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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84315952
· 쪽수 : 316쪽
· 출판일 : 2012-07-05
책 소개
목차
기획의 말 | 동세대의 삶을 말하다
질문들 김미월
더 나쁜 쪽으로 김사과
큐티클 김애란
문학의 새로운 세대 손아람
마르께스주의자의 사전 손홍규
완전한 불면 염승숙
이보나와 춤을 추었다 조해진
창 최진영
좌담 | 사소하고 위대한 오늘의 질문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내가 사회에 나와 깨달은 것들 중 하나는 이 세상에는 정말로 많은 질문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무엇인가를 하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질문해야 하고 또 질문 받아야 한다.
면접을 보러 가면 왜 이 회사를 지원했느냐는 질문을 받아야 하고, 식당에서는 이 쇠고기가 미국산인지 아닌지 질문해야 하고, 번화가를 혼자 걷노라면 도를 믿으시냐는 질문을 받아야 하며, 소개팅을 할 때는 그 여자가 예쁜지 그 남자의 ‘스펙’이 좋은지 주선자에게 미리 질문해야 하는 것이다. 하기야 쪽지시험을 포함해 중간고사니 기말고사니 학창 시절에 우리가 치른 모든 시험에는 아예 질문밖에 없었으니, 사회에 나오기 전에도 이 세상이 수많은 질문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영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을 능수능란하게 받아치던 친구들이 사회에 나가서도 주눅 들지 않고 무엇이든 잘 받아친다는 것을 목격했으니 삶에서 질문에 대처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 역시 알고 있었을 것이다.
가끔은 이 세상이 아직 무너지지 않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질문들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묻고 답하고 다시 묻는 그 과정에 필요한 에너지가 사람을 살아가게 하고 세상을 지탱해주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pp.17-18)
-<질문들>, 김미월
중요한 것은 이렇게 모여 있는 우리들이 아무것도 나누지 않는다는 것 서로가 서로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 우리는 거리를 유지한다 손잡지 않는다 껴안지 않는다 각자의 춤에 몰두한다 그렇게 우리들은 개인주의자들의 천국으로 간다 예의 바르고 겸손한 개인주의자들의 천국으로 간다 그곳엔 아무도 아무것도 없다 텅 비어 있다 나 자신조차 없다(p.59)
-<더 나쁜 쪽으로>, 김사과
어쩌면 오늘 내 모습이 마음에 들어서인지도 몰랐다. 이런저런 곁눈질과 시행착오 끝에 가까스로 얻게 된 한 줌의 취향. 안도할 만한 기준을 얻는 데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었던지. 상품 사이를 산책할 때 나는 엄격한 동시에 부드러운 사람이 됐다.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알고 있다는 데서 오는 여유. 그러나 원하지 않는 것 역시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식의 까다로움.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의심을 버리자 쇼핑에 자신감이 붙었다. 그리고 원하는 게 많아졌다. 변화는 단순했다. 과거, 장식이나 색상 위주로 물건을 골랐다면 이제는 질감이나 선(線)을 보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선, 흔히 ‘잘 빠졌다’고 말하는 상품의 전체적인 맵시를. 좋은 옷을 입는 건 그것의 가격이나 옷감뿐 아니라 좋은 실루엣을 소유하는 것과 같다는 걸 깨달은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명품은 아니어도 상품(上品)을 알아보는 눈이 생겼다할까.(p.72)
-<큐티클>, 김애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