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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여행 > 세계일주여행 > 세계일주여행 에세이
· ISBN : 9791186561393
· 쪽수 : 176쪽
· 출판일 : 2017-03-25
책 소개
목차
실패하여 지속될 수 있는 마음 / 강윤정
여행을 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 / 오은
그토록 사소한 기적을 바랐던 어느 여행가의 죽음 / 위서현
어떤 싸움의 기록 / 이현호
Last Summer / 장연정
11월의 어느 겨울에 낭트영화제를 가는 것에 대하여 / 정성일
파라다이스에 혼자 남겨지면 / 정세랑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눈 덮인 알프스를 가만히 보고 있노라니 영문 모를 웃음이 났다. 프리모 레비가 뭐라고 데친 시금치처럼 엉망인 몰골로 꼬박 반나절을 헤맸나 싶었다. 신기했다. 만난 적도 없고, 당연히 말 한번 섞어본 적도 없으며 완전히 다른 시공간을 살았던 누군가를 이렇게 마음 깊이, 오래도록 그리워하고 애도할 수 있다는 것이. 그저 그가 남긴 글을 읽었을 뿐인데 말이다. 단지 그뿐이면서 내가 그를 안다고 느끼는 것, 내가 나 자신을 이해하는 데 그가 끊임없이 도움을 주고 있다고 느낀다는 것. 이건 도대체 뭐라 이름 붙이면 적당한 관계이며 감정일까? 돌아오는 기차에서 곰곰 생각해보니 내가 그동안 레비의 말, 그의 삶과 그가 본 세상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였다는 소박한 사실 하나를 깨달을 수 있었다. 누군가의 말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 하고, 머릿속에는 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잔뜩 들어 있는 건 대개 연인 사이에 일어나지 않나. 하나, 둘, 셋, 넷…… 흠모하는 작가들을 하나씩 떠올려보며 아이고, 애인 부자다 애인 부자, 그래도 레비가 제일이지, 하다가 잠이 들어버렸다.
- 강윤정 ‘실패하여 지속될 수 있는 마음’ 중에서
비록 바다에 가서 물에 발 한번 담가보지 못하고 산에 가려다 정작 휴게소 화장실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지만, 그 때문에 실패한 여행이라고 말할 수 있을 테지만 이상하게도 여름만 돌아오면 그해의 이틀이 떠오른다. 무계획이 망치고 날씨가 망치고 과식이 망친 여행이지만, 어쩐지 해가 갈수록 그해의 여행은 ‘망가진 여행’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예기치 않은 상황에 적응하는 나를 만들어주었으니까. 예기치 않은 상황에 처하더라도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어떻게든 좋아하는 것을 찾으면 된다는 걸 깨닫게 해주었으니까. 덕분에 이제는 여행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는 없어도 굳이 피하지는 않는다. 여행에 대한 두려움은 여행이 가져다주는 설렘과 한 끗 차이다. 설렘은 여행을 즐기겠다는 마음으로부터 비롯한다. 애쓰지 않아도 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
- 오은 ‘여행을 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 중에서
실제만 존재하는 삶처럼 지루한 것도 없다. 살아 있는 동안 내 안의 환상과 오래된 기억 사이를 언제까지나 걷는 여행자이기를.
- 위서현 ‘그토록 사소한 기적을 바랐던 어느 여행가의 죽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