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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91166290831
· 쪽수 : 232쪽
· 출판일 : 2022-01-25
책 소개
목차
1부__ 감염병, 너의 이름은
충(蟲)이 모르게 치료하랴 ―결핵과 노채를 통해 살펴본 한의학의 감염병 _ 윤은경
하리티 ―아이들의 수호신이 된 천연두 여신 _ 이은영
감염병을 그린 예술가들 _ 이향아
감염되었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결핵을 바라보는 지식인들의 시선 _ 박성호
우리는 무엇을 앓았는가? ―코로나19의 다양한 모습들 _ 장하원
2부__ 감염병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감염병의 원인으로서의 귀려지기(鬼厲之氣)와 벽역서의 대처법 _ 윤은경
인간과 동물, 우리가 함께 건강할 수 있을까? ―기원전 3세기 아쇼카왕의 생명 존중 _ 이은영
저 개는 나쁜 개다 ―공수병에 대한 방역과 정치 _ 박성호
우표로 결핵을 퇴치할 수 있다고? ―크리스마스 씰의 역사 _ 이향아
코로나19 백신을 둘러싼 논쟁과 위험 커뮤니케이션 _ 장하원
저자소개
책속에서
결핵과 노채에 있어서 균과 충에 대한 관점의 차이는 서구와 동아시아의 관점 차이를 드러낸다. 결핵을 몸에 나타나는 현상 위주로 인식했던 초기 개념과 노채는 닮은 부분이 많았으나, 눈에 보이는 증상과 병인의 ‘존재’에 주목한 결과 포착한 세균은 병 자체와 동일시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감염병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코로나 바이러스의 존재 또한 코로나 병 자체와 동일시되어 바이러스의 인체 검출 여부로 환자의 지위가 결정된다. 또는 무증상 감염자라는 이름으로 오염된 몸이 되어 사회로부터 격리된다. 코로나 말고도 다양한 감염병이 수시로 등장할 거라 예측하는 이 시점에서 세균의 존재 자체에만 치우쳐 있는 인식으로부터 한걸음 물러나 세균으로부터 몸의 아픔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맥락을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보다 전체적인 상황을 살필 수 있을 것이며, 감염병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더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과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는 감염병의 전 세계적 유행, 팬데믹은 하리티 이야기를 돌아보게 만든다. 우리는 누구나 감염병으로부터 나, 내 가족, 내 나라를 지키고자 한다. 다른 이들은 각자 그 자신, 그들의 가족, 그들의 나라를 지키고자 한다. 우리가 모두 서로의 그러한 마음을 인정하고 각자가 처한 개인적, 국가적 불안과 고통에 공감하고 그것을 함께 나누려 한다면, 팬데믹은 전 세계적 연대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공감과 연대의 경험은 포스트 팬데믹을 살아갈 미래에 가장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우리가 흔히 ‘화병’이라고 이야기하는 전통적 질환의 존재는 소위 “피를 토한다”라고 표현되는 울화의 신체적 발현 양상을 동반하곤 했다.(박성호ㆍ최성민, 95쪽) 화병을 유발하는 원인이 억눌린 감정이라고 한다면, 대한제국으로부터 일제 치하에 이르는 격동의 시기를 살아가는 지식인의 억눌린 감각이 화병과 유사한 증상을 나타내게 만든다고 해도 크게 이상하지는 않을 것이다. 남들과 다른 감각과 지식으로 시대를 위해 헌신하고자 하지만 그런 자신의 포부를 알아주지 않는 세상에 대한 억울함의 감정, 혹은 그런 고립 속에서도 여전히 자신의 포부를 실현하기 위해 애쓰는 자기소모적 행위는 손쉽게 병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었고, 그 끄트머리에 숙명처럼 놓인 것이 바로 신경쇠약이고 결핵이었다. 어찌보면 결핵과 신경쇠약은 ‘근대화된 화병’으로서 이해되었던 것인지도 모른다.