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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새벽의 방문자들](/img_thumb2/9791130627045.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30627045
· 쪽수 : 284쪽
· 출판일 : 2019-11-20
책 소개
목차
장류진 · 새벽의 방문자들
하유지 · 룰루와 랄라
정지향 · 베이비 그루피
박민정 · 예의 바른 악당
김 현 · 유미의 기분
김현진 · 누구세요?
발문_장은영 · 침묵과 초능력은 사양합니다
저자소개
책속에서
걸쇠가 걸리며 문이 잠기는 차가운 쇳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남자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번호 키를 누르는 소리가 멈췄다.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여자의 머리카락이 곤두섰다. 마치 남자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아니야, 저 사람한테 내가 보일 리 없어. 아무리 되뇌어봐도 소용이 없었다. 눈동자보다도 작은 렌즈가, 커다란 유리문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문밖의 남자가 자신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처럼 느꼈다. 그는 뭔가 발견했다는 듯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동그랗게 뚫려 있는 여자의 시야에 남자의 상반신이, 어깨가, 얼굴이…… 그리고 마침내 새까만 눈동자가 가득 들어왔다. 남자가, 렌즈를 빤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장류진, 「새벽의 방문자들」 중에서
앳된 임신부가 누구를 기다리는 듯 정류장 주변을 서성이다가 벤치 끄트머리에 앉았다. 담배를 피우며 걸어가던 사람이 휴대폰 벨이 울리자 벤치 앞에 멈춰 섰다. 걸으면서 담배는 피워도 전화는 못 받는지. 바람이 담배 연기를 실어 날랐다. 임신부는 손수건으로 입과 코를 가렸다. 전화 통화는 길었고 담배 연기도 길었다. 나라도 한마디 할까, 아니면 아침부터 일 만들지 말고 참을까, 고민스러웠다. 룰루는 손과 다리를 움찔거렸다가, 엉덩이를 들었다가 놨다가, 안절부절못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더니 결심한 듯 일어난다. 담배 피우는 사람에게 다가간다. 아아, 룰루, 어쩌려고? 내 가슴이 다 두근거렸다.
―하유지, 「룰루와 랄라」 중에서
방 안에서 P는 어쩐지 말이 줄었고, 그러다 문득 영화를 보자고 했고, 소파 베드에 나란히 앉아 노트북을 들여다보고 있을 때면 돌연 몸을 붙여왔다. 처음엔 갑자기 자세를 바꾸는 것처럼 조금 내 쪽으로 기대거나 소파 헤드에 얹었던 손을 아래로 내려 내 어깨를 감싸 안았다. 문득 무릎에 눕고나 팔짱을 껴오기도 했다. 그때마다 나는 놀랐고, P를 밀어내기보다는 그의 손이 더 넘어오지 않게 하는 데에 신경을 기울여야 했다. 긴장감이 한참이나 이어진 끝에 P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에 다녀오거나 신경질적으로 노트북 키보드를 눌러 영화를 정지시켰다. 그리고 나면 데이트는 끝이었다. P는 내게 가달라고 말하는 대신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약속이 생겼다고 했다.
―정지향, 「베이비 그루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