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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4640190
· 쪽수 : 3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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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양희야, 양희야, 이제 피시버거는 안 판단다. 양희야, 양희야, 너 되게 멋있어졌다. 양희야, 양희야, 너, 꿈을 이뤘구나, 하는 말들을 떠올리다가 지웠다. 안녕이라는 말도 사랑했니 하는 말도, 구해줘라는 말도 지웠다. 그리고 그렇게 지우고 나니 양희의 대본처럼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도 어떤 것은 아주 없음이 되는 게 아니라 있지 않음의 상태로 잠겨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 남았다.(『21세기문학』 2015년 가을호)
- 김금희, 「너무 한낮의 연애」
어떡하지. 그는 환하고 텅 빈 집안을 서성였다. 그에게 예외적인 상황은 그 자체로 어떤 의미 이상이었다. 까닭을 알 수 없는 일들은 늘 그를 더 인간적으로 만드는 것 같았다. 하지만 크게 만회해야만 하는 일과 맞닥뜨린 마당에, 그는 한순간에 무력해지고 말았다. 그저 친절하게 구는 일로는 아무것도 회복되지 않을 것이었다. 그는 이제 H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서는 자기 전 생애를 끌고 와야만 한다는 것을 이해했다.(『문학과사회』 2015년 여름호)
- 기준영, 「누가 내 문을 두드리는가」
어쩌면 그의 삶은 오해되고 왜곡되었는지 모른다. 아니, 우리를 속이고 있는지도 모르지. 솜씨 좋은 작가처럼 거짓을 진짜처럼 혹은 진실을 가짜처럼. 영혼은 편하게 침대에 눕혀놓고 하루종일 내 손을 잡고 유령처럼 산책하다 집에 돌아간 것일지도 모른다. 아닌가. 하지만 그럴 수도 있지. 모르는 일이니까. 말을 안 하는데 알 수가 있나. 뒷모습으로 남은 얼굴. 아름답게 움직이던 위빙. 오리나무와 자귀나무를 구분할 수 있는 이상한 지식. 오늘 만난 한두운은 도대체 어떤 사람이었나.(『문학과사회』 2015년 겨울호)
- 정용준, 「선릉 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