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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여행에세이 > 해외여행에세이
· ISBN : 9788991934672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10-07-30
책 소개
목차
1부 서툴지만 따뜻한 속살을 보다
소똥 속의 인도 _ 인도 부다가야
연필로 배를 저을 순 없지만 _ 베트남 무이네
하노이에서 오토바이를 탄다는 것 _ 베트남 하노이
컬러드, 백인도 흑인도 아닌 사람들 _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막심 고리키의 도시 _ 러시아 니즈니 노보고로드
한국 여자에 관한 그들의 환상 _ 베트남 하노이
이집트와 IBM 정신 _ 이집트 카이로
베트남, 소담스런 아침 _ 베트남 호치민
펭귄을 찾아 떠나는 기차 여행 _ 남아프리카공화국 사이먼스타운
인도 히말라야 산맥의 다람살라 _ 인도 히말라야
2부 때론 길을 잃어도 괜찮아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_ 태국 수코타이
헝가리 대탐험 _ 헝가리 키스쿤사그
짐바브웨에서의 버스 추격전 _ 짐바브웨 하라레
이생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 _ 네팔 히말라야
드라큘라의 도시 _ 루마니아 브라소브
암만 가는 길 _ 요르단 암만
인순이를 모르면 갈 수 없는 에스토니아 _ 에스토니아 탈린
달러, 페소, 퀘짤, 그리고 여행자 _ 과테말라 안티구아
식인종은 아시아에 산다? _ 말라위 케이프 맥클리어
사랑이 꽃피는 곳 프라하 _ 체코 프라하
3부 로맨틱 코미디보다 미스터리가 좋아
런던 속의 이상한 나라, 니일스야드 _ 영국 런던
로맨틱 코미디보다 미스터리가 좋아 _ 이탈리아 밀라노
세상에서 가장 허접한 기차 타고 사막 건너기 _ 이집트 파라프라
강물 위에 떨어진 꽃잎 같은 섬들 _ 캐나다 록포트
지구 아닌 지구, 카파도키아 _ 그리스 카파도키아
우주를 닮은 도시, 바르셀로나 _ 스페인 바르셀로나
지구 반대편에서 온 이상한 여행자 _ 칠레 푸에르토 몽
폼페이 최후의 날 _ 이탈리아 폼페이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 _ 일본 교토
시간을 잃어버린 섬, 잔지바르 _ 탄자니아 잔지바르
4부 사람이 그리우면 그곳이 생각난다
가장 정겹고도 무서운 ‘오투르’ _ 터키
체스키크룸로프의 소박한 축제?_ 체코 체스키크룸로프
사람이 그리우면 그곳이 생각난다 _ 이란 야즈드
해가?지면 그곳은 춤의 세상이 된다 _ 쿠바 비냘레스
한 여름 밤의 크리스마스 _ 말라위 은카타베이
바다 속 세상에서 만난 사람 _ 이집트 다합
앙코르와트의 미소 _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그의 이스탄불이 보고 싶다 _ 터키 이스탄불
호숫가에서 만난 천사 _ 헝가리 발라톤
5부 그러니 다시 새로운 길을 떠날 것이다
고양이 카페에서 고양이를 꿈꾸다 _ 일본 도쿄
옛날 영화를 보러 갔다 _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하나를 버리니 둘이 다가왔다 _ 스페인 산티아고
‘호텔 르완다’를 찾아서 _ 르완다 키갈리
세상 끝에서의 조우 _ 남극
매력적인 비수기 여행 _ 파키스탄 훈자
첫 여행의 가르침 _ 타이완 수아오
새로운 나를 만나는 짜릿함 _ 마다가스카르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소똥 속의 인도(노동효)
인도에 대해서 아는 게 너무 없었다. 그래서 일이 이렇게 꼬여 버린 거지. 홀리 축제가 내일부터 시작일 줄은 정말 몰랐다. 그래서 버스도, 기차도 오가지 않는다는 것도. 인도 가이드북 하나 정도는 들고 다녔어야 했을까? 간신히 찾아낸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안내원은 모두가 다 아는 걸 너만 왜 모르느냐는 표정을 지었다.
“내일 버스 없어.”
“모레는요?”
“모레도 버스 없어. 글피 아침에나 있을까 모르겠네.”
닷새 뒤엔 카트만두에서 인천행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이를 어쩐다. 꼼짝없이 부다가야(부처가 깨달음을 얻은 장소)에서 사흘을 더 묵어야 한다. 지갑 속엔 돈이 얼마나 남아 있을까? 인도 여행을 하는 동안 한 번도 두드려 보지 않았던 여행 경비를 계산해 보았다. 사흘간의 식사와 숙박 요금, 국경까지 가는 버스 요금, 카트만두까지 가는 버스 요금. 후아! 정말 빠듯하구나. 근데 사흘 뒤에도 버스가 다니지 않으면 어떡하지?
홀리는 봄을 축하하고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인도의 축제, 일찍이 홀리의 악명(?)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인도 전역의 아이들이 물감 든 물총을 아무에게나 쏘아 대고, 어른들도 서로 얼굴에 물감 칠을 해 댄다지. 배낭을 메고 숙소로 묵고 있는 티베트 사원으로 되돌아왔다. TV를 보고 있던 라마승이 고개를 삐죽 내밀더니 싱긋 웃었다. 난 웃을 기분이 전혀 아냐, 앞날이 막막해.
아침에 일어나 라마승에게 물었다.
“오늘 문 여는 식당이 있어요?”
“글쎄, 오늘은 다들 장사 안 하는 날이랍니다.”
그럼 이틀을 꼬박 굶어야 하나? 그때 뚱뚱한 인도 사내가 오토바이에 서양인 한 명을 태우고 오더니 사원 앞에 내려놓았다.
“저기, 오늘 문 여는 식당이 어디 없어요?”
“하하하. 뒤에 타, 내 친구 문 열었어.”
그렇게 하여 ‘하리 옴’이란 레스토랑을 만났고, 나는 단 한 푼도 쓸 필요가 없었다. 주인장, 아비섹을 알게 되면서.
짐바브웨에서의 버스 추격전(양학용)
버스는 여전히 시동이 걸리지 않았고, 그 사이 불라와요에서 우리보다 두 시간이나 늦게 출발한 대형버스가 도착했다. 차장은 버스 정비를 포기하고 승객들에게 버스를 바꿔 타라고 했다. 요금은 자기가 대신 지불하겠다며.
세 번째 버스에 오르며 오늘의 불운은 이것으로 끝나기를 바랐다. 그러나…… 버스가 출발하자 차장이 다시 차비를 걷는 것이 아닌가. 이런, 두 번째 버스 차장이 외국인인 우리들만 빼고는 승객들에게 모두 차비를 직접 환불해 준 것이다.
“으아~ @#$%& 나쁜 놈들!”
드디어, 하루 종일 참아왔던 분노가 터지고 말았다. 입에서 나오는 대로 욕지기를 뱉어냈다. 그때였다. 갑자기 운전사가 핸들을 180도 돌리더니 왔던 길로 쏜살같이 내달리는 것이었다. 승객들도 술렁거렸다. 동양인 여행자들의 억울한 사정은 순식간에 버스 전체로 퍼져나갔다. 승객들은 손을 흔들며 운전사, 아니 ‘정의의 기사’를 응원했다. 모자를 돌리며 환호하는 이도 있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그동안 벼르던 상습범들을 때려잡는 형국이랄까? 그날 버스 안 풍경은 만화영화의 주인공이 악당을 잡으러 가는 클라이맥스처럼 진짜 흥분의 도가니였다. 우리들의 정의의 기사는 도중에 경찰서에 들러 정복경찰까지 대동하고서 아직 차를 수리 중이던 녀석들의 뒤쪽에 은밀하고도 날렵하게 버스를 들이댔다. 그러고는 멋지게 녀석들의 목덜미를 틀어쥐었다.
“이놈들, 한국인들 요금 떼먹었지!”
인순이를 모르면 갈 수 없는 에스토니아(미노)
“컴 히어!”
앞자리부터 승객들의 여권을 흘낏흘낏 들여다보던 경찰은 손가락을 까딱하며 내게 따라오라고 말했다. 40여 명의 승객 중에 오로지 나만 국경 초소로 끌려갔다. 한참 동안 내 여권을 샅샅이 뒤져 보던 경찰은 몇 번이나 나더러 한국인이 맞느냐고 물었다. 여권에 ‘한국’이라고 쓰여 있느니 당연히 한국인이지, 달리 ‘한국인’이란 것을 어떻게 증명하란 말인가. 나는 몇 분 동안 “예스! 예스!”를 외쳐 댔지만 경찰은 나를 쉽게 보내 주지 않았다.
그렇게 30분이 흘렀다. 결국 천국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우울한 러시아로 돌아가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하며 울적해져 있는 내게 경찰이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시험이야. 이거 백 점 맞으면 국경을 통과할 수 있어.”
그 종이는 ‘한국인 시험’이라는 시험지로, 문제는 아래와 같다.
1. 다음 중 인순이의 직업은? ①가수 ②정치인 ③화가 ④운동선수
2. 다음 중 여배우가 아닌 사람은? ①심은하 ②전도연 ③이선희 ④고소영
3. 다음 중 한글을 창제한 사람은? ①이순신 ②유관순 ③세종대왕 ④광개토대왕
믿을 수가 없었다. 여기가 정말 입국 심사를 하는 국경 초소가 맞을까? 갑자기 앨리스가 사는 이상한 나라로 잡혀 온 건 아닐까? 대체 이런 시험지는 누가 만들었는지 궁금해서 견딜 수 없었지만 국경 경찰의 무시무시한 눈초리를 보니 물어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심지어 한 문제라도 틀리면 그 우울하고 외로웠던 러시아로 되돌아가야 한다니 비장함마저 느껴졌다. 혹 틀리기라도 할까 봐 한 문제, 한 문제 풀 때마다 손에 힘이 들어갔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 이렇게 긴장되는 시험은 처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