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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91190337311
· 쪽수 : 208쪽
책 소개
목차
슈샤인 보이 - 박효명 … 7
손수건 - 하명희 … 43
너의 손을 잡고서 - 전혜진 … 71
생일빵 - 표명희 … 105
분홍 토끼를 위하여 - 정미영 … 135
행진 - 정도경 … 165
발문)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 이인휘 193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되긴 뭐가 돼? 그건 한참 뒤야. 네가 죽으면 그런 세상이 다 무슨 소용이야? 넌 실패하는 일에 목숨을 거는 거라고.”
광식은 흥분한 소다와 눈을 맞추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난 이게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아. 구두 광이 구두약 한 번 칠한다고 나는 줄 아냐? 몇 번이고 약을 칠하고 죽을힘을 다해 문대야 눈이 번쩍 뜨이는 광을 낼 수 있다고. 난 그 번쩍이는 광을 위해 약을 칠하고 죽기 살기로 문대는 거야.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몇 번째 구두약인진 모르지만, 이게 쌓이고 쌓이면 언젠가는 번쩍하고 광이 날 거 아니냐.”
- 박효명, 「슈샤인 보이」에서
네, 손수건. 내 대갈통이 깨져서 피가 흐르니까 어떤 키 큰 누나가 자기 손수건으로 내 머리를 이렇게 꾹꾹 눌러 줬어요. 나는 지금도 그 손수건을 잊을 수가 없어요. 부산에서 마산으로 놀러 왔다가 집에 가기 싫어서 자장면집에서 배달하던 때란 말입니다. 마산에는 아는 사람 하나 없지, 시위하는 사람들을 생전 처음 보고 신기해서 따라다니다가 붙잡혔지, 고문관은 나한테 파출소에 불 질렀다고 하지, 내가 불 지르는 걸 봤다고 누구는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지……. 환장하겠더라고요. 내 편이 아무도 없는데 그 누나가 손수건으로 내 머리를 눌러주는 순간 눈물이 쏟아지더라고요. 그 누나를 오늘 기념식에서 만났어요. 네가 그때 그 중학생이가? 하는데 딱 알겠더라고요. 그때 잠깐 스치고 간 그 누나가 이렇게 생생하게 기억날 줄은 나도 몰랐어요.
- 하명희, 「손수건」에서
“한쪽에서는 빨갱이 취급을 하면서 먹고살 길 다 막아 놓고, 다른 한쪽에서는 그때 광주에 있었다고, 민주주의의 성지라고, 이슬만 먹으면서 민주주의만 생각하고 사는 사람들처럼 착각하는데. 야……. 정말 둘 다 달갑지 않아. 그때 내가 아는 사람들이 왜 거리로 나갔는지 알아? 공수부대가 멀쩡한 사람들, 죄 없는 사람들을 때리고 부러뜨리고 대검으로 찔러서 나간 거야. 항의하러 나간 거라고. 광주 사람이 날 때부터 무슨 열사고 전사라서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게 아냐. 그건, 다들 그냥…….”
이렇게까지 흥분하고 화낼 일이 아니었다. 수현은 아직 학생이고, 광주에서 벌어진 사건은 이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의 일이었다. 그런데 수현에게 화풀이하듯 말하는 것은 정말 어른답지 못한 일이었다. 그런데도 멈춰지지 않았다.
“드라마나 보고 와서 광주는 민주주의의 성지라고 말하면, 그게 뭐 그리 반가운 일이라고!”
- 전혜진, 「너의 손을 잡고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