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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예술/대중문화의 이해 > 미학/예술이론
· ISBN : 9788994606439
· 쪽수 : 396쪽
· 출판일 : 2016-08-31
책 소개
목차
머리말-동아시아 ‘예술’ 개념의 재구축과 다양한 변이
1부_동아시아의 ‘예술’ 개념 횡단
1장_ 다이쇼기 일본·식민지 조선의 민중예술론, 로맹 롤랑의 ‘제국’ 횡단
2장_ 홍명희의 ‘예술’, 개념과 운동의 지반: 일본 경유 톨스토이의 비판적 수용
3장_ 파괴의 예술과 건설의 예술: 카프 초기 프롤레타리아 미술 담론
4장_ 근대 중국의 ‘美術’ 개념과 1929년 전국미술전람회
5장_ 문학용어사전을 통해 본 문학·예술 관련 개념 정립 과정: 1910~1920년대
제국 일본과 식민지 조선에서 편술된 용어사전을 중심으로
2부_ 식민지 조선의 ‘예술’ 개념 수용과 문학장의 변동
6장_ 1920년대 초기 김찬영의 예술론과 그 의미
7장_ 1920년대 초 동인지 문인들의 예술: 예술의 미적 절대성 획득과 상실 과정
8장_ 1920년대 후반 임화 평론에 나타난 아방가르드 수용과 예술의 정치화
9장_ 1930년대 한국 모더니즘 문학·예술 개념의 탈경계적 사유와 그 가능성
10장_ 일제 말기 최재서의 예술론과 정치의 미학화
저자소개
책속에서
2005년에 발표된 이기호의 소설 「수인」(『문학동네』, 2005년 여름호)에는 심판관 앞에 서 있는 소설가 수영이 나온다. 외부와 관계를 끊고 폐가에 들어가 소설을 쓰던 수영은 원자력 발전소 두 곳이 폭발해 한국이 폐허가 되어버린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 폐가에서 나온 수영은 한국을 떠나 프랑스로 이주하고 싶어 하지만, 심판관들은 그가 이주할 자격이 되는지 확신하지 못한다. 「수인」에서 심판관들이 소설가 수영에게 질문을 던지는 장면은 소설 창작과 같은 예술활동, 더 나아가 인문학 전반의 존립 필요성에 의혹을 던지는 오늘날 한국 사회의 시선을 연상하게 한다. 소설을 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당신을 받아줄 나라가 어디에 있겠냐고 물어보는 심판관에게 수영은 소설이 예술 영역에 속한다는 점을 애써 강조한다. 그러나 그의 말은 곧 소설 역시 일종의 발명품이 아니냐는 심판관의 반문과 충돌하게 된다.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는 심판관과 수영의 모습은 1919년 『창조』1호에 실린 김환의 소설 「신비의 막」에 등장하는 세민 그리고 그의 아버지와 겹친다. 도쿄미술학교에 진학할 뜻을 밝힌 세민에게 어버지 역시 “대체 미술이란 무얼 하는 것이냐?”는 질문을 던진다. 「신비의 막」 속 아버지는 “노동이 없는 곳에 소설도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심판관과 달리 근대적 예술이 무엇인지를 어렴풋하게도 인식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아버지(「신비의 막」)와 심판관(「수인」)은 소설가(혹은 화가 지망생)에게 ‘예술’의 존재 근거를 대답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이때 눈여겨볼 것은 아버지와 심판관의 질문에 대답하는 예술가들의 태도다. 2005년 소설가 수영이 대답하는 모습은 1919년의 미술가 세민과 기묘하게 대조된다. 그림 그리는 사람을 환쟁이라고 부르는 아버지에게 자신이 예술가라고 강조하던 1919년 세민의 발화에서 ‘예술’은 마법적인 힘을 지니는 개념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그러나 2005년 소설이 발명품과 다르다는 것을 주저하듯 대답하는 수영의 말에서 그 마법은 이제 더는 시효를 유지하기 어려운 것처럼 느껴진다.
- 머리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