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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91166290923
· 쪽수 : 160쪽
· 출판일 : 2022-01-25
책 소개
목차
01 백 년 전 임산부들은 어떤 고민을 했을까? _ 박윤재
―허신의 「지상병원」 상담을 중심으로
02 관습과 싸우는 새로운 출산법, 여성들의 선택 _ 장수지
―1950년대 『중국부녀』 잡지로부터
03 공공연한 비밀 _ 신지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감춰진 임신과 출산의 그림자
04 고통은 통증과 다르다 _ 김현수
―<그녀의 조각들>의 가정 분만 사건을 중심으로
05 우리 모두를 위한 ‘원더 윅스(Wonder Weeks)’_ 염원희
―TV드라마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으로 본 출산의 현실
저자소개
책속에서
허신은 불임의 원인을 여성에게서만 찾지 말라고 강조하였다. 당시 불임이면 원인이 여성 쪽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허신은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부인에게 병이 있음이라고만 생각하지 마시고 남편 되시는 분에게도 그 원인이 있을 것을 생각하여 보십시오.” 그러면서 자신의 임상 경험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검사한 남성 4백 명 가운데 정자가 없는 사람이 30%나 되었다.
『중국부녀』의 기사들을 통해 1950년대 중국의 출산과 관련한 여러 실천과 생각을 읽어보았다. 1950년대는 구래의 출산 관습이 지속되고 있었고, 관습에 내재한 여성에 대한 멸시가 위험한 출산, 높은 신생아 사망률로 이어지고 있었다. 여성이 스스로 임신을 결정할 수 없고 몸의 건강도 지킬 수 없었다. 생식 관련 지식을 접하기도 어려웠지만 지식이 있더라도 결정권이 없던 것이 모두 문제였다.
할리우드에서만 여성의 임신과 출산이 감춰졌던 것은 아니다. 한국의 대중매체가 임신부의 D라인을 전면에 드러내기 시작한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이제 임신의 공개가 어느 정도 용인되는 분위기지만 아직도 영화 제작 발표회나 인터뷰 등에서는 배우가 임신 사실을 감추고 끝까지, 심지어는 위험한 촬영에도 몸을 사리지 않고 임했다는 사실이 자랑거리이자 홍보의 중심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혼 여성 연기자의 연기력을 시험하기 위한 가장 좋은 설정 중 하나가 출산 장면이 된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출산한 지 몇 시간 만에 멀쩡하게 퇴원해서 집으로 향하는 백인 여성의 이미지나 아이를 낳자마자 체중 감량에 돌입하는 많은 한국(아마도 전 세계) 여성의 모습, 그리고 쉽게, 고통 없이 출산한다는 편견에서 여전히 벗어날 수 없는 흑인 여성의 고초도 대중매체를 통해 지속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는 20세기 전반기의 헤이즈 코드보다 더 강한 통제와 제재가 임신과 출산의 특정 모습만을 선별하여 대중의 입맛에 맞게 전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최근들어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서 출산 장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기는 하지만, 이것이 현실의 충실한 반영인지 시청자 유입을 위한 상술인지 밝히려면 앞으로 더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