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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35888
· 쪽수 : 172쪽
책 소개
목차
날개 _이상
사이렌이 울릴 때 _이승우
우리들은 마음대로 _김태용
진술에 따르면 _임현
마지막 페이지 _강영숙
1교시 국어 영역 _최제훈
대합실에서 _박솔뫼
해설 「날개」를 읽는 여섯 개의 시선 _조연정(문학평론가)
이상 연보
지은이 소개
저자소개
책속에서
우리들은 서로 오해하고 있느니라. 설마 아내가 아스피린 대신에 아달린의 정량을 나에게 먹여왔을까? 나는 그것을 믿을 수는 없다. 아내는 대체 그럴 까닭이 없을 것이니. 그러면 나는 날밤을 새우면서 도적질을 계집질을 하였나? 정말이지 아니다.
우리 부부는 숙명적으로 발이 맞지 않는 절름발이인 것이다. 내가 아내나 제 거동에 로직을 붙일 필요는 없다. 변해할 필요도 없다. 사실은 사실대로 오해는 오해대로 그저 끝없이 발을 절뚝거리면서 세상을 걸어가면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까? (이상, 「날개」)
나는 불현듯이 겨드랑이 가렵다. 아하, 그것은 내 인공의 날개가 돋았던 자국이다. 오늘은 없는 이 날개, 머릿속에서는 희망과 야심의 말소된 페이지가 딕셔너리 넘어가듯 번뜩였다.
나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그리고 어디 한번 이렇게 외쳐보고 싶었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보자꾸나. (이상, 「날개」)
그리고 나는 보았다. 세상에 종말이 왔다고 알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정오의 사이렌이 요란하게 울리는 순간, 이제껏 금붕어 주위를 어슬렁거리기만 하던 그 비쩍 마른 사내가 갑자기, 흡사 무슨 지시를 받기라도 한 것처럼 옥상 난간으로 훌쩍 뛰어 올라가는 모습을. 그는 난간에 아슬아슬하게 선 채 몸을 잔뜩 웅크리고 양팔을 반쯤 펼쳤는데, 그 모습은 큰 닭이 날개를 펴고 두 발을 곧추세울 때의 모습을 연상시켰으나 비상하려는 닭의 자태와는 달리 아슬아슬하고 위태위태해 보였다. 하기야 비상하려는 닭이 뜻대로 안전하고 완전하게 비상하는 일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니, 아슬아슬하고 위태롭기가 그와 같았다고 해서 이상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승우, 「사이렌이 울릴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