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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7021114
· 쪽수 : 200쪽
· 출판일 : 2021-01-27
책 소개
목차
모두가 토박이인 동네에서, 모두가 전학생인 동네로
일원본동·쿠퍼티노
사실은 그 불이 꺼진 적 없다는 걸
산곡동
지금 우리는 어디까지 온 걸까?
구의동
고시원―1평들이 모여 이루는 누군가의 동네
노량진동
언젠가는 별다를 게 없어지더라도
창천동
나와 외국인과 흰 삽살개
해방촌
오래된 신도시
이매동
판교의 기술 골짜기
삼평동
계속 걷게 만드는 동네
성북동
참 좋았던 시절
당수동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이곳은 일단 주차장에 앉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무엇을 할 것인가? 산책을 하고 싶다면 등산로 앞 주차장을, 생필품이 필요하다면 마트를 찍어야 한다. 이들은 서로 멀찍이 떨어져 있다. 끼니를 해결하고 싶다면? 무엇을 먹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정하고 움직여야 한다. 햄버거가 먹고 싶다면 맥도날드를, 쌀국수가 먹고 싶다면 구글맵 별점을 훑은 뒤 가장 괜찮아 보이는 쌀국숫집을 찍어야 한다. 골목길을 걸으며 맛있어 보이는 집을 고를 수가 없다. 이 선후관계의 뒤바뀜(이동하다가 필요를 느낀다→필요를 알고서 이동한다)은 내게 너무 큰 변화였다. 남의 나라에 와서 샴푸와 비누가 바뀌는 것도, 냉면과 순대를 먹을 수 없는 것도 괜찮았다. 다만 일상의 방식이 연역과 귀납처럼 달랐다. 대체 왜 도시가 먼저 내게 재밌는 것을 보여주지 않는 것일까? _「모두가 토박이인 동네에서, 모두가 전학생인 동네로」
지금은 안다. 세상에 수많은 동네가 있다는 사실을. 산곡동도 수많은 동네 중 하나이며, 나는 ‘우연히’ 이곳에서 시작되었다. 우연에는 이유가 없으므로, 우연을 사랑할지 말지 결정하는 것은 순전히 우리의 자유다. 우연을 애써 껴안고 사랑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또는 노력했으나 실패했다 해도 괜찮다. 다만, 어느 동네에서 태어나든 모든 사람들이 자기 자신만의 우연을 갖고 살아간다는 것만큼은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살면서 남들만큼 가지지 못해 마주칠 크고 작은 괴로움 속에서도, 적어도 그 우연만큼은 가끔은 꺼내볼 수 있는 ‘내 것’이 될 테니까. _「사실은 그 불이 꺼진 적 없다는 걸」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 자리를 지켜온 꽃집 아저씨와 아주머니를 보며 생각했다. 나도 언젠가 예고 없이 찾아오는 누군가를 맞이할 때가 있을 거라고. 누군가의 지난 시간까지 한꺼번에 몰려올 때가 있을 거라고. 물론 반대일 수도 있을 테다. 느닷없이 생각나는 이에게 불쑥 연락을 건넬 수도 있고, 나의 소식을 전하고 축하받고 싶어질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럴 때 나는 언제나 진심을 다해 그 마음을 전하고 받을 수 있을까? 올바른 질문을 던질 수 있을까? 너는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느냐고 물을 수 있을까? _「지금 우리는 어디까지 온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