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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91166291494
· 쪽수 : 232쪽
· 출판일 : 2023-02-01
책 소개
목차
서문
01·여성의 몸과 죽음의 근본성 ―김혜순 시인 ★ 김학중
여성의 몸을 발굴하기
살아서 죽음을 현시하는 존재는 모두 ‘너’인 ‘나’
살지 않는 생이 보여주는 죽음의 차원
그러므로 죽음을 손쉽게 다루지 마라
02·여러 다른 나-자신의 열매의 향기가 애도하는 빙하기의 역 ―허수경 시인 ★ 김학중
그 길은 혼자 떠나는 먼 길이지만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 도착하기
오래된 죽음과 대화하면 다시 태어나는 것들과 인사할 수 있지
03·제3의 길과 아노미적 죽음 ―최인훈의 『광장』과 박상연의 『DMZ』 ★ 우찬제
자살, 진정한 철학적 문제?
크레파스보다 진한 바다에서 이명준은…
‘푸른 광장’을 향한 과제의 거대함
만약 이명준이 자살하지 않고 제3국으로 갔더라면……
포로수용소, DMZ, 스위스에서의 죽음, 죽음, 죽음들……
04·오렌지 껍데기의 비애와 ‘난장이’의 죽음 ―자본세 시대의 죽음의 상상력과 불안 ★ 우찬제
월부인생과 오렌지 껍질의 비애 :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
빚진 죄, 그 원인적 과실과 죽음: 카프카의 「변신」
산업화 시대의 불안과 죽음 :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05·일찍 꺾이다, 요절(夭折) ―이른 죽음과 애도 ★ 최성민
이른 죽음
가족의 요절이라는 깊은 상처
견디기 힘든 슬픔, 공감이라는 위로
재난이 불러온 이른 죽음
애도와 위로
06·현실 너머의 생명과 죽음 ―SF에서의 죽음 ★ 최성민
영생의 꿈
SF 문학 속의 과학과 질병
죽음이라는 상실
죽음이라는 생명의 증거
07·미아스마(miasma)의 굴레―고대 그리스 비극에서의 죽음 ★ 이상덕
미아스마(miasma)란 무엇인가?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
인생의 굴레, 죽음
08·두 영웅의 죽음 이야기―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서의 죽음 ★ 이상덕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죽음
파트로클로스의 죽음
헥토르의 죽음
아킬레우스의 애도
프리아모스의 애도
호메로스가 생각한 죽음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김혜순은 이러한 지금 여기에 ‘죽음’을 엄숙하고 진지하게 바라보라고 권유하고 있다. 죽음은 우리가 가볍게 처리할 일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죽음’은 우리가 함부로 대해 온 이 세계에 대한 가장 광범위한 공감이며 포용이다. ‘죽음’은 그렇게 우리로 하여금 우리 존재의 근원적인 지점들을 어둠 속에서 포옹하게 한다. 그것이 김혜순의 시인 것이다. 김혜순은 이러한 ‘죽음’을 통해서 다시 인간을 발견한다. 이제 인간은 모두 짐승이며, 아시안이고, 무엇보다 여자이다. 이것을 언어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통해 김혜순은 ‘여자짐승아시아’를 ‘하기’로 만든다. 김혜순에게서 ‘죽음’은 그렇게 하여 남자 아버지도 여자로, 진정한 ‘죽음’의 품으로 애도하면서 마주할 수 있도록 우리를 이끈다. 우리는 그렇게 죽음으로 향해 가는 공동체가 되어서 ‘죽음’을 넓히고 공유하고 우리를 구분하고 차별하는 모든 벽들을 허물고 대지적인 차원으로 돌아간다. ‘죽음’은 우리를 진정한 대지로 인도하는 애도의 길이다.
허수경은 시에서 ‘죽음’의 공간을 가시화하면서 그 공간에서 단 한번도 서로 동일한 시간을 살지 못한 여러 다른 나-자신의 해후와 대화를 표현하고 그 모든 것들을 긍정하면서 ‘죽음’을 맞이하는 자기 애도의 행위를 수행한다. 이렇게 하여 ‘죽음’은 삶을 마지막에 이르러 긍정하고 새로운 가능성의 지평으로 손을 흔들어주는 작별인사임이 드러난다. 허수경이 노래한 ‘죽음’은 그런 점에서 단순한 생의 소멸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음에 올 새로운 존재들이 삶을 환대하도록 이끄는 거대한 제의이다.
카프카의 「변신」에서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는 자본주의 경제의 희생양에 불과하다. 돈을 벌 수 있을 때 그는 가게에서는 믿음직한 세일즈맨이었고, 가정에서는 사랑받는 아들이요 오빠였다. 하지만 돈을 벌지 못하고 벌레가 된 그는 철저한 소외자이며, 해충에 불과할 따름이다. 더 이상 가족의 일원일 수도 없었으며, 특히 아버지의 가학적 공격성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변신 전후에 보이는 이 같은 가족 구성원 간의 부조리한 행위, 자식에 대한 아버지의 횡포, 소외 등의 밑바탕에 돈의 문제가 깔려 있다는 사실은 더 이상 놀랄 일이 아니다. 아들과 오빠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돈을 사랑했던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어처구니없는 실존적 상황, 하나의 인격체가 아닌 단지 돈벌이 수단으로서만 세일즈맨을 치부한 비인간적인 고용주의 태도, 욕망하는 기계인 자본주의의 거침없는 톱니바퀴……. 이 정도라면 사람의 상황이라기보다는 벌레의 상황이라고 보아야 하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