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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명사에세이 > 문인에세이
· ISBN : 9788997758043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12-08-06
책 소개
목차
정 호 승
내 추억은 또 한 번 꿈을 꾼다
눈사람도 자동차에 치여 죽는다
막차는 오지 않았다
은근한 사랑의 군불
기다리다 지치는 게 삶이라고도
어머니는 내 시 속에서 집을 짓는다
가난은 눈물이 아니라 힘이다
내 고독에 돌을 던져보라
살아온 삶의 아픔
시인의 마음으로 산 한 세상
안 도 현
낡고 해진 시집을 펼치고 싶어라
이름이 란蘭이라는 여자애가 있었다
달개비 꽃잎 속에는 코끼리가 들어 있다
여백의 아름다움
청순하고도 서러워라
아내는 늙지 않는다
마지막에 흘리는 한 방울의 말간 눈물처럼
나는 쩨쩨한 일에만 열받는다
문득, 눈물겨운 풍경들이 내 안에 들어왔다
가슴에 내 가슴에 수를 놓으리라
장 석 남
잊을 것을 잊지 않으셨군요
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
타오르는 영혼의 노래
별밭에서 지상의 시를 읽는 밤
시인의 장례식
하늘 언덕을 넘어가는 환幻
그들의 희망은 꽃 피는 절망이다
시를 써서 시인이고 싶었다
슬픔을 가르치지 말라
막배 끊긴 세월의 부둣가
세 개의 여인숙
하 응 백
사랑은 다 그렇다
흔들리며 타는 지하철
아무도 그 불온 문서를 보지 말라
때 아닌 눈 내리던 날에
그리움에 쓰는 시
어린 시절의 달
몰매를 맞다
세상을 향한 작은 노래
홀로 벼랑에 오른 뜻은?
옆구리로 만든 작살
사랑을 물 말아먹다
리뷰
책속에서
나는 어릴 때 눈사람의 죽음에서 인간 삶의 자연스러움과 당연함을 배운 것 같다. 눈사람은 햇살이 나면 자연스럽게 녹는데, 그것은 눈사람으로서는 피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운명인 것이다. 그러나 오늘을 사는 눈사람은 차에 치여 죽는다. 이 얼마나 슬프고 당혹스러운 일인가. 눈사람마저 차에 치여 죽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 슬프다.
(중략)
눈사람이 태어나지 않는 21세기. 인간을 복제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눈사람은 만들려고 하지 않는 21세기. 설혹 눈사람이 태어난다 하더라도 자동차에 치여 죽어버리는 그런 세기의 삶은 불행하다.
_정호승‘눈사람도 자동차에 치여 죽는다’중에서
왜 나는 쩨쩨한 일에만 열받는가. 저 정치인과 재벌들 대신에, 정치인과 재벌들의 부패와 타락 대신에 2,500원짜리 짜장면의 양이 적다고 열받고, 치사하게 열받고, 중국집 하마 같은 주인놈한테 욕을 하고, 치사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장선우 감독의 〈거짓말〉을 위해서 표현의 자유를 요구하고, 미군 주둔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적십자 회비를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반장에게만 손가락질을 하고 있는가.
(중략)
새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구름이 나무야 물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_ 안도현‘나는 쩨쩨한 일에만 열받는다’중에서
내게는 아주 먼 이야기처럼 생각되었던 사랑이라는 것이 어느 순간 내게 와서 끊임없이 말을 걸고 있습니다(말을 거는 것이 누구인지 나인지 당신인지 사랑이라는 건지 알 수 없습니다). 내게는 그런 운명이 평생 없을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도둑처럼 내 안에 들어와서 나가지 않고 벌써 몇 달째 살림을 살고 있습니다. 듣던 음악도 그전에 듣던 음악이 아니고 바라보는 책상 모서리도 예전의 책상 모서리가 아닙니다. 생전 처음 보는 나 자신의 모습을 볼 때가 많습니다.
- 장석남‘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