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호러.공포소설 > 한국 호러.공포소설
· ISBN : 9791159256592
· 쪽수 : 352쪽
· 출판일 : 2021-08-30
책 소개
목차
一 광기의 정원 _전건우
二 단지_전혜진
三 수산진의 비밀_정명섭
四 딱 한 번의 삶_황모과
五 뱀무덤_김선민
六 영등_사마란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김 교수, 그러니까 김동호는 학계에서는 기인으로 통했다. 대중성과는 거리가 먼 민속학이라는 학문, 그중에서도 비주류인 설화만을 전문으로 팠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학부생 시절부터 광적인 면이 있었다. 하나에 몰두하면 끝을 보지 않고서는 물러서지 않았는데 그의 그런 기질이 종종 문제를 일으켰다. 자신만의 생각에 갇혀 지나칠 정도로 과감한 주장을 한다거나, 자기와 다른 의견을 제시하면 맹렬히 비난한다거나 해서 온갖 사람과 마찰을 빚었다. 심지어는 지도 교수님과 싸워 내가 중재했던 적도 있었다. 박사 학위를 따고 교수가 된 후에도 김동호의 이런 면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심해져 문제적이라 부를 만한 논문을 속속 발표했고 그것에 대해 다른 학자들과 종종 설전을 벌였다. 5년 전, 홀연히 자취를 감추기 전까지는.
침대는 투명한 돔으로 덮여 있었고, 아무래도 그 안은 냉동 상태인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침대 위에는….
군데군데 살점이 붙은 해골이 누워 있었다. 나는 무서움을 꾹 참고 두 개의 해골을 꼼꼼히 살펴봤다. 해골, 그러니까 뼈 자체는 부러진 곳 하나 없이 깨끗해 보였다. 다만 그런 상태로 움직이고 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광활한 대지에 모양, 색깔, 크기가 모두 다른 꽃과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이토록 넓고 평평한 땅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에 한 번 놀라고, 형형색색의 식물이 땅 전체를 빽빽하게 메우고 있는 걸 보며 다시 놀랐다. 제주의 바다만큼이나 파란 하늘은 지면과 닿을 듯 낮았고 그 하늘 어딘가에서 찬란한 빛이 대지를 비추고 있었다. 땅은 전부 흙으로 덮였는데 그 색깔이 묘했다. 검다면 검고, 붉다면 붉은색이었다. 각도에 따라 색이 달리 보였다.
무엇보다 나를 놀라게 한 것은 꽃과 나무 그 자체였다. 어느 하나 평범한 식물이 없었다. 언뜻 해바라기를 닮은 꽃은 샛노란 꽃잎에 검은색 반점이 나 있었다. 게다가 거의 나무라 불러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키가 크고 잎도 넓었다. 파란색 꽃은 꽃술이 길게 뻗어 나와 바람에 나부끼며 그야말로 황홀한 춤을 선보였다.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선 나무 중 일부는 정확하게 세로로 나뉘어 한쪽은 흰색, 다른 쪽은 검은색이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하늘에 닿을 듯 높게 솟은 적갈색 나무와 그 나무를 타고 오른 넝쿨이었다. 고개를 아무리 젖혀도 나무의 끝이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