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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명사에세이 > 기타 명사에세이
· ISBN : 9788992533546
· 쪽수 : 336쪽
· 출판일 : 2013-07-15
책 소개
목차
김용택
오! 시, 시였어
꽃이 나비를 잡아 주네
세상을 찾아온 입술
자연이 말해 주는 것을 받아쓰다
노을 아래 가난했던 당신
이상했던 어떤 날의 일기
지금이 좋은 사람
이충걸
신이 정말 있다고?
책을 쓸 수 없다면
타임머신
묘지의 천사
고기가 좋아
엘튼 존과 나
아내 말고 다른 여자를 만나는 법
서민
칼럼니스트 되기
기생충을 하게 해 줘서 고마워요
외모가 가져다 준 것들
편지의 힘
한국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
톡소의 봄날
책 한번 써 보실래요?
송호창
새내기 정치 활동 1년
어렵다, 정치
성공이 도대체 뭔가요?
법조인이 알아야 할 법의 속성
이타카의 선물
할머니의 치마폭
아이의 졸업식
박찬일
돼지고기
순대와 돼지 귀
지방의 맛
색정광 시대
닭 껍질
냄비와 그릴
내장의 역사
홍세화
인생의 첫 변곡점
비창과 비참
외할아버지의 초상
두 짱구 이야기
운 좋은 사람의 소박한 바람
시민의 조건
생각하는 사람?
반이정
생각 공장의 상상 고문
미술 비평의 자의식
글쓰기의 진짜 통증
무소속의 개인
욕정의 경계선
자전거 주행의 숙명
불행의 두 세계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어느 봄날, 달빛이 가득했던, 그 봄날 나는 비로소 툇마루에 앉아 강물에 죽고 사는 달빛을 무심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평화였다. 안심이었다. 자유였다. 강굽이를 돌며 부서지던 달빛과 물소리, 풀밭 위를 지나가는 바람소리의 속삭임을, 바위 속 깊이 파고들던 달빛 울음과 달빛을 받아들던 풀잎들의 노래를 나는 비로소 그냥 듣고 있었다. 이유가 있을 리 없는 존재의 아름다움들을 나는 보았다. 편하고 즐거웠다. 나는 방에 들어와 누웠다. 달빛이 내 몸을 덮어 주었다. 나는 새벽 잠 깊숙이 빠져들었다. 소리도 겁도 없이 눈을 뜨고 강물로 무수히 뛰어들던 눈송이들을 본 듯했다.
그 무렵, 그래 그때였어. 오! 시였다. 한 편의 시가 나를 찾아왔다.
-김용택, ‘오! 시, 시였어’
나는 늘 야유했다.
난 네 다이아몬드 안 부러워. 지구에서 가장 단단한 광물이고 또 비현실적인 파라다이스라지만 표백제나 충격에 쥐약이라서 설거지할 땐 조심해야 한다고. 그렇다면 다이아몬드가 30억 년 시간이 만든 보석이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 돌이나 똑같지. 그렇게 왼손 검지에 태양처럼 빛나는 바위덩어리를 맨날 자랑하다 보면 나중엔 아예 돌멩이로 태어나는 수가 있어!
하지만 아무리 조롱해도 마지막엔 켕긴다. 그가 ‘기부’한다는 사실 때문에. 이 신화적인 쇼핑광이 보여주는 박애는 가늠할 수 없는 그의 소비를 단숨에 용서하게 만든다. 그래도 그에게 앞으로 허리띠 구멍이 세 개가 더 늘어나면 끝장이라는 얘긴 계속 해줄 거다. 빈자의 마지막 저항으로서.
-이충걸, ‘엘튼 존과 나’
사람들은 날 보고 물었다. “의대 나왔다면서요. 무슨 과세요?” 기생충학을 한다고 하면 그들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웃거나, 그런 학문이 있느냐고 신기해하거나, 밥 먹는 중이니 저리 가라고 타박하거나 등등의 반응을 보이곤 했다. 기생충학이 노상 대변만 만지고 사는 과라고 생각한 모양인데, 실제로 기생충학은 기생충을 가지고 연구를 할 뿐 대변 검사를 하는 과는 아니라는 점에서 좀 억울하기도 했다. 심지어 기생충학을 하는 선배가 결혼을 하려는데 신부 집에서 ‘과연 기생충학을 해서 먹고 살 수 있는지’ 걱정이 된 나머지 신랑 뒷조사를 하는 일도 있었다. 기생충학에 대한 사회 일반의 시각은 이렇듯 싸늘했다.
-서민, '기생충을 하게 해 줘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