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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4361368
· 쪽수 : 170쪽
· 출판일 : 2017-12-29
책 소개
목차
발간사 김기택 언어의 경계를 관통하는 몬순의 힘
인사말 사소 겐이치 꿈의 바람에 실려온 것
한국
고형렬 소켓과 기억 외 3편
김기택 가죽 장갑 외 3편
나희덕 우리는 흙 묻은 밥을 먹었다 외 3편
심보선 느림보의 등짝 외 3편
진은영 바스와바 쉼보르스카 외 3편
일본
사소 겐이치佐相憲一 마음의 비유 외 1편
나카무라 준中村純 8월의 기도 외 4편
시바타 산키치柴田三吉 물개 외 2편
나무라 요시아키苗村吉昭 알려지지 않은 걸작 외 3편
스즈키 히사오鈴木比佐雄 듀공의 친구로 끼워주기 바란다 외 1편
중국
리쟌깡李占剛 꽃놀이 외 2편
린망林莽 내 주차 자리 앞에 벚꽃 한 그루가 있었네 외 2편
선웨이沈葦 경로당에서 외 2편
쑤리밍蘇歷銘 거울 속 외 2편
천량陳亮 따스함 외 2편
말레이시아
꾼니 마스로한띠Kunni Masrohanti 바람이 전하는 안부 외 2편
에윗 바하르Ewith Bahar 라이든의 어느 야윈 남자 외 2편
저자소개
책속에서
“2015년 국제연합 자료에 따르면, 한중일 삼국의 인구는 어느 나라이든 196 개국 가운데 25위 이내다. 각각 약 4천8백만, 13억5천만, 1억2천6백만 명이다. 중국은 세계 인구의 5분의 1이상을 점하고, 국토가 넓지 않은 일본도 그 인구는 대단한 편이고, 한국과 같은 민족이 사는 북한도 2천4백만 명으로 세계에서 48번째로 인구가 많다. 한중일 삼국의 인구 합계는 15억 명을 넘어서고 있다. 세계를 살펴볼 때 아시아의 이 지역에는 특히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동아시아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등 아시아 전체가 대체로 많은 인구를 보유하고 있다. 어느 나라든 인구가 많다는 것은 반드시 좋은 일만은 아니며, 곤란한 것도 여러 가지 있을 것이다.
계절풍, 우기와 건기, 사계. 은혜로운 비도 있지만 집중호우가 되어 무언가를 파괴하기도 한다. 바람에 민감한 감성이 마음의 바다나 숲에 형성되어 있다면, 역사의 풍상을 견뎌온 삶의 토양은, 꿈의 바람에도 풍부한 감수성을 가질 수 있게 할 터이다.
국가 인구의 집단적 관점은 정치·경제 분야에서는 논의의 한 축이 될 것이겠지만, 그것과는 또 다른 관점에 서서, 한 사람 한 사람 생명의 목소리가 퍼져 가는 것이나 아픔을 소중하게 듣고 발신하는 것은, 시 문학을 비롯한 문화 예술의 역할이다. 사람의 이야기는 숫자로 해소할 수 없는 육체성과 체온을 지니고 있다. 개별적이면서 동시에 보편성으로 이어지는 것, 그와 같은 것을 추구하며 인간은 문학을 애호하는 것이리라. 거기에는 삶과 죽음 양쪽의 바람이 불고, 풍성한 것을 싹트게 한다.
‘몬순’(계절풍)이라는 상징적인 동인지 명을 붙인 국제 시 동인지가 창간된 지 2년째를 맞는다. 한국판, 중국판, 일본판으로, 각각 세상에 나온 창간호는 대체적으로 호평이었다고 말해도 좋으리라. 이와 같은 첫 시도에 대한 기대와 신선함은 물론, 내용도 다양하게 읽혀서, 공감의 목소리가 전해져 오고 있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 사소 겐이치, 인사말 中
국가나 사회를 이끌어가는 동력은 정치·경제와 같은 큰 힘에 있지만, 그것이 개인의 내밀하고 고독한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을 일일이 다독거려 줄 수는 없다. 사회는 개인을 보호하기는 하지만, 커다란 사회적인 힘들이 부딪치는 과정에서 개인의 내면은 소외되거나 치명적인 상처를 일상적으로 받기도 한다. 비슷한 경험을 한 이들이 서로 소통하면서 아픔과 즐거움을 나누는 일은 개인의 내면을 치유하고 건강하게 회복하는 일이다. 예술이나 문학은 주로 그런 일을 담당한다. 몬순은 언어 이전에 내면에서 소통하는 자연의 힘이다. 그 힘은 거대하지만 뿌리 하나 잎 하나에도 스며서 생기를 불어넣는다.
『몬순』 창간호의 시들을 읽으며 시가 직관과 감성과 정서로 통용되는 공용어임을 다시 실감하게 된다. 시는 불가피하게 언어를 쓰지만 그 언어는 추상화와 관념화의 작용에 저항하는 위반의 언어이며 몸에 가까운 원초적인 언어다. 의사소통을 위해 언어를 쓰면 사물은 기호로 굳어지고 인간은 자연과 분리되지만, 시는 언어의 이런 작용을 넘어서려 한다. 시는 언어의 기호 작용을 넘어 몸, 자연, 사물 그 자체가 되려고 해 왔고, 그 상상력을 가두는 틀과 개념에 고정되지 않기 위해 애써 왔다. 사물이고 생물이며 인간 그 자체인 시의 언어는 몬순과 같이 호흡하는 생명체이므로 끊임없이 의미와 범주와 개념의 구속을 벗어나려 한다. 번역이라는 장애에도 불구하고 사물의 언어, 생명체로서의 언어를 쓴다는 점에서 세계의 시인은 하나의 언어를 쓴다는 유대감이 형성되는 것이다.
(중략)
『몬순』은 세 나라 열다섯 시인이 뜻을 같이 하여 서울과 베이징과 도쿄에서 동시에 출간했다는 사실이 갖는 의미가 커서 창간호만 내더라도 그 의의가 작지 않을 터인데, 두 번째 동인지까지 동시 출간을 하게 되어 그 기쁨이 배가 되었다. 앞으로 회를 거듭할수록 몬순의 힘이 자유롭게 경계를 드나들며 대지와 대기, 대양의 가장 깊은 곳까지 들어가 운동하고 작용하고 숨 쉬며 서로 다른 시인들을 하나로 연결시키는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 김기택, 발간사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