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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91166290916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22-01-25
책 소개
목차
죽음과 철학―죽음의 관념과 시간의 지평 / 조태구
1. 죽음이라는 신비
2. 2인칭의 죽음과 현재
3. 나와 너의 ‘최소 거리’, 삶과 죽음의 거리
4. 죽음이라는 관념
5. 무라는 관념
6. 죽음과 시간의 지평
7. 탈자적 시간과 죽음
8. 죽음과 삶
현상학의 자아와 죽음―후설의 초월론적 자아, 유한성, 그리고 죽음 / 최우석
1. 정적 현상학과 발생적 현상학
2. 두 얼굴의 현상학
3. 초월론적 자아의 시간의식
4. 상호주관성, 무한성, 유한성
5. 초월론적 자아의 죽음
죽음으로 가는 시간―질병과 간병, 그리고 노화와 요양 / 최성민
1. 들어가며: 삶은 죽음을 향한다
2. 질병과 간병
3. 간병의 서사들: 박완서의 소설을 통하여
4. 더 비극적인 간병의 현실
5. 질병의 인정과 요양, 그리고 타나토스
6. 나오며
성녀 시에나의 가타리나의 금식과 죽음―중세 여성의 주체성 / 이상덕
1. 서론
2.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Catherine of Siena)의 금식
3. 자기통제 성공의 경험
4. 제약적 환경과 주체성 확보의 노력
5. 몸과 여성성에 대한 거부
6. 결론
기독교의 죽음관―묵시적 희망의 견지에서 본 잠듦과 깨어남 / 김재현
1. 기독교의 발생: 유대교에서 기독교로
2. 죽음 이해
3. 부활과 재림의 묵시적 기대
4. 부활의 시기에 몸은 어떻게 되는가?
5. 나가면서
불교에서 보는 죽음―죽음의 정의, 과정, 임종과 내세, 극복의 문제에 대하여 / 문현공
1. 현대의 죽음 정의와 불교적 정의
2.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 대한 불교적 관점
3. 임종과 내세의 문제
4. 불교의 죽음 극복 문제와 ‘살아 있는 죽음’
죽음과 에로스―1980년대 한국 영화에서의 죽음과 에로스, 그리고 노동과 유희 / 이윤종
1. 들어가며: 영화에서의 죽음과 에로스
2. 영화 '변강쇠'와 판소리 사설 「변강쇠가」
3. '변강쇠'에서의 에로스와 죽음, 1980년대 한국 사회에서의 노동과 유희
4. 나가며: 1980년대 한국 에로영화에서의 죽음
저자소개
책속에서
우리는 우리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누군가가 비록 기존과는 다른 방식이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나타나고 있음을 실제로 체험하지 않는가? 베르크손의 저서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칸딘스키의 그림에서,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에서 우리는 무엇을 읽고, 보고, 듣는가? 인쇄된 활자들과 배치된 선과 색상, 나열된 음들 너머에서 우리는 그 모든 것을 관통하여 하나로 엮는 거장들의 사유의 운동을, 생의 약동을 체험하지 않는가? 꼭 거장들만을 말할 필요는 없다. 이미 이 세상에서, 이 시간의 지평에서 사라져 버린 내가 사랑했던 누군가가 그가 남긴 편지로 인해 문득 내게 기억될 때, 다만 과거의 표상으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생생한 현재로서 살아나 나의 삶을 뒤흔들 때, 그때 분명 그는 나와 함께 살아있다. 그는 죽었지만 죽지 않았다. 죽음은 관념일 뿐이고 삶에 대한 나의 기대와 그 기대에 대한 나의 실망이 결합된 사유라기보다는 정조, 다만 슬픔일 뿐이다. 그 슬픔, 모든 지평이 지워지고, 모든 공간성이 빠져 버린 그 순수한 질 속에서 나는 그에게 닿는다. 장켈레비치가 말한 “최소 거리”는 삶과 죽음 사이의 거리가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삶과 삶 사이의 거리일 것이다.
죽음은 후설의 현상학이 자기 동일성의 원리로 타자를 포섭하는 주체 중심의 근대철학으로부터 벗어난 사상임을 알린다. 생성의 역동성 속에서 세계 구성의 개방성을 용인하는 사상으로서 현상학은 일방적인 절대주의나 환원주의와 거리를 두는 철학이다. 다만 이와 같은 실정으로 현상학이 상대주의나 관점주의 혹은 실존주의나 회의주의와 같은 철학으로 오해되어서는 안 된다. 앞선 논의에서 밝혔듯, 후설의 현상학은 정적 분석과 발생적 분석의 상호보완적인 유기적 관계에서 살펴지는 것이다. 초월론적 자아의 통일성은 자신의 무한성 이해와 함께 유한성 이해의 상호적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 초월론적 자아는 태도 변경에 따라 무한자로 혹은 유한자로 이해될 수 있다. 개별 인격적 체험을 하는 ‘나’는 출생하고 언젠가 생을 마감하여 소멸되는 자이지만, ‘나’의 초월론적 구성은 영원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후설의 현상학에서의 죽음은 구성의 보편성을 지향하면서도 변화와 새로움을 포용하는 개방성으로 향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코로나19는 요양시설이 좋은 삶을 위한 장소이기는커녕, 감염병 확산의 국면에서 세계적으로 끔찍한 사망자 속출의 공간이 되곤 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뉴욕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2020년 4월 뉴욕의 요양원에서만 25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다고 한다. 2020년 3월에 스페인에서는 노인 요양시설이나 양로원에 사망자가 방치되었다는 기사도 나왔었다. 한국의 경우도 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 상황이 크게 달랐던 것은 아니었다. 2021년 1월 구로와 부천의 요양병원에서는 코호트 격리라는 이름으로 고령의 환자들이 사실상 방치되는 상황이 벌어졌었다. 정의당 장혜원 의원이 중앙방역대책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2월 10일 기준 국내 코로나19 사망자 1,486명 중 요양원, 사회복지시설 등 집단거주시설 내 사망자는 777명으로, 전체의 52.3%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 중 요양병원 사망자가 367명, 요양원 사망자는 196명이었다. 누구나 공평하게 감염될 수 있지만, 취약한 곳일수록 더 치명적인 감염병 코로나19의 영향이 노인요양시설에 가장 치명적이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의 확산세 속에서 요양시설은 집단 감염과 사망자 속출로 이어지는 비극을 피하기 힘든 구조를 갖고 있다. 현재의 요양시설들은 요양이 아니라 타나토스의 공간이라는 사실을, ‘안전한 죽음’을 지향하는 사회적 욕망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할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