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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문화/문화이론 > 문화연구/문화이론
· ISBN : 9791199305809
· 쪽수 : 200쪽
· 출판일 : 2025-08-01
책 소개
의류 브랜드 트락타트를 생산하는 ‘알레고리커’가 매거진 《Traktat: Out of Fashion(트락타트: 비패션)》 첫 호의 문을 엽니다.
인류 문명의 역사만큼 오래 되었으며, 24시간 우리의 몸을 뒤덮은 채,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서도 어디에나 있는 것. 그러나 좀처럼 성찰의 대상으로 성립하지 않는 것.
Traktat: Out of Fashion은 패션(fashion; 옷차림)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매거진입니다.
하지만 주류 미디어가 재현하고 증폭시키는 ‘패션’의 언어에는 거리를 둡니다. 그보다는 패션 자체에 대한 성찰을 지향합니다.
패션에 관해 말하는 매체는 역설적으로 패션의 특정한 차원을 말하지 못합니다. 정치면 사설이 가장 본질적인 정치의 층위를 누락하고, 스포츠 매체가 스포츠의 진실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하나의 시선은 맹점을 가지고 있고, 그 맹점은 보는 자의 시야 속에 있기 때문에 보이지 않습니다. 패션 역시 그렇습니다. ‘패션 매거진’을 표방하는 순간, 인류 복식의 총체는 경화(hardening)된 물질처럼 변형되어 더 이상 그 진정한 역동을 볼 수 없게 됩니다.
《Traktat: Out of Fashion》은 그 맹점의 자리로 향하려는 시도입니다. 보이는 것으로 인해 보이지 않게 된 것들, 익숙함 속에 은폐된 것들을 보기 위해, 우리는 이 잡지를 엽니다.
한편 우리가 살아가는 생활세계 속에서 패션은 기호들이 위계를 이루는 일종의 체계로서, 우리 감각과 미감을 조형하는 하나의 ‘성채(acropolis)’처럼 작동합니다.
그래서 식견 있는 이들 사이에서 패션은 외설적입니다. 누구나 자신의 내밀한 취향과 기호(favor)를 공개적으로 밝히길 주저하지만, 결국 하나의 옷을 입는 순간 그 모두를 수열 속에서 공개적으로 드러내게 된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패션에 관해 말하는 순간 감각·미감을 비롯한 생활세계의 식민화에 공모하게 된다는 점에서 식자층의 관념적 반(anti) 패션은 이해할만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 같은 ‘패션’의 외설성은 동시대 자본주의의 증상입니다.
성찰의 대상이 된 옷은 그와 같은 외설을 우회할 징검다리가 되어줄 수 있습니다.
성찰 속에서 옷은 우리의 피부이자, 몸 자체이고, 우리를 특정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엔진이며, 우리에게 명령하는 힘이면서도, 우리의 환상(fantasy)이고, 이상(ideal)입니다.
옷은 계급이고, 인종이며, 성별이고, 과학이며, 문학이고, 수학이며, 역사입니다. 그래서 Traktat: Out of Fashion은 옷의 바깥에서 패션을 보고, 패션 안에서 그 바깥을 보는 시차*적 시선을 지향합니다. 어떨 때는 옷 이야기가 아예 등장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Traktat: Out of Fashion의 중심은 ‘패션’의 성채 바깥에서 관조하는 시선입니다.
의류 브랜드 트락타트의 기원(origin)은 철학적 에세이나 인터뷰, 기고 등을 담은 매체를 만들겠다는 의지였습니다. 트락타트는 Traktat: Out of Fashion을 통해 자신의 기원으로 되돌아갑니다.”
“Traktat: Out of Fashion_교복”
매거진 Traktat: Out of Fashion 창간호 특집 주제는 ‘교복’입니다.
첫 호의 주제치고 다소 지엽적이고 주변적으로 여겨질 법한 주제를 고른 데에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습니다.
교복은 한국인의 복식 경험에서 보편적이면서도, 근원적인 감각의 씨앗이 되는 지점입니다.
교복은 한국 사회에 ‘시민’으로 등록되기 위한 생애주기의 한 단락을 집약하며, 특정한 유형의 관계, 일정한 정서, 동일한 경험을 산출합니다.
교복은 단 한 번도 한국적 주체를 빗겨나간 적이 없습니다. 그렇게 교복은 우리가 부정하는 순간에조차 한국인의 기억, 경험, 서사, 욕망의 한복판에 놓여 있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교복이 ‘패션’의 조건이 되는 상황은 한국적 특수성을 구성합니다. 교복은 한국사회의 구체적인 패션‘들’이 참조하든 부정하든, 상대할 수밖에 없는 대상으로서, 근원적 미감의 인큐베이터이자 무의식의 지반입니다.
Traktat: Out of Fashion 창간호는 교복의 중대함이 무색하게도, 전혀 그 본질 내용이 규명되거나 진지하게 다뤄진 적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합니다.
이에 교복을 둘러싼 사색, 비판, 생산, 역사를 다각도로 조명했습니다.
목차
[Threshold]
* 정강산 “패션을 지양하는 비패션”
[Flicker]
* 이재영 “교복에 대한 명상: 환상과 교복”
[Under Construction]
* 남아름 “트락타트 그래픽 디자인의 계보”
* “샘플 X 생산의 가장자리에서: 트락타트 디자이너 이재영과의 대담”
* 이재영 “트락타트 디자이너 작업 노트”
* “옷으로 읽는 시대: 교복으로 본 한국 의류사 – 패턴디자이너 정선균 인터뷰”
[Highlight]
* 최정우 “오래전 교복을 벗은 자의 또 다른 옷주머니로부터”
* 서동진 “자유를 말하는 옷은 무엇인가”
* 박세진 “교복의 딜레마”
* 남디디 “핏이 달라” (만화)
* 김희량 “교복, 통치성과 공동체성의 사이에서”
* 허태준 “성장의 속도는 저마다 달랐지만”
* 황서희 “나는 두겹의 옷을 입었다”
[Underline]
* 김시온 “체크무늬 남방과 명문대 과잠 – 부르디외, 파스롱의 『상속자들: 학생과 문화』에 관한 서평”
[Footnote]
* 조수근 “교복 위의 정체성: 패딩 아래의 사회”
* _____ “한국 빈티지의 알파 오메가, 동묘 새벽시장 투어”
[Flicker]
* 이재영 “도시와 산: 등산복에 관한 명상”
[Endnote]
저자소개
책속에서
옷은 계급이고, 인종이며, 성별이고, 과학이며, 문학이고, 수학이며, 역사입니다. 그래서 Traktat: Out of Fashion은 옷의 바깥에서 패션을 보고, 패션 안에서 그 바깥을 보는 시차적 시선을 지향합니다. 어떨 때는 옷 이야기가 아예 등장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정강산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관성을 보여주는 옷은 교복 혹은 군복과 같은 ‘제복’이다. 이러한 힘을 느낄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은데, 그 이유는 옷의 바깥에서 옷을 입은 자신을 바라볼 수 없기 때문이다. 옷에 몸을 맡긴다는 것은, 정속으로 달리는 차 안에 있거나 날아가는 비행기에 있는 것과 같이, 오직 안에서만 보이는 풍경의 파노라마에 자신의 시선을 일치시키는 동시성의 공간에 머문다는 것이다.
-이재영
트락타트의 그래픽은 몽타주와 인용의 방식을 사용해 사상가와 문학가들의 이미지, 언어, 사유를 동시대의 맥락으로 다시 불러오는 시각적 에세이다. 사상가들의 초상은 질문의 시각적 매개체가 되고, 문장은 입는 사람의 사유를 이끄는 기호가 된다. 그래서 모든 디자인은 실제 저작에 대한 연구와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표현하고 싶은 사상가를 이해하지 못하면 결국 디자인에서 표가 나기 때문이다.
-남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