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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5163519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14-04-21
책 소개
목차
백영옥_속초 _ 결혼기념일
손홍규_정읍_ 정읍에서 울다
이기호_원주_ 말과 말 사이-원주통신2
윤고은_제주_ 오두막
함정임_부산_ 꿈꾸는 소녀
한창훈_여수_ 여수 친구
김미월_춘천_ 만 보 걷기
작가 인터뷰_ 고향에서 길을 잃었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잘못된 길로 진입하셨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내비게이션의 경고음이 협박처럼 느껴졌다.
미시령휴게소는 이미 폐쇄되어 있었다.
영업 정지 상태인 휴게소 앞에는 두꺼운 빗장 걸쇠와 함께 사람들의 통행을 막기 위한 낡은 표지판 하나가 서 있었다.
휴게소 영업을 잠시 종료합니다.
'잠시'란 말은 영원처럼 읽혔다. 그런 예감은 잔뜩 녹이 슨 채 걸려 있는 빗장 걸쇠와도 무관치 않았다. 한때 관광 명소처럼 여겨지기도 했던 휴게소는 세월이 흘러 한물간 스타처럼 낡아가고 있었다. 속초로 가는 터널이 생긴 후 통행량이 적어서 자연스럽게 폐쇄된 모양이었다. 길가엔 휴게소가 폐쇄된 줄 모르고 올라온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차에서 내린 사람들은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을 붙잡으며 폐쇄된 휴게소를 배경으로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며칠 후면 그렇게 찍힌 사진을 인터넷 어디선가 우연히 보게 될 것 같았다.
-백영옥 <결혼기념일> 중에서
신작로에 올라 마을 쪽으로 길을 잡자 아내가 그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그가 어디로 가고 싶은 거냐고 묻자 아내가 끙끙댔다. 날은 이제 저물었고 아내를 찾아 헤맨 탓에 그도 피로했다. 이대로 아내가 잠들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었다. 그는 반대쪽으로 길을 잡았다. 그의 머리카락을 쥐었던 아내의 손이 떨어져 나갔다. 하늘에 하나둘 별이 떠올랐다. 상처투성이 맨발인 아내를 업고 그는 휘적휘적 신작로를 걸어갔다. 아내가 고른 숨소리를 냈다. 잠이 들었나. 아내는 잠이 든 것도 그렇다고 정신이 온전한 것도 아니었으나 어딘가 그가 알지 못하는 낯설고도 낯익은 곳을 여행 중인 것만 같았다.
_손홍규 <정읍에서 울다> 중에서
우리가 태어나 자란 곳은 강원도 원주시다. 제1야전군 사령부와 군수지원 사령부, 제36사단 사령부, 제11통신여단 사령부와 주한미군 부대인 캠프 롱, 캠프 이글이 바글바글하게 모여 있는 곳. 그렇지 않아도 분지라서 더운데 시퍼렇게 팔팔한 청춘들마저 자신들의 얽매인 처지를 비관해 매일 시도 때도 없이 고함을 질러대는 통에, 그 열기마저 뒤섞여버려 더더욱 후텁지근한 곳. 우리는 그 도시에서 같은 초등학교를 다녔고, 또 아주 잠깐 동안이었지만 같은 교회 성가대에 앉아 주님께서 내려주신 실로암을 꽥꽥거리며 되돌려드린 적도 있었다. 우리는 모두 네 명이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같이 돌아다닌 남자 둘, 여자 둘. 나와 재덕이, 승희 그리고 형자.
_이기호 <말과 말 사이-원주통신2>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