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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독일소설
· ISBN : 9788991958814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13-09-10
책 소개
목차
옮긴이의 말 / 이관우 …………………………………………………………………… 4
노벨레/ 요한 볼프강 폰 괴테 ………………………………………………………………… 11
칠레의 지진/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 ………………………………………………… 38
금발의 에크베르트/ 루트비히 티크 ………………………………………………… 56
착한 카스페를과 어여쁜 안네를의 이야기/ 클레멘스 브렌타노 ………… 78
임멘 호/테오도르 슈토름 ………………………………………………………………… 121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아르투어 슈니츨러 ………………………………………… 163
선로지기 틸/ 게르하르트 하우프트만 ………………………………………………… 188
변신 / 프란츠 카프카 ……………………………………………………………………… 227
빵/ 볼프강 보르헤르트 ……………………………………………………………………… 288
붉은 고양이 / 루이제 린저 ……………………………………………………………… 292
작가소개 ………………………………………………………………………………… 301
독일문학 사조 개관 …………………………………………………………………… 312
저자소개
책속에서
하르츠 산악의 어느 지역에 기사 한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보통 그를 그저 금발의 에크베르트라고만 불렀다. 그는 마흔 살쯤 되었고, 키는 겨우 중간 정도였으며, 짧고 연한 금발이 창백하고 움푹 패인 얼굴 위에 소박하고 촘촘하게 드리워 있었다. 그는 매우 조용히 살았으며, 결코 이웃과 싸움에 휘말리는 일이 없었고, 사람들이 그의 작은 성을 에워싼 원형 성벽 밖에서 그를 보는 일 또한 드물었다. 그의 부인도 똑같이 고적함을 좋아했으며, 두 사람은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는 듯했다. 다만 그들은 하늘이 자신들의 결혼생활은 축복해주면서 아이를 내려주지 않는 데 대해서만 가슴아파했다.
에크베르트에게 손님들이 찾아오는 일은 아주 드물었는데, 그럴 경우에도 손님들 때문에 통상적인 삶의 행태가 변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곳에는 절제가 자리하고 있었고, 검소함이 모든 것을 정돈하고 있는 듯했다. 에크베르트는 혼자 있을 때에만 비로소 쾌활하고 기분이 좋았으며, 사람들은 그에게서 분명한 내향성을, 나서기 꺼리는 잔잔한 우울증을 감지했다.
어느 누구보다도 그 성을 자주 찾아오는 사람은 필리프 발터였다. 에크베르트는 그에게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거의 똑같은 사고방식을 발견했기 때문에 그와 절친하게 되었다. 필리프 발터는 본래 프랑켄 지방에 살았지만 자주 반년 이상을 에크베르트의 성 근처에 머물면서 약초와 돌을 수집했고, 그것들을 정리하는 데 몰두했다. 그는 적은 재산으로 살아갔고, 아무에게도 의지하지 않았다. 에크베르트는 자주 외로운 산보를 그와 함께 했고, 해가 가면서 그들 사이에서는 깊은 우정이 싹텄다.
사람을 걱정스럽게 하는 순간들이 있는데, 그것은 지금껏 종종 세심한 주의를 다해 숨겨온 비밀을 친구 앞에서 간직해야 할 때다. 그럴 때면 마음은 모든 것을 털어놓고 싶은 억제할 수 없는 충동을 느끼고, 자신이 좀 더 하나 된 친구가 되기 위해 친구에게 가장 깊은 속마음까지도 열어 보이고 싶어진다. 이 순간에 부드러운 마음들은 서로 본심을 드러내며, 이따금 서로가 상대를 알게됨으로써 흠칫 놀라게 되는 일이 벌어진다.
- <금발의 에크베르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