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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전 일본소설
· ISBN : 9791128856679
· 쪽수 : 546쪽
책 소개
목차
욕조(風呂桶) ― 도쿠다 슈세이 / 최재철
처마에 걸린 달(軒もる月) ― 히구치 이치요 / 이부용
자전거 일기(自転車日記) ― 나쓰메 소세키 / 이남금
출발(出発) ― 시마자키 도손 / 임태균
코(鼻)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 최석재
두 명의 아이(二人の稚児) ― 다니자키 준이치로 / 유미선
M 후작과 사진사(M侯爵と写真師) ― 기쿠치 간 / 우성아
물에 빠질 뻔한 남매(溺れかけた兄妹) ― 아리시마 다케오 / 우성아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子に送る手紙) ― 시마자키 도손 / 임태균
연말의 하루(年末の一日)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 신영언
도모다와 마쓰나가의 이야기(友田と松永の話) ― 다니자키 준이치로 / 신중관
검은고양이(黒猫) ― 시마키 겐사쿠 / 오현진
저자소개
책속에서
쓰시마는 요즘 무엇을 보아도 길지 않은 자신의 생명을 재는 척도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을 어찌할 수 없었다. 좋아하는 화초를 봐도 내년 이맘때가 되어야 같은 꽃이 핀다고 생각하니 그걸 기다리는 마음이 쓸쓸했다. 1년에 한 번밖에 없는 제철의 죽순이나 송이버섯을 먹어도 같은 의미로 왠지 마음이 쓸쓸해졌다. 평소 산책 다니는 길의 가로수 나무줄기가 눈에 띄게 굵어진 걸 보면, 옮겨 심었을 때로부터 벌써 10년쯤의 세월이 흐른 것이라 또 그만큼 자신의 생명이 단축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쓰시마와 같은 나이가 되면 죽음에 직면해 있는 폐병 환자가 통상 죽음의 관념 반대쪽에 멀찍이 피해 있을 수 있는 것처럼, 비교적 나이의 관념에서 벗어나 지내기 쉬웠다. 먹구름에 길을 재촉하는 듯했던 젊을 때의 초조가 낡은 용수철처럼 느슨해지고 느낌이 무디어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 하나는 생명의 연속인 아이들의 성장을 기뻐하는 마음과 애달파하는 마음이 자신의 걱정을 용인해 주고 있는 것이었다.
-도쿠다 슈세이, <욕조>
그 후작의 농담에, 유쾌함에, 성급하고 단순한 스기우라가 다짜고짜 달려든 것입니다. 세상에 사탕발림에 넘어간다는 말이 있습니다만, 스기우라는 완전히 그것을 문자 그대로 실행한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빈말로 한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여 제시간에 집사를 협박하면서까지 찾아온 스기우라를 상대로, 후작이 마지못해, 아마도 미간을 찡그리면서 자라 요리를 먹는 광경이 우스꽝스러운 캐리커처같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또 이렇게도 생각이 되는 것입니다. 후작, 서민적인 후작은, 후작을 추종하는 사람들에게 스기우라에게 말한 것 같은 빈말을 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기쿠치 간, <M 후작과 사진사>
시게조의 남편 마쓰나가라는 사람과 도모다 사이에는, 최초에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더 깊은 관계가 숨어 있는 듯한 인상이 있다. 왜냐하면 시게조의 편지에 의하면 마쓰나가라는 사람이 두 번째로 고향에 돌아온 것은 1915년 가을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사람은 1918년 여름까지는 시골에 있다가 다시 가출했다고 한다. 그러나 딱 그 기간, 1915년 가을부터 1918년 여름에 이르는 사이에 나는 도모다를 한 번도 본 기억이 없다. 내 쪽에서도 역시 햇수로 4년 사이에 도모다를 만나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이에 생각이 미치자 갑자기 엄청나게 호기심이 일었다.
-다니자키 준이치로, <도모다와 마쓰나가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