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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 8

어떤 날 8

(망가진 여행)

강윤정, 오은, 위서현, 이현호, 장연정, 정성일, 정세랑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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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 8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어떤 날 8 (망가진 여행)
· 분류 : 국내도서 > 여행 > 세계일주여행 > 세계일주여행 에세이
· ISBN : 9791186561393
· 쪽수 : 176쪽
· 출판일 : 2017-03-25

책 소개

시인, 소설가, 작사가, 영화감독 등 유난히 섬세한 이들의 여행을 담는 여행 무크지 『어떤 날』 8호는 기억에 담고 싶지 않은, 그래서 오히려 기억에 남는 ‘망가진 여행’을 담았다. 그 망가진 여행을 회복하기 위해 그들은, 그럼에도, 다시 여행을 떠나겠다고 말한다.

목차

실패하여 지속될 수 있는 마음 / 강윤정
여행을 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 / 오은
그토록 사소한 기적을 바랐던 어느 여행가의 죽음 / 위서현
어떤 싸움의 기록 / 이현호
Last Summer / 장연정
11월의 어느 겨울에 낭트영화제를 가는 것에 대하여 / 정성일
파라다이스에 혼자 남겨지면 / 정세랑

저자소개

정성일 (지은이)    정보 더보기
영화감독, 영화평론가. 〈로드쇼〉의 편집차장, 〈키노〉의 편집장, 〈말〉의 최장수 필자를 거치며 대한민국 영화 비평의 흐름을 바꾸어놓았다. 2009년 겨울 첫 번째 장편영화 〈카페 느와르〉를 찍었으며, 《나의 작가주의: 왕빙, 영화가 여기에 있다》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 《필사의 탐독》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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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 (글)    정보 더보기
어릴 적에는 회색을 가장 좋아했다. 그래서인지 갈피를 못 잡고 언제나 오락가락 정신없었다. 변덕이 죽 끓듯 했고, 머릿속으로 그 죽을 끊이다가 새까맣게 태워먹기 일쑤였다. 빨간색이라는 이유로 피와 고깃덩어리를 무서워했고, 같은 이유로 사과와 우체통을 마음에 두었다. 같은 빨간색이라도 채도와 명도에 따라 다채로운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알았다. 부잣집 아이들처럼 은색과 에메랄드색이 포함된 64색 크레파스를 갖고 싶었다.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에는 원색은 좋아했지만 원색적인 말은 싫어했다. 한마디로 평범했단 소리다. 특히 푸른색에 열광했는데, 등굣길에 하늘을 올려다보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시간 날 때마다 휘파람을 불었지만 쇳소리 말고는 아무것도 새어나오지 않았다.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것들을 묵묵히 인정하게 되었다. 키는 쑥쑥 자랐지만, 노래방에서는 외려 키를 낮춰야만 했다. 시험을 망친 날에는 하늘이 노래지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청포도 맛이 나는 연두색 사탕을 아작아작 깨물어 먹는 일이 잦았다. 이십대에는 하늘과 바다를 보는 일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대신, 빨간색이 식욕을 돋우는 색이라는 사실을 몸소 깨달았다. 선홍색 꽃등심이 회색으로 변할 때는 왠지 모르게 서글퍼졌다. 더이상 나는 회색을 동경하는 어린아이가 아니었던 것이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20년 넘게 쓰고 있던 색안경들을 손수 하나씩 벗었다. 하얀 종이에 까만 글자들을 채워넣는 일은 어느새 인생의 커다란 부분이 되어 있었다.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개중 빨간 펜이 가장 무시무시하다는 사실을 새삼 절감했다. 서른이 된 지금은 연두색을 가장 좋아한다. 먼셀 표색계에서 5GY 7/10에 해당하는 바로 그 색 말이다. 연두라는 말에는 모종의 가능성이 담겨 있다. 앞으로 더 짙어질 거라는 희망도 있고 무럭무럭 자라나 누군가에게 그늘을 선사해주겠다는 당찬 의지도 있다. 무엇보다 연두는 철들지 않아서 좋다. 철이 들면 색은 짙어지고 무거워지고 참을 수 없이 끈적끈적해진다. 나는 아마 평생 철들지 못할 것 같다. 그리고 지금, 레드와 옐로의 계절을 지나 화이트와 블랙의 계절을 거쳐 그린과 블루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고유의 색을 잃지 않으면서도 색다르게 사는 법이 필요한 때가, 또다시 찾아든 것이다. 2002년 『현대시』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호텔 타셀의 돼지들』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유에서 유』 『왼손은 마음이 아파』 『나는 이름이 있었다』 『없음의 대명사』, 청소년 시집 『마음의 일』, 산문집 『너는 시방 위험한 로봇이다』 『다독임』 『초록을 입고』 『뭐 어때』 『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 등이 있다. 박인환문학상, 구상시문학상, 현대시작품상, 대산문학상, 시인수첩작품상을 수상했다. 작란作亂 동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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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연정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81년생. 글과 노랫말을 쓴다. 『소울 트립』 『슬로 트립』 『눈물 대신 여행』 『안녕, 나의 모든 순간들』 등의 에세이를 펴냈고, 샤이니, 러블리즈, 에이핑크, 원더걸스 등 가수들의 앨범에 노랫말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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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서현 (지은이)    정보 더보기
KBS 아나운서로 15년간 일하다가, 마음을 다루는 일에 매료되어 심리상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20년 현재 연세대학교 상담코칭학 객원교수이자 전문상담가로, 주로 그림책을 통한 표현예술치료와 심리상담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만남의 힘』, 『뜨거운 위로 한 그릇』, 여행 에세이 『어떤 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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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눈 덮인 알프스를 가만히 보고 있노라니 영문 모를 웃음이 났다. 프리모 레비가 뭐라고 데친 시금치처럼 엉망인 몰골로 꼬박 반나절을 헤맸나 싶었다. 신기했다. 만난 적도 없고, 당연히 말 한번 섞어본 적도 없으며 완전히 다른 시공간을 살았던 누군가를 이렇게 마음 깊이, 오래도록 그리워하고 애도할 수 있다는 것이. 그저 그가 남긴 글을 읽었을 뿐인데 말이다. 단지 그뿐이면서 내가 그를 안다고 느끼는 것, 내가 나 자신을 이해하는 데 그가 끊임없이 도움을 주고 있다고 느낀다는 것. 이건 도대체 뭐라 이름 붙이면 적당한 관계이며 감정일까? 돌아오는 기차에서 곰곰 생각해보니 내가 그동안 레비의 말, 그의 삶과 그가 본 세상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였다는 소박한 사실 하나를 깨달을 수 있었다. 누군가의 말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 하고, 머릿속에는 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잔뜩 들어 있는 건 대개 연인 사이에 일어나지 않나. 하나, 둘, 셋, 넷…… 흠모하는 작가들을 하나씩 떠올려보며 아이고, 애인 부자다 애인 부자, 그래도 레비가 제일이지, 하다가 잠이 들어버렸다.
- 강윤정 ‘실패하여 지속될 수 있는 마음’ 중에서


비록 바다에 가서 물에 발 한번 담가보지 못하고 산에 가려다 정작 휴게소 화장실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지만, 그 때문에 실패한 여행이라고 말할 수 있을 테지만 이상하게도 여름만 돌아오면 그해의 이틀이 떠오른다. 무계획이 망치고 날씨가 망치고 과식이 망친 여행이지만, 어쩐지 해가 갈수록 그해의 여행은 ‘망가진 여행’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예기치 않은 상황에 적응하는 나를 만들어주었으니까. 예기치 않은 상황에 처하더라도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어떻게든 좋아하는 것을 찾으면 된다는 걸 깨닫게 해주었으니까. 덕분에 이제는 여행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는 없어도 굳이 피하지는 않는다. 여행에 대한 두려움은 여행이 가져다주는 설렘과 한 끗 차이다. 설렘은 여행을 즐기겠다는 마음으로부터 비롯한다. 애쓰지 않아도 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
- 오은 ‘여행을 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 중에서


실제만 존재하는 삶처럼 지루한 것도 없다. 살아 있는 동안 내 안의 환상과 오래된 기억 사이를 언제까지나 걷는 여행자이기를.
- 위서현 ‘그토록 사소한 기적을 바랐던 어느 여행가의 죽음’ 중에서


도서 정보 제공 : Yes24(www.yes24.com), 알라딘(www.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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