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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90644138
· 쪽수 : 136쪽
· 출판일 : 2005-03-30
책 소개
목차
편집자의 말
오세영
깨달음
잃어버린 나
무소유無所有
은산철벽銀山鐵壁
춘곤春困
백담사 여름
백담사 가을
문인수
대숲
오백 나한 중 애락존자의 저녁
고인돌
석가헌
빨래궁전
폐가의 배꼽
낮달이 중얼거렸다
최동호
여름 바다
소금의 피
저물녘 미륵부처 돌뺨
취한 반가사유상
벽
나무의 기다림은 지상에 서 있다
박수근의 함지박에 담긴 신라의 풍경들
박 찬
산빛
心詞.3
칸나꽃 질 무렵
마음의 폐허.5
산령山嶺을 넘으며
오래된 숲.3
꽃샘
조정권
저물 무렵
돌호랑이
황학산黃鶴山
대설大雪
대붓
청동얼음
동선동 송이
현 담
힌두쿠시를 향하여
宮里
봄비
섬
사랑이 오고 있다
첫 눈
저녁에
임효림
대웅봉
빨래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
이웃
별을 바라보며
슬픈 일이 있기로
바그다드 카페
고형렬
풀, 풀, 풀
청화
고니 발을 보다
수변水邊의 잠
흰눈과 양미리와 시詩
여치의 눈
눈소리
전기철
당나귀
까치눈
옛날 소설을 읽다
如是我聞
유마힐 문병기
토끼의 간
고래
해설 | 시적 신성성과 우리시의 방향성 / 최동호
저자소개
책속에서
토끼의 간 - 전기철
여자는 나를 늘 걱정한다. 그렇게 날마다 술을 마시고 다녀도 간은 괜찮으냐. 토끼처럼 간을 빼 놓고 다닌다고 해도 곧이듣지 않는다. 간이 삭았겠지. 간 없이 다니는 게 편해. 간뎅이가 부어 보이지 않겠지. 나처럼 왜소한 사람이 간뎅이가 부으면 어떻게 세상에서 살겠어. 그러니까 늘 비굴하게 살지.
나는 여자를 자주 속인다. 하지만 여자는 간을 찾지 않고도 나를 충분히 위태롭게 한다.
아침에 집에서 나올 때면 여자 몰래 오래 묵은 책갈피 속에 간을 끼워 놓는다. 그리고 실컷 술을 마시고 집에 돌아와 보면 간은 졸아들 대로 졸아들어 있다. 간을 조사해 보면 여자의 성난 표정이 켜켜이 묻어 있다.
도저히 이렇게는 살 수 없어 토끼를 찾아간다. 토끼는 내 간의 상태를 진찰해 보고는 고개를 흔든다. 나는 토끼에게 하소연해 보지만 토끼는 연신 고개만 흔들 뿐이다. 힘없이 돌아서는 등 뒤로 토끼가 소리친다. 간을 너무 오래 두고 다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