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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일본사 > 일본근현대사
· ISBN : 9788990618771
· 쪽수 : 472쪽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정근식)
서장(주은우)
1부. 동아시아 근현대사 속의 류큐와 한반도
1장. 오키나와 근대사를 생각한다 (나미히라 츠네오)
2장. 일본의 류큐 병합과 동아시아 질서의 변동 (강상규)
3장. ‘류큐처분’기 류큐 지배층의 자국인식과 국제관 (박훈)
4장. 한국 근현대사와 오키나와 (신주백)
5장. 오키나와전에서의 주민학살의 논리 (야카비 오사무)
2부. 전쟁의 경험과 기억의 정치
6장. ‘죽음’으로의 동원과 이에 대한 저항의 가능성 (강성현)
7장. 오키나와 한센병사에서의 절대격리체제 형성과 변이 (정근식)
8장. 일본 군국주의와 탈맥락화된 평화 사이에서 (김민환)
3부. 지역 문화와 공간 형성
9장. 오키나와 도시공간의 문화적 혼종성 (김백영)
10장. 미군기지 내에서의 농촌자치와 지역문화 (임경택)
11장. 촌락공유지의 변천 과정을 통해 보는 지역사 (진필수)
4부. 오키나와의 정체성: 우치나와 일본 사이에서
12장. 동화론과 오키나와 아이덴티티 (박훈)
13장. 근대국가와 시티즌십 (최현)
14장. 섬의 시선 (주은우)
저자소개
책속에서
오키나와의 문화를 혼성성 또는 혼종성의 문화로 특징짓는다면, 그것은 곧 오키나와가 ‘경계의 섬’이라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오키나와의 혼성적인 문화를 보여주고 오키나와를 경계의 섬이라 일컫게 해주는 사실은 물리적.지리적 의미에서 뿐만 아니라, 그보다도 훨씬 더 오키나와의 고단한 역사에 기인한다. ‘관광의 섬’과 병존하는 ‘기지의 섬’ 이미지가 이미 오키나와의 지난했던 고통의 역사를 웅변해주고 있다.
‘기지의 섬’ 오키나와는 그 자체가 ‘경계의 섬’ 오키나와를 의미한다. 미군기지 자체가 이질적인 힘과 문화에 직면하고 그것들과 충돌하는 경계이기 때문이며, 미군이라는 외국 군대가 주둔한 기지 시설들은 주권의 공백 지대이기 때문이다. 기지의 경계는 오키나와의 공간을 심하게 변형시켰고 오키나와의 풍경에 자신을 선명하게 각인시켰다. 미군기지의 현존은 사실상 오키나와 전체를 이런 의미에서의 거대한 문화적 경계지로 만든다. ‘일본이면서도 일본이 아닌’ 오키나와, 이질성들이 조우하는 문화적 접촉지대로서의 오키나와를 공간적으로 또 일상적으로 환기시켜준다.
오키나와의 역사와 현실은 오키나와를 다수의―적어도 류큐/오키나와와 일본과 미국의―상이한 문화가 만나고 부딪치면서 새로운 혼성적 문화를 창출해내는 경계지대로 만든다. 즉, 오키나와를 경계의 섬으로, 그 문화와 현실을 혼성적인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면, 오키나와의 그러한 경계성과 혼성성은 무엇보다 오키나와를 자신의 내부식민지로 삼았던 일본 제국주의의 역사, 그리고 오키나와를 미국과 일본의 이중식민지로 위치시켰던 전후 미일동맹의 역사에 기인한 것이다.
3부 “지역문화와 공간 형성”은 점령과 미군기지가 오키나와 지역사회와 문화, 그리고 도시 공간의 형성에 미친 영향을 사례 분석을 통해 제시한다. 이 3부를 구성하고 있는 3편의 논문에서 분석과 설명의 대상이 되는 지역은 각각 나하시, 요미탄촌, 킨정(킨초, 金武町)으로서 모두 오키나와 본섬에 소재한 지역들이다. 오키나와에서 제일 중심적인 도시이자 현청 소재지인 나하는 오키나와 본도 남단에 위치하며, 요미탄촌은 중부 약간 이남의 서쪽, 그리고 킨정은 오키나와 본도 중부 동해안에 위치해 있다. 나하시는 현재 슈리성도 포함하고 있으며 역사적으로 오키나와 경제와 행정의 중심지였고, 요미탄촌은 미군이 오키나와 본섬에 최초로 상륙한 지점의 하나이고 기지반환투쟁으로 유명한 곳이며, 킨정 역시 캠프 한센과 기지촌으로 유명한 대표적인 미군기지 소재지의 하나다. 그러므로 이 세 지역에 대한 사례연구들은 오키나와 본도에 한정되었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오키나와의 역사와 미군기지의 현존이 오키나와의 공간 문화에 미친 영향을 균형 있게 잘 보여줄 것이라 생각된다.
4부 “오키나와의 정체성: 우치나와 일본 사이에서”는 역사, 정치, 대중문화라는 세 측면에서 오키나와의 정체성 문제를 다룬다. ‘우치나(うちな)’는 오키나와인 자신들이 ‘야마토(やまと)’라 부르는 일본 본토와 대비하여 오키나와를 부르는 명칭이다. 오키나와인들은 자신들을 ‘우치난추(沖?人)’, 본토 일본인을 ‘야마톤추(大和人)’라 부른다. 그런데 오키나와의 역사는 대부분의 오키나와인들로 하여금 스스로를 일본인인 동시에 일본인과 구별되는 오키나와인으로 정의하게 만든다. 오키나와는 한편으로 자신의 역사적.문화적 특수성과 차이를 인정받기 위해 투쟁하는데, 이 투쟁의 전선은 한편으로는 미국의 권력과 군사력에 대해서 다른 한편으로는 본토 일본에 대해서 그어진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오키나와인들은 본토에 대해 완전한 일본인으로서의 시민권을 인정받기 위해 투쟁한다. 따라서 오키나와의 정체성은 일본과 구별되는 오키나와와 일본으로서의 오키나와, 즉 우치나와 일본 사이에서 끊임없이 진동하고 있다 할 수 있다.
‘경계의 섬’ 오키나와의 문화적 혼성성(혼종성)은 따라서 오키나와가 치열한 문화적 정치의 장이며, 또한 오키나와 문화가 치열한 기억의 정치, 정체성 정치의 장임을 의미한다. 오키나와의 고단한 근현대사, 그리고 오키나와가 기지를 핵심 고리로 미국 및 일본 본토와 맺고 있는 현실적 관계가 이 문화적 정치의 장을 틀 짓지만, 섬 전체의 투쟁과 조국복귀운동 및 최근의 반기지 운동에 이르기까지 오키나와인들 자신의 투쟁과 문화적 저력은 그 장의 지형과 틀 자체를 변형시켜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