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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서지/출판 > 출판/편집
· ISBN : 9791191383133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22-04-29
책 소개
목차
책을 펴내며 / 박서현·정경희
1부 지식의 공공성
1. 지식 커먼즈와 연구(자)의 삶 / 권범철
2. 공공성과 거버넌스 : 한국 인문사회 분야 학술 지식 생산의 공공성을 증진하는 커먼즈와 국가의 관계 / 박서현
3. 지식 커먼즈와 저작권법, 그리고 CCL / 윤종수
2부 지식공유운동의 역사와 필요
4. 지식공유운동으로서의 오픈 액세스 / 정경희
5. 국내 학문 생태계의 현실과 혁신 방향 : 지식의 공공성, 저작권, 오픈 액세스 / 김명환
6. 지식 공유와 한국의 학술 및 교수·연구자 운동 / 박배균
3부 지식공유운동의 현재와 과제
7. 공공 영역의 오픈 액세스 출판 지원 정책 / 이재윤
8. 그럼에도,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 포스트 코로나19 대응 한국연구재단 정책 과제를 마치며 / 박숙자
9. 학술지 오픈 액세스 출판 전환을 둘러싼 두 거인의 협상 이야기 / 이수상
4부 대담
10. OA라는 형식이 학회에 제기한 질문 / 박숙자·이혜령·장문석
11. 지식공유운동의 현재와 미래 / 박배균·박숙자·정경희·천정환·박서현
부록
문헌정보학 분야 오픈 액세스 출판 선언
새로운 학문 생산 체제와 ‘지식 공유’를 위한 학술 단체 및 연구자 연대 선언
인문·사회과학 학술지 오픈 액세스(Open Access) 전환을 위한 선언
한국기록관리학회지의 오픈 액세스 출판 전환을 위한 로드맵
지식공유연대 학술지 오픈 액세스 전환 매뉴얼 1.0
주
참고문헌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러므로 우리가 지식 공유를 단지 지식의 자유로운 이용 문제로만 생각하면 지식 커먼즈의 중요한 영역을 놓치게 된다. 바로 지식 생산자의 삶이다. 그러나 누가 지식을 생산하는지도 혼란스럽다. 우리는 지식이 사회적 생산물이라는 점에 쉽게 동의하면서도 지식 생산자를 좁게 한정하곤 한다. 예를 들어 대학(원)생은 지식의 생산자인가 소비자인가?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생산되는 지식은 교수들만의 것이 아니다. 지식은 대학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강의와 세미나, 발표, 토론, 잡담 등에 참여하는 모든 이가 함께 생산한다. 무엇보다 대학(원)생은 자기 자신을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상품인 노동력으로 생산한다는 점에서 노동자다. 그러나 대학(원)생은 임금을 받기보다 오히려 돈(등록금)을 지불해야 한다. 이는 대학(원)생이 노동자라는 사실을 효과적으로 감추고 그들을 소비자로 부각한다. 그들이 ‘학업의 끝없는 부과’ 속에서 자기 자신을 계획 가능한 자본의 요소로 만들고 있음에도 말이다. 또한 대학에서 청소·관리·조리 등을 수행하는 많은 노동자는 일반적으로 지식 생산자일 수 없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여러 대학에서 일어난 노동자들의 투쟁은 대학 구성원들에게 풍부한 정치적 경험을 선사하면서 대학을 새로운 교육의 장으로 만들고 있지 않은가? 무엇보다 노동자들은 대학이라는 공간 자체를 매일 재생산한다. 노동자들이 없다면 대학의 숱한 ‘지식’ 생산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대학은 이들(학생과 학내 재생산 노동자)을 소비자로 취급하거나, 지식 생산과는 무관한 ‘비생산적인’ 이들로 간주하며 이들의 노동을 가치 절하하고 그만큼 무상으로 흡수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현재의 대학은 이들의 노동을 무상으로 흡수해 지탱하는 뒤집힌 커먼즈다.
학술 지식은 인간과 사회, 자연과 예술 등에 관한 기존 지식을 문제시하고, 새로운 연구를 통해 연구자 자신과 동료 연구자가 이 영역의 제반 지식을 다르게 보고 생각하게 하는 토대가 된다. 나아가 이러한 다른 봄과 다른 생각은 일반 시민에게도 영향을 미침으로써 모든 시민으로 구성된 전체 공동체, 즉 우리 사회의 건강한 변화를 위한 초석이 될 수 있다. 학술 지식이 공공적 가치, 공공성을 가지는 까닭은 이처럼 우리 사회의 건강한 변화를 위한 초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술 지식의 오픈 액세스가 필요한 까닭은 (학술 지식이 단순히 경제학적 의미의 공공재이기 때문이 아니라) 동료 연구자와 시민이 다른 봄과 다른 생각을 하게 하는, ‘공공성을 가지는 공공재’이기 때문이다.
인류의 문화와 지식의 역사는 본래 커먼즈의 역사였다. 문화와 지식은 오랫동안 사회의 구성원들에 의해 생산・공유・전승되면서 발전했고, 사회를 결속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창작은 언제나 상호 영향 아래 누적적인 경로를 통해 이루어지는 활동이었다. 커먼즈로서 문화와 지식은 무형의 정보가 갖는 본질적인 속성, 즉 비경합성과 비배재성 때문에 자연스러운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누군가의 이용이 다른 사람의 이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비경합성과 다른 사람의 이용을 막기가 불가능하거나 어렵다는 비배재성은 문화와 지식이 공유에 친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15세기 말부터 16세기에 걸쳐 자행되었던 목초지에 대한 인클로저 운동에 빗대어 문화와 지식에 “두 번째 인클로저 운동(Second Enclosure Movement)”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을 정도로 문화와 지식은 그 커먼즈적인 본질에도 불구하고 과다한 사유화의 틀에 밀려들어 가고 있으며, 그 정도 또한 가속화하고 있다. 문화와 지식은 점차 상품으로서 중요한 사유재산으로 통제가 강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