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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84986787
· 쪽수 : 485쪽
책 소개
목차
머리말
박민규 -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천운영 - 입김
김재영 - 아홉 개의 푸른 쏘냐
김애란 - 누가 해변에서 함부로 불꽃놀이를 하는가
김중혁 - 에스키모, 여기가 끝이야
김윤영 - 얼굴 없는 사나이
전성태 - 늑대
이명랑 - 까라마조프가의 딸들
편혜영 - 맨홀
김연수 - 다시 한 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
배수아 - 회색 時
정지아 - 풍경
윤성희 - U턴 지점에 보물지도를 묻다
해설
여기, 상상력의 불꽃놀이가 시작되다 / 오창은
고독한 일상의 우울한 욕망들 / 하상일
'변한 듯이 보이나, 변하지 않은' 일상 심문하기 / 고인환
경계를 넘는 공동체 / 박수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다행히 기린은 꼼짝 않고 앉아 있었다. 주저주저 그 곁으로 다가간 나는, 주저주저 기린의 곁에 조심스레 앉았다. 막상 앉으니 - 기린은 앉은키가 엄청나고, 전체적으로 다소곳하고 무신경한 느낌이었다. 기린은 이쪽을 쳐다보지도 않는데, 나는 혼자 울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이었다. 아버지... 곧장 나는 가슴속의 말을 꺼냈고, 기린의 무릎 위에 내 손을 올려놓았다. 떨리는 손바닥을 통해, 손으로 밀어본 사람만이 기억하는 양복의 질감이 그대로 느껴져왔다. 구름의 그림자가 빠르게 지나갔다. 기린은 여전히 아무 반응이 없었다. 아버지, 아버지 맞죠?" - 박민규,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중에서
아버지가 어머니의 어깨를 잡는다. 어머니가 눈을 감는다. 그리고 두 사람의 얼굴이 점점 가까워진다. 두 입술이 닿기 전. 세계의, 고요함. 그리고 오래도록 기다려온 입맞춤. 말캉 두 사람의 입술이 겹친다. 순간 아버지의 머리 위로 수천개의 비눗방울들이 한꺼번에 올라온다. 나풀나풀. 우주로 방사되는 아버지의 꿈. 그리하여 투명한 비눗방울들이 낮꿈처럼 흩날렸을 때. 싱그러운 비놀리아 향기가 밤하늘 위로 톡톡 파랗게 퍼져나갔을 때.
"바로 그때 네가 태어난 거다."
나는 마구 콩닥이는 가슴을 안고 소리쳤다.
"정말요?"
아버지가 담담하게 말했다.
"거짓말이다." - 김애란, '누가 해변에서 함부로 불꽃놀이를 하는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