 AI' 등 최신 현안을 담은 키워드를 중심으로 분석하고, 한국이 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한다. 한국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 한미 동맹 안에서 원치 않는 분쟁에 휘말릴 수 있는 '연루의 딜레마'와 필요에 따라 버려질 수 있는 '방기의 딜레마'라는 두 가지 위기에 동시에 놓여 있다. 이는 미중 경쟁이 격화되며 새롭게 부각된 냉혹한 외교 현실이다. 한편, 전임 정부의 지나친 이념적 접근은 대중국 인식의 현실감을 떨어뜨리며 오히려 탈중국의 실효성을 다시 점검하게 했다. 한중 무역이 적자 구조로 전환된 상황에서 과연 '탈중국'은 필요한가? 필요하다면 현실적으로 어디까지 가능할까? 이에 김영한 교수는 미국이 요구하는 수준의 '완전한 탈중국'은 비현실적이라고 단언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중국 시장과 우리 대기업들의 중국 생산기지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벗어나는 것은 한국 산업 구조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필수 과제”(169쪽)라며, 위험을 줄이기 위한 무역 다변화 전략의 중요성 또한 함께 짚는다. 권석준 교수 역시 이러한 시각에 공감하며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사업 사례를 다른 산업에서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그렇다면 한국이 앞으로 수립해야 할 기술 산업 분야의 정책 방향은 무엇일까? 이제 AI 분야는 국가의 명운이 걸린 핵심 영역으로, 정부와 민간 모두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현 정부는 'AI G3' 도약을 목표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현재 이러한 기조 아래 소버린 AI를 비롯한 여러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권석준 교수는 “소버린 AI, 소버린 AX, 소버린 버티컬 AI로 발전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국가는 미국이 아닌 중국”(183쪽)일 것이며 미중 양국의 기술 산업 환경 현주소를 면밀히 비교·분석한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한국이 진정한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어떤 점이 부족한지를 냉정히 짚고 앞으로 반드시 확보해야 할 핵심 조건들을 상세히 제시하는데, 현 정부의 AI 정책을 객관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기준으로 삼기에 충분하다. 마지막으로는 지난 9월 열린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의 북중러 연계와 10월 31일 예정된 경주 APEC 정상회의를 함께 다루며 최근 국제 정세가 한국에 던지는 함의를 살피고, 미중 관계와 기술 산업을 더욱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가이드를 제시한다.
《미중 관계 레볼루션》은 격화되는 미중 경쟁 속에서 한국이 직면한 과제가 단순한 외교적 선택이 아니라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짓는 전략적 문제임을 일깨운다. 그리고 그 답은 어느 편에 서느냐가 아닌, 한국 스스로 기술 주권과 전략적 자율성을 어떻게 확립하느냐에 달려 있음을 강조한다.
목차
들어가는 말
1장 미국, 무엇을 원하고 어디로 가는가
MAGA 현상의 정체 | 분노의 정치 공학 | 마당은 좁게, 담장은 높게 | 스스로 패권국 지위를 포기한 미국? | 40년 전 대성공한 그 전략은 다시 통할까 | 이유 있는 트럼프의 '삥 뜯기' 전략 | 미국은 정말 약해지고 있는가?
2장 미중 경쟁,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미국의 '배은망덕 프레임' | 미중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인가? | 미국의 중대한 오판 | 미중 관계, 이런 접근은 반드시 경계해야 | '피크 차이나론'의 실체?
3장 한국, 생존할 것인가 도태될 것인가
제재와 결핍이 만든 중국의 역설적 혁신 | 답은 지난 역사 속에 있다 | 바로 지금이 위기이자 기회다 | 죽느냐 사느냐, 갈림길에 선 한국 | 중국 AI 혁신의 네 가지 비결 | 한국이 중국의 길을 따를 수 없는 이유 | 적시의 정부 개입은 반드시 필요하다 | 포스트 AI, 그다음 전장은 어디일까
4장 길 없는 길 위에서 살아남기
휘말릴 것인가 버려질 것인가 | 불가능한 탈중국과 필요한 탈중국? | 한국이 'AI G3' 도약을 노리기에 앞서 | 우리는 위기를 제대로 직시하고 있는가 | 신냉전이라는 추운 겨울, 우리의 길은 | 전승절과 APEC, 놓치지 말아야 할 단서와 기회 | 마무리하며
리뷰
책속에서
흥미롭게도, 지난 바이든 정부에서도 MAGA라는 구체적 표현만 사용하지 않았을 뿐 제조업이나 첨단 산업 영역에서 미국의 주도권을 다시 찾으려는 정책적인 움직임이 상당히 구체화 됐었습니다. (중략) 특히 IRA법은 표면상으로는 물가 상승 완화를 위해 만들어진 법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중국의 전기차와 그에 탑재되는 배터리 등의 부품을 겨냥한 법이었다는 것은 모두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여러 산업 중에서도 왜 하필 반도체나 전기차, 배터리, 나아가 AI 분야 같은 특정 산업에 대해서 과거 2차 대전 시절에나 펼쳤을 법한 이런 이례적인 정책을 꺼내 든 것일까요?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자국 내 산업을 우대하고 중국을 강력하게 견제하는 무리수를 두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중국은 2001년 WTO에 가입한 이후 미국 경제, 특히 미국의 탈제조업화에 결정적으로 기여했습니다. (중략) 문제는 이후 노동력과 생산 요소들이 원활하게 재배치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소득 불균형 누적, 전통적인 제조업 일자리의 지속적 감소 등 여러 충격이 겹쳐 나타났고요. 이를 경험한 미국 유권자들은 결국 그 모든 원인이 '중국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된 겁니다. 그런데 비교 열위 부문에 고용되어 있던 노동자 사이에서 특히 만연했던 이러한 대중국 인식을, 공화당뿐만 아니라 민주당도 경쟁적으로 이용했습니다. 중국이 미국을 불행하게 만들었다거나, 노동자 대부분의 실질 소득이 50년 전과 별 차이가 없는 지금의 상황을 초래한 국가가 중국이라면서요.
피크 차이나를 둘러싼 미국 내 담론 그리고 국제적 담론이 과연 어떤 맥락 속에서 생산되고 있는가, 이를 계속 따져 보는 작업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최근 등장했던 '시진핑 실각설'도 비슷한 것 같거든요. 대만 정보기관이 됐든 파룬궁 등 반중국 단체가 됐든, 중국의 정국을 흔들고 싶어 하는 집단으로부터 나온 가짜 뉴스가 뉴 미디어를 거치며 만들어진 소극이었는데요. 결국 이번 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을 통해 시진핑의 건재함이 여실히 증명됐잖아요. 앞으로도 특정한 이야기가 어디서 어떤 맥락을 통해 생산되는지, 그것이 왜 미국을 거쳐서 우리한테 들어와 증폭되고 있는지, 어떤 정치적인 함의나 맥락 속에서 유통되고 소비되고 있는지를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