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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문제 > 노동문제
· ISBN : 9791195218141
· 쪽수 : 299쪽
· 출판일 : 2015-11-30
책 소개
목차
서문 우리는 왜 이런 시간을 견디고 있는가
1장 시간을 강탈하는 부채 / 전주희
2장 디지털 모바일 기술, 만인을 자영화하다 / 김영선
3장 공부하기 딱 좋은 나이? 청소년의 노동 / 정재현
4장 장시간 노동사회에서 가족들의 생존기 / 김보성
5장 시간제 노동: 상상과 현실 사이 / 신경아
6장 올빼미가 사는 법: 야간 노동과 한국사회 / 정하나
7장 과로사 이야기 / 김형렬
8장 오래 일하는 당신 / 김인아
9장 노동자의 노동시간 통제 / 최민
10장 탈산업시대 근면 신화의 의미 / 강수돌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금융의 시간은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시간의 가능성을 제약한다. 이러한 사회는 보수화될 수밖에 없다. 갚아야 할 부채가 얼마 남았고, 더 빌릴 수 있는 여지가 화폐가치로 환산되는 미래의 시간 앞에 놓인 개인은 미래가 안정적이길 바란다. 미래가 예상을 벗어난 모험의 시간이 되기보다는 연체 없는 분할 납부가 가능한 시간이길 희망한다. 그러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개인의 현재는 더욱 제약될 수밖에 없다.
전통 사회에서는 작업이 자연 리듬에 맞춰 진행되었다. 정해진 작업 그 자체를 수행하는 것이 중요했지 작업을 언제까지 얼마 이상을 마무리해야 하는가는 그렇게 큰 변수는 아니었다. 이를 ‘업무 지향적(task oriented)’ 노동 패턴이라고 한다. 그러던 것이 산업화 이후로 시간당 생산성이나 마감 시간처럼 시계 시간으로 특징지어지는 ‘시간 지향적(time oriented)’ 노동 패턴으로 변화했다. 이것이 산업사회의 결정적인 특징이다.
그런데 디지털 모바일 시대에 시간 지향적인 노동 패턴은 점차 퇴색된다. 시간당 얼마라는 셈법은 무의미하다. 이는 노동과 비노동 간 경계를 분명하게 구분했던 노동 패턴이 건수와 실적에 따라 조각난 업무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건수 지향적(case oriented)’ 노동 패턴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문제는 도구적 가족주의 아래에서는 사회적 연대나 공동체성보다는 가족 단위 중심의 극심한 이기주의가 팽배해지기 쉽다는 것이다. 이미 가족만이 개인이 생존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기초 단위가 된 이상, 가족의 자원은 사회로 열린 가운데 순환되지 않고 오로지 가족의 이익과 발전만을 위해 사용된다. 그것이 사회적 약자에게 불공정한 결과를 가져온다든가 사회 정의를 저해한다든가 하는 점은 그다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이러한 가족 전략은 필연적으로 자원을 보다 많이 가진 계층과 그렇지 않은 소외 계층 사이의 격차를 확대하며, 사회의 연대와 공동체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